이지원은 누구일까요? 사실은 이씨 성을 가진 게 아니라 e씨 성을 가진 ‘e지원’입니다. e지원은 e메일처럼 ‘전자(electronic)’를 뜻하는 접두사 ‘e’ 뒤에 ‘지식의 정원’이라는 뜻의 한자말 ‘지원(知園)’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디지털 정보(전자정보)와 지식이 가득한 정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지원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팀의 일원으로서 직접 참여하여 개발한 청와대 내부의 업무관리시스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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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년이나 지난 지금 이지원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지원의 일하는 방식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으로 정착되어야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가 될 수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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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도 정부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하고, 궁극적으로 정부 전체의 일하는 방식이 투명하게 시스템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추진방법은 시대적, 역사적 배경이 무겁다고 해서 일하는 방식 혁신 자체도 무겁고 어렵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 쉽게 정부 전산화의 일부로 출발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지원입니다. 이지원은 청와대 업무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자료의 축적과 공유체계를 확립해서, 불투명한 보고체계를 정비하고, 과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국정운영 상황을 언제든지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였습니다.
정부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이지원 같은 IT(Information Technology) 시스템을 통해 자기가 하는 일이 드러나게 만들어야 권위주의 문화를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입니다. 이지원의 일하는 방식 혁신은 곧 ‘시스템 혁신’이었으며, ‘시스템을 통한 국정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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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서는 국정전반의 운영시스템에서 그간의 ‘청와대-_총리_행정부’의 수직적 관계를 수평적 협력관계로 새롭게 정리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개인화면 구성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비서실 내부운영에 있어서도 대통령과 일부 핵심측근만이 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와 토론을 통해 의제를 발굴하고 보고과정에는 사전에 관련부서와 협의하고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입니다. 이는 과거의 권위주의와 부서간 장벽을 깬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에 의해 국정을 운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정착을 참여정부의 중요한 목표로 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스템과 매뉴얼’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시스템 민주주의를 혁신의 목표로 천명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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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25일 KBS 특별프로그램 [참여정부 2년 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에 출연하셔서 임기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묻는 질문에 답하는 대통령의 얼굴에는 흐뭇함이 묻어났습니다. “국민들이 잘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가운데 정부혁신이 있습니다.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정말 보람 있게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고요.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비서실 업무관리시스템, 이지원을 만든 것입니다. 그것만 생각하면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라고 말씀하기도 하셨습니다. 또 2005년 9월 [100분토론]에 출연해 차기 정부에 물려주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디지털 정부업무관리시스템(온나라)은 전자정부의 핵심 프로세스라며 이건 제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처럼 참여정부가 추구해온 ‘시스템을 통한 혁신’의 근간이자, 국민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일하는 방식 혁신이 정부혁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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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1월 이지원의 문서관리시스템을 통한 보고가 시작된 이래 2005년 2월말까지 4개월간 대통령은 모두 958건의 온라인 보고를 받았다. 한 달 평균 240건 정도를 처리한 셈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은 199건에 대해서 다시 지시를 내렸다. 또 대통령은 같은 기간 동안 127건의 업무지시를 했고 48건의 시스템 개선 요청을 했다. 시간대별 처리 현황을 보면, 밤 11시대에 전체 958건 가운데 약 14%에 해당하는 135건을 처리했다. 그 다음은 밤 10시대로 117건이다. 밤 9시대에는 72건, 8시대에는 76건을 처리했다. 공식 행사가 끝나는 오후 5시 무렵도 98건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밤 12시와 새벽 1시도 각각 51건, 35건으로 적지 않은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퇴근은 했지만 대통령의 일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새벽 6시에 4건, 새벽 5시에 1건의 문건을 처리한 기록도 있다. 결국 새벽 2~4시대에만 문서처리 기록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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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민주주의는 전자민주주의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 이지원을 구상하면서 편의상 사용한 표현으로 행정업무의 정보처리과정을 시스템화하여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일하는 모든 것은 기록하고, 공유와 공개를 원칙으로 내부업무를 관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참여를 넓혀 나가는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하려고 한 것이 시스템 민주주의 핵심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기서 시스템화는 이지원의 경우 정보처리과정에서 문서관리카드와 과제관리카드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표준화하고 프로세스를 정립하여 IT시스템으로 구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중에서도 핵심 키워드는 기록, 공유, 공개, 참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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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공직사회의 평가 및 보상 제도를 시스템에 의한 일하는 방식에 맞게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마치 변호사들이 시간 단위로 자신이 일한 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보상받지 못하는 것처럼, 공직사회 구성원들도 자신이 한 일을 업무관리시스템에 기록하지 않으면 업무실적에 따른 인사 및 인센티브급여 평가의 기회조차 갖지 못 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거센 저항이 예상됩니다만,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공직사회이기 때문에 당위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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