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찬이는 달랐어요. 뜨거운 태양 아래 드넓게 펼쳐진 사막, 그리고 모래 언덕에서 빨간색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아이를 그렸지요. “이게 어때서?” 파란 하늘에 구름을 그리던 기찬이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어요. “겨울이면 당연히 눈이나 얼음이 나와야지!” 병호가 비웃으며 말했어요. “맞아. 맞아!” 아이들이 병호의 말에 맞장구를 쳤어요. “기찬이가 주제를 잘못 이해했나 봐.” --- p.11
“기찬아……. 그게 무슨 말이야.” 짝꿍 원재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기찬이에게 속삭였어요. 그러자 병호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어요. “야! 이기찬이 응원한대! 응원은 여자애들이 하는 거지!” 병호의 비웃음에 민희와 희수도 얼굴을 찌푸렸어요. “왜 응원은 여자만 해야 해? 꼭 여자만 해야 한다고 누가 정해놨어?” “그거야, 이제까지 거의 다 여자가 했었으니까!” --- p.16
아이들이 기찬이의 말에 코웃음을 쳤어요.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도 편견이야. 그게 얼마나 나쁜 건 줄 알아?” 기찬이는 지지 않고 말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금세 짜증이 번졌어요. “이기찬. 또 시작이네.” “그냥 하라면 해.” “이제 또기찬으로 부르자. 또 시작이야, 또기찬!” “로켓보이 또기찬!” 아이들은 기찬이의 별명을 부르며 큰소리로 웃었어요. 기찬이는 아이들의 비웃음에 입을 다물고 말았어요. --- p.30
그때 병호가 손을 번쩍 들었어요. “반장! 나 또기찬이랑은 안 할 거야.”50 아이들이 병호와 기찬이를 번갈아 쳐다보았어요. “나도! 또 딴지를 걸면 피곤하다고.” 현우도 소리쳤어요. “나도 빼 줘.” “나도 안 할래.”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며 말했어요. --- 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