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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의 이별

아내와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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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68g | 134*204*20mm
ISBN13 9788996292807
ISBN10 89962928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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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홍적
1952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대구상고를 졸업한 후 오랜 동안 기업체 홍보실과 잡지사, 출판사 등에서 편집일을 했다. 그러다가 1996년《현대문학》에 단편소설「장미의 배신」을 발표하며 (당시의 제목은「귀성열차」)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소설집『북 치는 소년』(와인북스)과 장편소설『영원한 것은 없다』(동해문집), 그리고 평역서『중국환상동화』(전3권, 비룡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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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끓인 라면으로 뒤늦은 저녁식사를 한 아내와 나는 서둘러 바닥에다 이불을 깔았습니다. 그렇게 이불이란 이불은 모조리 펼쳐 몇 겹으로 깔고 덮고 하여 둘이 나란히 누웠지요. 쉬이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설핏 잠이 들었는데 옆에서 아내의 흐느낌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는 돌아누워 아내의 등을 감싸 안았지요. 그러자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품속을 파고들며 다시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그날 밤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아내는 울다가 말다가, 나는 잠이 들다가 말다가 하여 새벽을 맞았습니다. --- p.48

(…) 그 순간, 나는 그만 까무러치는 줄 알았습니다.
어깨에 내 손이 닿자마자 아내가 매섭게 소리쳤던 것이지요.
"이 손, 못 치워요!"
나는 엇, 뜨거라! 싶어서 얼른 손을 거뒀습니다. 그리곤 잽싸게 다시 내 이불 속으로 들어갔지요. 앞서의 누구 말처럼 갑자기 으스스해지더군요. 그러니까 아내는 출근하는 남편을 차마 한뎃잠을 재울 수가 없어서 겨우 방안에만 들였을 뿐인데, 내가 염치없이 그만 오버를 하고 만 셈이었습니다. 정말 더러운 기분은 말할 것도 없고 그때는 그냥 콱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면 믿겠습니까?
그 후 다시 아내와 잠자리를 하기까지에는 장장 석 달이나 걸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부부가 된 그날 밤 비로소 나는 아내에게 용서를 빌었지요. 잘못 했다고…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그런데 그동안 얼마나 서러움을 받았던지 그 말을 하는데 그만 눈물이 솟구치데요. 그러나 그날 밤 정작 나보다 더 섧게 운 건 아내였습니다. 옛날처럼… 내 품을 파고들면서 말이지요. --- p.69

그러니까 그동안은 집에서나 바깥에서나 아내가 떠난 빈자리도 미처 느끼지 못하고 넘어간 셈이었지요. 그러나 그 한 달이 지나고 모든 게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자, 서서히 아내의 빈자리가 곳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혼자 눈을 떴을 때나 저녁에 퇴근해서 집으로 들어설 때… 게다가 몇 번은 무심코 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른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아, 참 아내가 없지… 하고 열쇠를 꺼내어 문을 따다가도 불현듯 이제 다시는 아내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치기도 했는데, 그럴 때의 무어라고 표현할 길이 없는 막막함이랄까, 그 절망감이란… 그러다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소리죽여 울기도 했습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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