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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행 제5부 왜정 2

무인행 제5부 왜정 2

: 왜국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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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150*225*30mm
ISBN13 9788956374376
ISBN10 895637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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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소년행(少年行) 문시준
충북 영동 출신으로 20년 동안 기업체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독립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에 그동안 꾹꾹 눌러온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터뜨려, 바쁜 틈틈이 작품 『소년행』과 『무인행』 1부를 네이버에 연재했고, 2015년과 2016년에도 줄줄이 풀어내어 『무인행』 2부 ‘서정(西征)’, 3부 ‘귀환(歸還)’, 4부 ‘만행(萬行)’을 연재했다.
저작 활동의 자유로움을 위해 익명으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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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정성진이 말이 많았다. 두 사람이 서먹하고 어색할 것을 생각해서 그런 것이다. 지금 두 사람은 곱게 말하고 화사하게 웃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엄청난 자제 위에 칼날 같은 촉수를 꺼내 들고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어찌 사시는지 보러 온 것입니다. 뭐 먹고 사시는지, 집은 어떤지, 무슨 일을 하시는지 살피러 왔습니다.”
“뭐, 보시다시피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있어야 올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온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대의 집입니다.”
설명이 간단하지만 그대의 집이라는 말에 옥신이 눈물을 찔끔 보였다. 정성진이 잠시 말을 쉬었다가 계속했다.
“굳이 질문을 하셨으니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칠현(七賢)의 그것을 따를 생각입니다. 이곳에 거하면서 세상과 거리를 두려 합니다. 세상도 산중도 아닌 곳에서 그분들처럼 살 생각입니다.”
--- p.86~87

소정과 옥신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술잔을 마주하더니 몇 번 을 서로 주고받았다. 신랑 험담을 하면서 인생이 불편하다느니, 살갑지 않다느니, 할 줄 아는 게 없다느니 하면서 두 사람이 할 소리 못할 소리 다 하면서 마시더니 취해버렸다. 말이 허투루 나오고 왜 그렇게 나이를 먹었냐느니, 왜 집구석에만 콕 박혀 있었냐느니 하는 말들이 오갈 때 정성진이 두 부인의 수혈을 짚어버리고 나왔다. 이즈하라에서 수혈을 짚을 때 옥신의 눈에 눈물이 머금어져 있었지만, 임진강 가의 집에서 수혈을 짚을 때는 술인지 침인지 알지 못할 것 을 입가에 흘리고 있었다.
--- p.142

“찾았습니다!”
죽기보다 싫었던 말이 들려왔다. 수신호위 다섯이 뛰어가고 전옥 수와 송 씨도 땅을 파다가 멈추고 달려갔다. 어쩌면 ‘못 찾겠습니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천천히 몸을 돌리는 정성진 의 얼굴 위로 차갑게 식은 눈물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갔다. 추억이 아롱아롱 너울진 풀밭을 밟고 천천히 나아갔다. 한 사람이 정성진을 돌아보고 두 사람이 두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흙을 파냈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화려한 옷을 입은 채로 묻혀 있었다.
그 먼 거리를 천천히 걸어오는 정성진을 바라보던 수신호위는 차 마 더는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사신이라는 사람은 거기에 없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는 어린 영혼이 차마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떠듬떠듬 걸어오는데 걸음이 서툴러 넘어질 것 같았다.
--- p.175

“조선 사람이 왜에는 왜 왔소?”
“원수를 갚으러.”
고개를 끄덕였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 일이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문화가 다르다지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었다.
“무슨 원수요?”
“부인을 죽였소.”
“누가요?”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원수를 어떻게 갚습니까?”
“지도에서 지울 것이오.”
그 말을 광오하다고 느꼈는지, 아니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느꼈는지 큰 소리로 웃었다. 땅바닥에 쓴 삭제라는 글자를 보면서 뭔가 잘못 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인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중얼거리는데 의미 없는 말이었다.
--- p.185~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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