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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천사들

버림받은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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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60g | 138*210*30mm
ISBN13 9788992997027
ISBN10 8992997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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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현실 또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피장파장인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내게 해야 할 그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던 반면에 나는 현실이 내게 당연한 듯 요구한 대가를 모두 치렀다.
자신의 이론들이 현실과 어긋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헤겔이 했던 대답을 들려줄 수만 있다면 나도 참 좋겠다. ‘한심한 현실, 나는 현실이 정말 딱하게 여겨집니다.’
그런 글은 시인들이나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말은 철학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시설에 갇혀 있어야 하는 우리에게는 우리의 생각이 현실과 어긋날 때 할 수 있는 대답이 없다. 이 세상에서는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 옳으며,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아는 것도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니까. --- pp.13-14

나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때를 기억하고 있지만, 그건 베를린 장벽 붕괴가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거나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저 벽은 무너질 수 있지만 나와 세상 사이의 벽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겠지. 맨눈으로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그 벽은 갈라진 틈 하나 없이 견고하게 서 있으니까.’ --- p.19

인생이라 불리는 그 미끄러운 길에서 내가 왜 더 잘 딛고 서 있지 못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왜 주도로를 따라서 곧바로 잘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두침침한 골목을 끝없이 헤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일까? --- p.76

맞아, 뢰근발드. 정신병원은 도처에 있어. 단지 병원이 아니라, 단지 궁전이 아니라, 너무 가늘어서 어느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임금님도 아이들도 너나 나도 알아볼 수 없는 그런 실로 짠 옷 같은 거야. --- p.196

피에튀르와 함께 쓰던 방에는 책상 하나랑 의자 하나가 있었고, 벽에는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다. 사실 우리가 정신병원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일깨워주는 것이라고는 철제 침대와 병원 이름이 수놓인 침대보밖에 없었다.
그 같은 방침은 정신병원을 되도록 가정과 비슷하게 만들려는 것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가정이 정신병원과 무척 비슷해져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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