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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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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09쪽 | 480g | 138*196*30mm
ISBN13 9788981339333
ISBN10 8981339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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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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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박희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였으며, 미국 하와이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그리고 인디아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The Search beneath Appearances: The Novels of Virginia Woolf and Nathalie Sarraute」. 저서로는 『버지니어 울프 연구』가 있으며, 역서로는 나탈리 싸로트의 『의혹의 시대』, 아이리스 머독의 『잘려진 머리』, 데이쉬즈의 『영문학사』, 그리고 울프의 『등대로』, 『파도』, 『어느 작가의 일기』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의 명예교수로 있으며, 한국버지니어 울프 학회의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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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만약에 그것이 잠이라면 어떤 성격의 잠인가, 라고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잠은 치료를 위한 하나의 방편일까-더없이 화가 나게 하는 기억들, 인생을 망쳐버릴 것 같은 일들을 검은 날개로 문지르고, 가장 추하고 천한 것들마저 까칠한 부분을 문지르고 금박을 입혀, 광택과 광채가 나게 하는 최면상태인가?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때때로 죽음의 손가락이 삶의 소용돌이 위에 놓여야 한다는 것인가? 우리가 매일 소량씩 죽음을 복용하지 않으면 삶을 이어나갈 수 없게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의 가장 비밀스러운 통로로 뚫고 들어와,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우리의 뜻과는 상관없이 바꿔버리는 이 이상한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 --- pp.80-81

이야기가 잠시 중단된 이 틈을 이용해서 몇 가지 해둘 말이 있다. 올랜도는 여자가 되었다-이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밖의 모든 점에서는 올랜도가 남자였던 이전과 꼭 같았다. 성의 변화가 비록 그들의 미래를 바꿔놓기는 했으나, 그들의 정체성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은 초상화를 보면 알겠지만 똑같다. 그의 기억은-그러나 앞으로는 관례대로 ‘그의’ 대신 ‘그녀의 ’라고, 그리고 ‘그’ 대신 ‘그녀’라고 해야겠지만-당시 그녀의 기억은 과거의 생애 중에 일어났던 모든 사건들을 되돌아보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었다. 마치 깨끗한 기억의 웅덩이 속으로 몇 방울의 검은 물방울이 떨어진 듯, 약간 흐려졌을 수는 있다. 어떤 것들은 좀 희미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변화는 올랜도 그녀 자신도 전혀 놀라지 않을 정도로 고통 없이, 그리고 완전하게 이루어진 것 같았다. 이와 같은 변화가 자연에 위배된다고 믿는 많은 사람들은 위와 같은 점을 참작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힘들여 증명하려고 했다. (p.1) 올랜도는 처음부터 여자였다.(p.2) 지금 이 순간도 올랜도는 남자다. 이 문제의 결정은 생물학자와 심리학자들에게 맡기기로 하자. 그러니 우리로서는 그저 올랜도가 30세까지는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었고, 그 뒤로는 쭉 여자였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 pp.164-165

그녀는 그 시대정신에 교묘하게 경의를 표시해서, 다시 말해, 반지를 끼고, 황야에서 한 남자를 발견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풍자가나 냉소주의자나 심리학자가 되지 않고-이런 것들은 금세 들켰을 것이다-시대정신의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당연한 일이지만,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작가와 시대정신 사이의 상호 교섭은 지극히 섬세한 것이며, 작품의 운명은 오로지 둘 사이의 은밀한 협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올랜도는 협정을 잘 처리했기 때문에, 지극히 행복한 상황에 있었다. 그녀는 자기 시대와 싸울 필요도 없고, 그것에 굴복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바로 그 시대에 속하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고로 이제 그녀는 글을 쓸 수 있었고, 실제로 글을 썼다. 그녀는 쓰고, 쓰고, 또 썼다.
--- pp.31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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