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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스캔들

호주 스캔들

: 죽도록 행복하고 싶었던 한 여자의 Travel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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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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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0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56g | 148*210*20mm
ISBN13 9788993691054
ISBN10 899369105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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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고수현
81년생.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낮은 자존감, 스스로를 남 앞에 드러내지 못하는 소극적인 마인드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이다. 무덤덤한 삶과 반복되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다 진짜 행복을 느끼고 싶어 호주로 여행을 떠나 진정한 자아와 조우하며 참 행복을 알게 된다. 글 잘 쓰는 작가와 기자들의 사유만 가득한 여행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겪는 진짜 여행을 담고 싶어 스스로 펜을 들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사회 통념에 자신을 꿰맞출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만만해 보이는 인터넷 서점에 입사, 상사들에게 ‘애교 떨지 못하는 죄’로 찍혀 마음고생하다 퇴사했다. 그 뒤 여주 오순절 평화의 마을 ‘천사들의 집(장애우 시설)’에서 근무하며 2년 동안 여주의 논길을 걸으며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고뇌하다 과감히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감행, 플레이걸이라는 커다란 반전(?)을 일궈낸다. 그녀는 더 이상 숨지 않고, 주눅 들지 않으며, 자학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사람을 여행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기쁨’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 펜을 들었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뒤늦은 연애 전성기를 구가하며 자아를 찾게 되는 한 여자의 성장기다. 지금은 새로운 영국 여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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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나의 모습은 낯설 때가 많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나’란 존재가 실제의 나와 많이 다르다고 해도 ‘그건 내가 아니다’라고 우길 수만은 없다. 설득해 보려고 해도 결국 상대는 자신이 인식한 범위 안에서만 나를 볼 것이다. 내 마음이야 어떻든 제이미는 키스 한 번 하고 나서 평생을 책임지라고 쫓아다니는 조선시대 여인쯤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정말 억울했다.
--- p.60

제이미는 나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손끝 하나 저항할 수 없는 천부적인 ‘무능’을 갖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여자를 울리는 나쁜 남자’와 ‘기꺼이 상처받는 순진한 여자’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p.70

이별에 ‘적당한’ 혹은 ‘괜찮은’이라는 수식어들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별은 다 아프다. 하지만 적당히 아픈 이별 정도는 괜찮을 것도 같다. 그때 제이미와 끝냈더라면 ‘적당히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당한’ 선택은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는 불가능하다. 사랑은 두 눈과 귀를 먹게 한다.
--- p.76

나는 순간을 즐기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나버린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더 집착했다. 지금 이 ‘순간’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희생의 장으로 여겼다. 내일은 나아질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가 똑같은 과거로 전락해가는 걸 지켜만 봐왔다. 순간만이 유일한 현재이고 과거이고 동시에 미래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 p.82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이 양의 뇌를 먹는다고 했다. 세상에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 왜 하필 이걸 먹어야겠느냐고 당장에라도 쫓아가서 따지고 싶었다. 슈퍼바이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떠났다. 이제 내 차례였다. 양 머리 하나를 끌어왔다. 이를 악물었다. 다른 여자들도 다 했다. 누군가는 굴까는 것처럼 재밌었다고 했다. 최면을 걸었다.
--- p.138

사람과 사람의 살이 맞닿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그 사람과의 거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거리는 타인을 판단하고 심판하기 위한 간격이다. 살이 맞닿아 있는 순간에 우리는 누구도 심판하지 않고, 심판받지 않는다. 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눈앞까지 책을 들이대면 글씨를 읽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 p.148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가 될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감행하자 묘한 떨림 뒤에 커다란 만족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나씩 해나갈 때마다, 나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 ‘순간을 살아가는 나’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p.161

종교의식을 치루 듯 차분하게 뚜껑을 열고 양손 새끼손가락에 매니큐어를 발랐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 손톱을 바라보았다. 그러는 동안 서서히 잘 살아볼 용기가 생겨났다. 그건 고작 검정 매니큐어일 뿐이었다. 하지만 매니큐어 자체를 거의 발라본 적이 없고, 짙은 색은 더더욱 발라본 적 없던 나에게는 너무나 특별했다. 삶을 향한 의지와 용기는 마라톤을 완주하거나 지구를 구하는 거창한 일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검정 매니큐어’라는 보잘것없이 작은 틀을 깨는 것에서도 얼마든지 생겨나고 있었다.
--- p.203

‘내가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였나?’
새삼스러운 감탄이 흘러나왔다. 항상 콤플렉스로써 나를 지배해왔던 넓은 어깨와 까만 피부, 알 박힌 다리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부분들이 못마땅하거나 원망스럽지 않았다. 넓은 어깨가 아니었다면 작지 않은 내 얼굴이 더 커 보였을 것이고, 허리둘레에 붙은 살이 아니었다면 제법 여성스러운 라인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까만 피부는 남들과 다르게 나를 이국적으로 만들어주었다. 타고난 뼈대와 체질을 뜯어고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보니 넓은 어깨, 까만 피부, 두꺼운 팔뚝이나 큰 키 모두 나름대로 다른 부분을 서로 보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만의 매력이 되었다. 텔레비전과 잡지에서 들이대는 비현실적인 잣대를 깨고 나와 ‘나답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바로 ‘내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실컷 나 자신이 된 기쁨에 전율이 일었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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