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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넬의 소녀들

아넬의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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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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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590g | 148*210*30mm
ISBN13 9788925539799
ISBN10 89255397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엘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첫째 엘리자베스는 열다섯 살이었다. 둘째 메그는 그보다 한 살 어렸고 클레어는 이제 막 열두 살이 되었다. 셋 다 짙은 색 긴 머리와 옅은 색 눈이 놀랍도록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첫째 엘브는 무용을 배우는 소녀로, 스토리 자매들의 비밀 세계를 고안한 장본인이었다. 책벌레인 둘째 메그는 한시도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었다. 학교에 갈 때도 종종 책 한 권을 펼쳐 들고 열심히 잃으면서 걷다가 이따금씩 익숙한 거리에서도 발을 헛딛곤 했다. 부지런하고 마음씨 고운 소녀 클레어는 절대 꾀를 부리지 않고 집안일을 돕는 아이였다. 언니들이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클레어의 침대는 이미 정돈되어 있었다. 잔디밭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긁어내고 정원에 물주는 일도 도맡아 했으며 항상 제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셋 다 제 할 일을 알아서 하며 어떤 부모라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아이들이었다. 그러나 소녀들의 엄마는 딸들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거나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는 다른 세상의 지도와 그래프를 볼 때면 뿌연 구름 떼를 떠올렸다. 그만큼 멀리 떨어져 있어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들 같았다. --- 본문 중에서

엘브가 만든 비밀의 세계는 여자들이 날개를 갖고 있으며 남의 생각을 읽을 수도 있는 요정의 왕국이었다. 아넬은 모든 면에서 인간 세상과는 달랐다. 말은 필요치 않았고, 배반이나 기만은 있을 수도 없었다. 뜻밖의 일로 놀라는 일도,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는 일도 없는 세상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으므로 그 사람이 악귀인지 평범한 인간인지 진짜 영웅인지 알 수 있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의 실체를 후광의 색으로 구별할 수도 있었다. 빨간색은 거짓, 흰색은 진실, 노락색은 지독한 거짓이었다. 사람을 묶는 밧줄과 쇠창살, 곰팡내 나는 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문을 잠글 수 없는, 그런 세상이었다.
엘브는 열한 살의 그 불행한 여름에 동생들에게 아넬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 8월에는 날씨가 몸시 무더워서 잔디도 누렇게 시들었다. 그전까지 여름은 엘브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방학인 데다 낮이 길고 나이팅게일 길에 있는 그들의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다가 있는 만(灣)에 다녀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해 여름에는 그저 동생들과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 방에 틀어박혀 있고 싶었다. 그들은 엄마의 채소밭을 가로질러 자란 스위트피 덩굴 밑에 숨었다. 토마토 나무들은 암녹색 잎들이 만들어내는 반짝이는 차양에 덮여 있었다. 클레어는 여덟 살, 메그는 열 살이었다. 두 아이들은 이 땅에 악령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고, 엘브는 그것을 알려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엘브는 동생들의 머리칼에 붙은 나뭇잎들을 쓸어 떼어내며 그 누구도 이 아이들을 해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최악의 일이 벌어졌지만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날 함께 있다가 어서 가라는 엘브의 간청에 가까스로 도망친 클레어에게도.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아름답고 신비로운 세 자매 이야기, 그들이 만든 치명적인 세계 ‘아넬’
“아넬은 모든 면에서 인간 세상과는 달랐다. 말은 필요치 않았고, 배반이나 기만은 있을 수도 없었다.”

‘아넬’이라는 상상 속의 세계를 구축하고 자신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아넬 말’로 이야기하는 세 자매. 이혼한 후 홀로 아이들을 기르는 엄마 애니는 그런 딸들이 낯설기만 하다.
비밀 세계를 고안한 장본인인 맏딸 엘브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위험한 소녀로 변해만 가고 이성적인 책벌레 둘째 메그는 엘브와 갈등을 일으킨다. 그리고 착한 막내 클레어는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이해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가족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그 모든 비극이 사실은 어린 시절의 한 사건에서 비롯되었음이 밝혀진다. 자식이 길을 잃고 타락할 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딸들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그 딸을 구해낼 수 있는가? 사랑은 어느 정도까지 깊을 수 있는가? 어릴 적 슬픔을 감춘 소녀들의 가슴 아픈 성장담과 사랑 이야기가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눈부시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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