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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사랑의 그림자는 길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그림자는 길다

[ 양장 ]
이세 저 | 눈과마음 | 2003년 11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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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47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7511282
ISBN10 8957511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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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 세
- 1965년 사자자리. 그러나 별자리와는 아무 상관관계도 없음.
- 주요 작품으로는 『하지와 동지』 『밤은 깊고…… 그녀는 붉다』 등의 장편과 『사랑이라 말하지 않겠다』 『Enter, Enter』 등의 단편이 있음.
● E-mail : vasili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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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었다. 밤은 도시의 공기 속을 흐르고 있다. 도시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도시의 혈관에는 멈추지 않는 차들이 돌아다니고 있고, 낯선 거리거리에는 얼굴을 모르는, 이름 없는 여자와 남자들이 배회하고 있다. 이런 도시의 정경 속에서 한 남자가 아이를 안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 찰랑거리는 아이의 검은 머리카락은 남자의 어깨 위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남자는 시원스런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걷다 어느덧 조금씩 걸음이 느려지고 있었다. 그는 간간이 걸음을 멈추면서 어깨에서 조금씩 미끄러지는 아이를 추스르기 위해 아이를 다시 되안곤 했다. 잠든 아이를 다시 안을 때마다 남자의 얼굴에는 랜턴 불빛처럼 짧게 다정함이 스며 나왔다. 그러나 곧이어 밤처럼 깊은 고뇌가 그의 얼굴에 길게 드리워졌다. 그는 아이의 유일한 법적 보호자, 아빠, 태제이다.
‘휴…….’
태제는 지금 친구 한일의 사진 스튜디오 앞에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서 있는 중이다. 그는 이만한 거리를 걸었다고 노인처럼 숨을 헐떡거리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태제는 이제부터라도 심각하게 금연을 고려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체적으로 이상을 일으킬 만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어깨에 담겨 있는 아이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어깨가 축축하게 젖도록 아이는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고, 자꾸 떨어지는 아이의 머리를 치받기 위해 태제는 허리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버팅기면서 걸어야 했다. 그렇게 고정된 자세에, 들어간 힘으로 말미암아 그의 온몸은 뻐근하도록 경직되어 버렸다. 새삼 태제는 아이를 보호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 번 상기했다.
목적지인 모임 장소로 발길을 옮기는데 한동안 아들 무인이는 아장아장 잘 걷는다 싶더니 금세 걷는 재미가 없어졌는지, 아니면 걸을 만큼 걸었다고 생각했는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는 자꾸 그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에 태제는 무인의 몸짓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 아이는 아빠에게 안기는 맛을 알아버렸는지 충분히 걸을 수 있는데도 좀체 오래 걸으려고 하지 않았다. 의사는 지나치게 투정을 받아주어서는 안 된다고 그에게 충고했다. 의사의 충고가 있기 전에도 태제는 자신이 무인에게 너무 무르게 대하지 않나 고민 중이었다.
“아, 안 돼. 무인아, 정무인, 얼마 걷지도 않았어. 앞으로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어. 아빠는 알고 있어. 어리광 피우지 마. 이제는 너뿐만이 아니라 아빠도 의사선생님에게 혼난다구. 마음 약한 아빠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없다고 말하시더라. 그러니 조금 더 걷자. 저기,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아빠 친구네야. 알지? 몇 번 와봤잖아?”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투정 부리는 아이와 달래는 아버지 사이의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그러나 주의 깊은 사람들이라면 어쩐지 부자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어느덧 무인은 걸음을 멈추고 아빠의 바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태제는 멈칫,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조건반사적인 동작으로 무인에게 팔을 뻗었다. 아이는 아빠의 약한 마음을 본능적으로 알아채고 그쪽으로만 파고드는 면이 있었다. 태제는 무인에게만 약해지는 자신을 어쩔 수 없었다. 아이는 단숨에 덥석 아빠의 품에 안겼다. 밀려오는 포근한 감촉과 달큼한 우유 냄새는 이것이 무인의 표지임을 다시금 태제의 뇌에 입력시켰다. 포근한 엄마의 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뻣뻣한 아빠의 몸이었지만, 그래도 자기가 아빠라는 건 아는지 무인이는 불편한 듯 몇 번 뒤척이더니 조금씩 잠으로 빠져들었다. 어느덧 무인은 아빠의 품 안에서 꿈속으로 곯아떨어졌다.
두 돌이 지나서인지 잠든 무인의 무게는 제법 묵직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 조금 커진 듯한 아들이 대견하여 잠깐 입가에 미소가 스쳤으나 곧이어 태제는 얼굴이 어두워지면서 한숨을 뱉어 내었다.
‘휴…….’
그의 한숨이 길어진다. 무인 때문에 내내 담배를 피우지 않아 가슴이 더 답답해지는 것 같다. 태제에게 있어 밤의 외출은 너무나 힘들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무인을 돌봐 줄 사람을 구하느라 산지사방으로 연락하고, 약속하고, 기다리는 게 너무 힘들어 태제는 어쩔 수 없는 사업상의 약속 이외에는 될 수 있으면 밤 시간대의 약속을 잡지 않으려 했다. 어느덧 태제는 해가 떨어진 이후에는 스케줄을 잡기 꺼려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 친구들과의 만남은 꿈도 꾸지 못했다. 오늘의 만남도 얼마 만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했다.
「여보세요? 태제니? 아이구, 사장님이라고 통화하기도 어렵구먼, 어려워」
「어, 한진이구나. 미안. 내가 사는 게 하도 전쟁 같아서 친구들에게 연락할 틈이 없었다」
「긴말하지 말고, 이번 주 토요일에 친구들 모임이 있거든. 일단은 시간이 되는 대로 저녁때 스튜디오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나와라. 알았지?」
「어? 그…… 그게……」
「안 된다는 말은 하지도 마. 내가 너의 전담 마크맨이 되었으니 절대로 못 빠져나가. 정 안 되면 네 사무실 앞에서 진을 칠 수도 있다구」
「내 사정, 잘 알잖아?」
「다른 애들이 네 얼굴 잊어먹었다고, 아른아른하기만 하고 떠오르지 않는단다. 무인이라면 다들 사정 알고 있으니 데리고 와. 어디에 맡겨놓을 생각도 하지 말고. 알았지? 친구라면서 너는 어째 그렇게 폐를 안 끼치려 애를 쓰냐? 섭섭하다는 말 나온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아이를 데리고 간다는 게 영…… 알았어. 생각해 볼게」
「생각할 거 없어. 그냥 와. 알았지? 오기만 해」
생각해 보니 그의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라 무인이의 행동을 봐도 뭐라 수군거리지 않을 것 같았고, 자신을 새삼스런 눈길로 본다고 해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제는 자신에게 향하는 의문의 시선은 감내할 수 있었지만 아들인 무인이를 눈여겨보고 손짓으로 가리키는 사람들에게는 끝내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함이 있는 자식을 바라보아야 하는 아비의 마음은 아직까지는 너무나 절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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