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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레시피

결혼 레시피

: 시작하는 부부가 알아야 할 일, 사랑, 관계의 모든 것

리뷰 총점9.2 리뷰 10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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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16g | 130*188*20mm
ISBN13 9791155322819
ISBN10 115532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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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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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은 세상이라는 식탁에 내 삶을 펼치는 것이다. 그리고 식탁은 혼자 차리는 것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차리는 것이다.
누군가 ‘결혼생활이 행복하다’, ‘남편이나 아내가 잘해준다’라는 말을 할 때, 나는 그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수 있다. 어떠한 결혼생활을 보내는지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대접을 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날이 서있지 않고 너그럽다. 가정에서 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은 밖에서 그만큼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과학적 근거나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험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생활을 보면 결혼생활이 보이고, 집에서 하는 행동을 보면 밖에서 하는 행동이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이리저리 부대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헤쳐 나간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것에 능하다. 자연스레 사람이 둥글어지는 것이다. 작은 다툼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훨씬 유하다.

남편과 결혼을 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그만큼 그와 식탁에서 함께 쌓아온 밥그릇 숫자도 늘어갔다. 과연 나는 내가 먹어온 밥만큼 제대로 나이를 먹고 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예전보다 더 자주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함께 돌아보게 된다.
얼마 전,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다. 6시간을 못 넘길 거라는 엄마의 전화에 울면서 병원을 갔다. 신장이 다 망가져 4시간에 한 번씩 혈액투석을 해야 되고 폐렴까지 와서 위험한 상황이었다. 초조하게 아버지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데 엄마는 병원에 온 자식들에게 정말 위급해지면 전화를 하겠다며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서 남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혈액투석을 계속하면 아버지가 너무 힘드실 테니 그냥 편하게 보내 드리자는 엄마의 생각에 모두들 동의를 했다. 그러다 극적으로 아버지가 의식을 차리셨고, 장기간 더 입원을 한 뒤 퇴원을 하셨다.
당시, 시댁 쪽 사람이 전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 이런저런 근황을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 상태라면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기분이 너무 상해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 생명이 멀쩡히 붙어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말을 함부로 하나 싶었다. 제대로 나이를 먹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부부의 관계는 누구도 관여할 수 없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헌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엄마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있다. 병원에서도 나이든 분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느냐고 감탄했을 정도다.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잘 안다. 엄마가 이처럼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면서도 아버지 곁을 지키는 것은 엄마의 선택이다.
나는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엄마처럼 그렇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누구 하나가 안 좋으면 둘 다 좋은 요양병원에 들어가자고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말을 더듬을 때도 많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엉뚱한 말이 튀어나와 웃을 때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누군가를 보면서 실망을 하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는 것이 바로 말이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항상 좋은 말만 할 수는 없지만 꼭 해야 할 말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똑같은 말도 격하게 소리를 지르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런 사람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얼마 전, 경강선을 타고 가다가 옆자리에서 묵주기도를 하시던 자매님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팔십이 다 되어 가신다는데도 참 고우셨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분의 삶이 보였다. 너무도 좋은 느낌을 받아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다음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어쩌다보니 돌아오는 길에 또 만나게 되었다. 서로 반가워하며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사이인 마냥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한 번 서로의 집을 방문하자고 약속했다.
이처럼 타인의 모습을 통해 나를 돌아보면,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을 남도 ‘좋다’고 느끼고, 내가 ‘싫다’고 느끼는 것을 남도 ‘싫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자매님과 인연을 맺으며 사람이 줄 수 있는 ‘좋은 느낌’에 대해 배웠다. 이를 잘 관찰하면, 나 역시 주위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주면서 말과 행동을 배려할 수 있다.

결혼생활은 하나가 둘이 되어 시작한 뒤 셋이 되고 넷이 된다. 혼자가 아닌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이므로 서로에게 하는 말과 행동에 따라 가족을 향한 평가가 달라진다. 남들이 평가 같은 게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면, 내가 사는 곳은 무인도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며 살려고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선한 영향력을 주는 멋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래서 더 예쁘게 말하고 예쁘게 행동하며 살아갈 것이다. 타인의 언행을 나의 거울로 삼으면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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