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서 밀리면 사라지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세계 시장과 싸우려면 세계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 장에서는 류근모 대표가 세계 최고의 쌈 채소를 만들기 위해 지난 13년간 주경야독하며 혁신을 거듭한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그는 ‘농부가 책을 읽어야 상추가 더 잘 자란다’는 자신의 오랜 믿음을 피력한다.
‘누구나 하는 생각, 누구나 하는 방법, 누구나 하는 사업’ 잘 되는 사업이라면 2등 전략으로도 돈을 벌 수 있겠지만 특히나 농업 분야에서는 이런 생각으로는 경쟁력을 찾을 수 없었다. 삼성전자가 하면 전 세계 전자제품의 표준이 되듯이 장안농장이 하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유기농의 표준이 된다는 생각으로 쌈 채소의 안전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세상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런 국내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세계 시장도 머지않으리라 생각한다. --- 본문 중에서
2. 상추에 감동을 담아라
“과거처럼 작물이 팔리기만 기다리는 소극적인 마케팅을 버리고 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읽고 이에 발맞춰 새로운 마케팅을 펼쳐야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농부는 제품의 품질 때문이 아니라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서 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직접 판로를 개척한다. 그리고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상추에 문화를 접목한다. 이 장에서는 차별화된 마케팅을 하기 위해 그가 시도한 다양한 방법들을 들여다본다.
이제는 농산물도 감동을 주어야 한다. 누구나 똑같은 상품을 만드는 시절이라면 값싼 제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누구나 똑같은 가격의 상품을 파는 시절이라면 품질 좋은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을 판다면 과연 무엇으로 승부를 할 것인가. 남보다 한 발 앞서 신상품을 만들고, 감동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상품을 만들자.’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는 좋은 상품이 넘쳐난다. 제품 만드는 기술은 금세 공유되므로 따라잡기는 시간문제이다. 좋은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좋은 상품을 넘어 감동을 주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마케팅 비법이다. -본문 중에서
3. 장안농장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 유기농업의 미래다
“‘아껴 써라. 정리 잘 해라.’ 나는 이런 것을 가르치고 싶지 않다. 이 정도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다. 상추 팔아서 월급 주는 데 유치원 수준의 것을 알려주어야 하겠는가. 만약 이걸 가르쳐야 한다면 너무너무 억울하고 속 터지는 일이 아닌가. 최고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 따위 사소한 잔소리를 교육이랍시고 늘어놓아서야 되겠는가.”
FTA 시대에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품질을 높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 맞서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생산방식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인적자원도 갖추어야 한다. 한마디로 기업형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장에서는 기업형 농가로 탈바꿈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06년부터는 협력농장을 강원도, 제주도, 전라도 등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2009년 현재 협력농장이 100곳이 넘는다. 공동 생산이라고 해도 품목을 무조건 1/n로 나누는 것은 아니다. 이윤이 높고 재배가 쉬운 쌈 채소와 이윤이 적고 재배가 어려운 함께 분배한다. 이런 식으로 수익과 재배 수준을 고려하여 품목을 배정하면 큰 잡음 없이 조합을 꾸릴 수 있다. 한편 매년 12월이 되면 지난 1년간의 성과를 놓고 협력농장을 평가한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바로 재배 수준이다. 같은 치커리를 재배하더라도 농장마다 품질이 다르다. 따라서 품목별 재배 수준을 평가하여 최상의 품질에는 A, 중간 품질에는 B, 이보다 품질이 낮으면 C등급을 매긴다.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A등급 쌈 채소를 많이 생산한 협력농가에는 제일 소득이 높은 품목을 우선 배정한다. 이런 보상을 통해 품질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4. 1을 넣어 10이 나오는 요술항아리는 없다 - 귀농과 성공을 꿈꾸는 분들에게
"목표를 한번 정하면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고, 잠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고 오직 일만 생각하는 성격 탓에 어떤 날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왜 이렇게 해가 안 뜨는 거야.’ 하고 늦게 뜨는 해를 원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안농장이 이룩한 품질 혁신, 마케팅 혁신, 경영 혁신의 밑바탕에는 류근모 대표의 농업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깔려 있다.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농부는 하늘이 아니라 땅을 보는 사람’임을 말하는 그의 농업과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귀농십계명도 제시한다.
나는 수많은 농업 선배들이 어떻게 자신을 망쳤는지 지켜봤다. 정치에 열중하다가, 공짜를 바라다가 끝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삼천포로 빠져버린 사람들을 숱하게 보았다. 그들을 반면교사로 여기며 나만큼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어느 새 나도 모르게 그 선배들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아, 내가 초심을 잃었구나. 내 본분을 망각했구나. 나는 농사꾼이다. 방송이나 강의는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농사꾼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누군가 나를 찾는다고 해서 작물을 팽개치고 밖으로 돌아다니면 언제 농사를 짓겠는가. 내 능력을 스스로 잘 알기에 장안농장 하나에만 집중해도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나는 아직도 농사 공부만으로 하루가 모자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