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는 지금 3개월 전 책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둘 떠오른다. 단순하게 사진집이 갖고싶어 시작한 일들이 뜻밖에 참 어려움을 많이 안겨주었다. 때론 가만히 있을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로... 원래 성격이 예민하고 작은 것들에 상처 받는 일이 많다 보니 내가 너무 소심하게 생각하는 거겠지... 라는 스스로의 위로와 주변의 격려, 또 팬들과의 약속으로 이렇게 책을 완성하게 된 것 같다. 오해도 많이 받고 또 새로운 일에 도전이라는 기쁨과 부담감이 함께 했던 것 같다. 연예계 생활을 한 10년을 뒤돌아 보면 정말 아득하다. 한편으론 어떻게 10년 동안 계속 활동했을까...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생각마저 든다. 그럴 때마다 변함없이 나를 아껴준 팬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 흔한 팬미팅 한번 못해준 나의 팬들에게 넘~넘 미안한 마음이 든다. 글로 표현하려니 정말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동안 나를 알릴 기회가 이렇게 없었나 싶을 정도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우선 난 학창시절부터 그리 친구가 많지 않았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친구를 많이 만나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그건 아마도 나를 잘 알아주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인 것 같다. 그만큼 난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겉으로만 강한척하는... 믿거나 말거나... 아직 책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 책이 출판될 때면 난 엄청난 두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맛볼 것 같다. 대중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지, 함께 책을 만든 우리가 만족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엄청나게 떨리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냈다면 아마 사람들은 에이 고소영이 설마~~~ 라는 말을 할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내가 보여지는 이미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때론 이런 이미지 때문에 말 못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이젠 나도 꽤 여유로워졌다. 공인으로서 살아온 날들은 항상 행복하거나 화려한 일만 있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떄론 사실이 아닌데도 잘못 알려지는 것들이 있을 때면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사치스러운 고민도 때때론 하곤 했다. 그러다 영화나 여러 지면을 통해 나를 만날 때면 이미 시작한 일 정말 배우답게 살아보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사진집 제작도 그런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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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은 어렵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인물을 소재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이다. 대학에서 입버릇처럼 말해오던 구절이지만, 역시 카메라를 들고 막상 모델 앞에 서면 다시 그 지긋지긋한 구절이 생각난다. "인물 사진은 역시 어렵구나". 사진가로서의 지난 경험을 보면, 한 대상을 여러 번 촬영할 기회 보다는 매번 다른 인물들을 촬영할 확률이 훨씬 많다. 세인들에 의해 인물 사진가라고 불리우는 작가의 경험은, 이렇듯 여러 사람을 촬영했을 뿐이지, 한 사람을 여러번 촬영할 기회는 적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인물 사진가라는 직업은 항상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즐겨야만 하고 끊임없이 대화하고 항상 새로운 주제로 신선하고 호기심 가득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며,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 구성과 라이팅을 연구해야만 한다. 그 사람의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해야 하며, 떄론 감상적이게 떄론 이지적이게 유도해야 한다. 최소한 작가 자신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단 한장의 만족스러운 종이 위의 미이라를 위하여...
고소영은 나에겐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모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한 여자로서, 한 직업인으로서 그렇다.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지만, 대학교 2학년 여대생 고소영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계기가 되는 촬영을 영광스럽게도 내가 맡게 되었다. 그때는 내가 사진을 시작한지 어느덧 10년이 되던 해이기도 했다. 그녀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다행히도 그녀는 지금도 그때를 하나도 잊지 않고 있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나의 사진 인생 20년이 지난 오늘, 그녀가 나의 첫 작품집 파트너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나에게 지난 10년이란 시간은 꽤 길었었다. 그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웃고 서로 감사하며 살아온 그녀의 이미지를 내가 기록할 수 있게 기꺼이 허락해준 고소영에게 무한히 감사드린다. 그녀와 나의 오래된 역사는 이 책의 의미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10년을 한결같이 작가와 모델로서 서로에 대해 신뢰와 존경을 유지한 것이 결국 이 책을 만들게 한 동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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