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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성의 몰락

유럽, 이성의 몰락

: 역사와 문학으로 읽는 20세기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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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10g | 148*210*20mm
ISBN13 9788955335286
ISBN10 8955335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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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이라는 거대한 사회, 정치적 격변은 지성이라는 토양에서 태동했다. 이상(idea)은 높았지만 그 이상이 민중들을 통해 실현되려면 높은 왕좌를 버리고 민중들 곁으로 내려와야 했다. 프랑스혁명은 이상이라는 고귀한 지위와 권력, 그리고 미덕을 버려야 할 얄궂은 운명이었다. _ p. 13

독일은 폴란드 분할 문제에서 러시아의 사악한 고문 역할을 했다. 비스마르크는 러시아에 가장 억압적인 원칙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한 한편, 우호적인 군사 원조와 무자비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완벽한 이중 논리였다. _ p. 25

나폴레옹 전쟁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국제평화회의(1814~1815)가 열리며 유럽 평화의 토대가 마련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후 본국 우선주의라는 훨씬 매력적인 이념이 등장하면서 유럽 평화의 정신은 소멸했다. 본국 우선주의는 연대 대신 약탈에 유리했고, 화려한 대신 덜 구속적이었다. 사도바와 스당에서의 위대한 승리 이후 유럽은 사라졌다. _ p. 32

언어의 재능을 지녔다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다. 장거리 무기를 갖추었다고 해서 저절로 사냥꾼이나 전사가 될 수 있는가? 무기 외에도 다른 많은 자질과 기질이 있어야만 사냥꾼이든 전사든 될 수 있는 것이다. _ p. 56

모파상의 관심은 첫째도 사실, 둘째도 사실뿐이다. 모파상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약간의 감수성만 있으면 읽을 수 있는 진부한 문장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모파상의 소설은 문턱이 너무 높다. _ p. 72

여기는 20세기 영국이다. 지금 이곳에 연극 검열관이라는 공직을 맡을 만큼 용감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도 과대망상증 환자이거나, 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존재일 것이다. _ p. 98

나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몇 편 썼지만, 소녀에게서 그런 다정한 편지를 받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방랑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을 점령한 귀여운 폭군들은 무법자들에게 약하다. 귀엽기는 하지만 합리적인 것 같지는 않다. _ pp. 106~107

이동도서관은 인간의 제도다. 동물이 아닌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영혼이 깃들어 있다. 따라서 이동도서관을 차릴 사장님들은 자신이 상업성에 말려들 때마다, 영매를 통해 순수한 검열의 영혼을 소환해야 한다. 상업성이라는 귀신을 몰아낼 굿판을 벌이면 더 효과가 좋다. _ pp. 111~112

시인도 이 남자와 마찬가지로 아직 자신의 혈관에 침투되지 않은 진리를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우를 범할 때가 있다. 진리도 책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시를 쓰는 시인이 있다. _ p. 123

타이타닉호는 객실이 부분적으로만 분리된 경우다. 객실이 벽으로 완전히 나뉘지 않아서 가엾은 승객들은 마치 독 안에 든 쥐처럼 빠져나가지 못했다. 객실이 완전히 나뉘지 않았기 때문에 물이 차오르는 것 또한 막을 수가 없었다. _ pp. 146~147

제1차 발칸전쟁(1912.10~1913.5)에서 터키의 아드리아노플(Adrianople)이 함락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카페에서 ‘터키커피’를 주문하자, 애국심이 강한 종업원이 “손님, 터키커피가 아니라 발칸커피입니다”라고 정확히 짚어주었다. 다들 정치적으로 예민한 때였다. _ p. 167

우리는 휴양지 같은 어느 산속에 억류되었다. 폴란드 전역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대부분은 공식적으로 억류된 사람이 아닌, 여행 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이었다. 잔인하고도 슬픈 두 달이었다. _ p. 190

러시아로 말하자면, 이 범죄의 제삼자로서 폴란드 분할통치를 최초로 기획한 장본인이다. 러시아는 민족적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그런 범죄를 도모했다. 러시아 국민은 통치자의 뜻을 전지전능한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러시아 국민은 단순한 침략 이상도 이하도 아닌 폴란드 분할통치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실로 받아들였다. 전리품이 생겼고 그것을 가로챌 기회가 주어진 것뿐이라고 말이다.
_ p. 222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지만, 폴란드 독립의 기회는 독일의 힘에서 찾아왔다. 러시아가 붕괴되면서 폴란드 독립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런 정치적인 이유 덕분에, 폴란드 독립은 타오르는 복수심이나 보복이 아닌 훨씬 견고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_ p. 234

크레인의 〈한 번의 질주 - 말들〉(1896)과 〈오픈 보트〉(1898)라는 단편을 읽어보면, 그가 말과 바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크레인은 해가 뜨지 않은 짧은 새벽에 말을 타고 재빠르게 달려간 기수처럼 이 지상을 잠깐 스쳐 지나갔다.
_ p. 264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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