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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0년 09월 09일 |
|---|---|
| 쪽수, 무게, 크기 | 384쪽 | 125*225*30mm |
| ISBN13 | 9788996218340 |
| ISBN10 | 8996218340 |
첫사랑
: 마광수 장편소설
마광수 저
|
북리뷰
|
2010년 09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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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희는 언제나 꿈속에서 열아홉살 나이로 내게 다가온다. 아니, 그녀는 생시에서도 언제나 열아홉살이다. 내가 그녀와 처음으로 데이트를 했을 때의 나이가 아니라, 내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의 나이다. 더이상 늙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 나는 향희의 기억을 지워버리기 위해 잠들어 있는 현나의 입술 위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내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개고 정신없이 비벼댔다. 생각 같아서는 그녀의 입술 전체를 곰삭여가며 씹어 삼키고 싶었다. 여자가 원수다, 여자가 원수다……. 모든 불행의 원인은 역시 여자에게 있다. 애욕의 대상이 되는 여자뿐만 아니라 일방적으로 나를 낳아 세상에 내보낸 어머니도 원수다……. 나는 이런 허망한 상념 속에 빠져들어 한동안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p.26,27「크랭크 인, 무비」
나는 향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다시금 상사병의 고열상태로 빠져들게 되지 않나 싶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내가 여전히 그녀한테 지독히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p.68「수줍은 프러포즈」
나는 거울을 몇번이나 들여다보며 향희와의 첫 데이트를 준비했다. (…) 나는 그때 비장의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주역』이나 『사주』 등 운명철학서에 심취해 있었는데, 거기에 곁들여 부적이나 주술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었다. (…) 그때 내가 준비해갔던 것은 한국식 부적이나 주문이 아니라 서양식 주문 유럽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주문이나 부적들을 모아놓은 책을 그때 나는 용케 입수할 수 있었다. 주로 사랑을 성사시키는 데 쓰는 주술이 많았다. (…) 내가 몇번씩이나 되풀이해가며 외워둔 사랑의 주문은 이러했다. ‘이파 피파 아둘라 아둘라베(Ipa Pipa Adula Adulabe)’ 연모하는 상대와 첫 데이트를 할 때 이 주문을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테이블 위에 써놓으면, 그날로 상대방은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사랑의 열병에 감염되고 만다고 책에서는 장담하고 있었다.---p.75,76「수줍은 프러포즈」
그동안 나는 기껏해야 향희에게 장문의 편지를 서너 번 써보낸 정도였다. 내 깐에는 최선을 다해본다는 것이 고작 편지였다. 나는 철수처럼 자살까지 해가며 사랑에만 몰두할 수는 없었다. 항상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우리네 인생은 세 가지 행위의 복합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일’과 ‘사랑’과 ‘놀이’가 그것이다. 그런데 세 가지 행위를 다 원만하게 이끌어가기란 참으로 어렵다. 일에 몰두하다보면 사랑이나 놀이에 소홀하기 쉽고, 사랑에 몰두하다보면 일이나 놀이에 소홀하기 쉽다. 그리고 놀이(또는 예술)에 몰두하다보면 사랑이나 일에서 처진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충족시키려면 일 자체가 놀이이고 사랑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건 사랑을 테마로 한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동안에나 가능한 일이다.---p.90「수줍은 프러포즈」
“향희, 나하고 결혼해버리자. 이제 때가 온 거야. 철수도 그걸 기뻐해줄 거구.” 향희가 갑자기 까르르 웃었다. 갓 미망인이 된 여자답지 않은 웃음소리였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왜 자꾸만 절 놀리려드는 거죠? 우리 제발 이제부터는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얘기하기로 해요, 네?” 향희는 언제나 내 마음속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는 무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녀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거두어들였다.---p.250「철수의 죽음」
나는 하얀색 롱코트자락 사이로 엿보이는, 거의 불두덩 언저리까지 기어 올라간 보아의 짧디짧은 미니스커트를 훔쳐보았다. 오랜만에 맛보게 된 탐미적 엿보기에 따른 관능의 떨림이 느껴져 왔다. 투명한 스타킹이 아니라 금빛 문양으로 장식된 스타킹을 신고 있어 그녀의 미끈한 다리가 한껏 육감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왼쪽 종아리에 두르고 있는 은빛 금속의 종아리찌가 무척이나 이채로웠다. 나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p.258「철수의 죽음」
내가 혜숙을 닮은 옥수한테 미련을 품고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혜숙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도 몰랐다. 혜숙과 나 사이가 전형적인 ‘애증병존’의 상태로 묶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마더 콤플렉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모든 원인은 섹스에 있었다. 하기사 모자지간에 존재하는 마더 콤플렉스라는 것도 결국은 섹스가 원인일 것이다. 섹스의 쾌감이 없었더라면 여자가 분만의 고통을 무릅쓰고 자식을 낳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나는 향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내가 다시금 상사병의 고열상태로 빠져들게 되지 않나 싶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과 함께, 내가 여전히 그녀한테 지독히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p.68「수줍은 프러포즈」
나는 거울을 몇번이나 들여다보며 향희와의 첫 데이트를 준비했다. (…) 나는 그때 비장의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주역』이나 『사주』 등 운명철학서에 심취해 있었는데, 거기에 곁들여 부적이나 주술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었다. (…) 그때 내가 준비해갔던 것은 한국식 부적이나 주문이 아니라 서양식 주문 유럽에서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주문이나 부적들을 모아놓은 책을 그때 나는 용케 입수할 수 있었다. 주로 사랑을 성사시키는 데 쓰는 주술이 많았다. (…) 내가 몇번씩이나 되풀이해가며 외워둔 사랑의 주문은 이러했다. ‘이파 피파 아둘라 아둘라베(Ipa Pipa Adula Adulabe)’ 연모하는 상대와 첫 데이트를 할 때 이 주문을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테이블 위에 써놓으면, 그날로 상대방은 큐피드의 화살을 맞아 사랑의 열병에 감염되고 만다고 책에서는 장담하고 있었다.---p.75,76「수줍은 프러포즈」
그동안 나는 기껏해야 향희에게 장문의 편지를 서너 번 써보낸 정도였다. 내 깐에는 최선을 다해본다는 것이 고작 편지였다. 나는 철수처럼 자살까지 해가며 사랑에만 몰두할 수는 없었다. 항상 생각해보는 것이지만, 우리네 인생은 세 가지 행위의 복합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일’과 ‘사랑’과 ‘놀이’가 그것이다. 그런데 세 가지 행위를 다 원만하게 이끌어가기란 참으로 어렵다. 일에 몰두하다보면 사랑이나 놀이에 소홀하기 쉽고, 사랑에 몰두하다보면 일이나 놀이에 소홀하기 쉽다. 그리고 놀이(또는 예술)에 몰두하다보면 사랑이나 일에서 처진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충족시키려면 일 자체가 놀이이고 사랑이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건 사랑을 테마로 한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동안에나 가능한 일이다.---p.90「수줍은 프러포즈」
“향희, 나하고 결혼해버리자. 이제 때가 온 거야. 철수도 그걸 기뻐해줄 거구.” 향희가 갑자기 까르르 웃었다. 갓 미망인이 된 여자답지 않은 웃음소리였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왜 자꾸만 절 놀리려드는 거죠? 우리 제발 이제부터는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고 얘기하기로 해요, 네?” 향희는 언제나 내 마음속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나는 무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녀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거두어들였다.---p.250「철수의 죽음」
나는 하얀색 롱코트자락 사이로 엿보이는, 거의 불두덩 언저리까지 기어 올라간 보아의 짧디짧은 미니스커트를 훔쳐보았다. 오랜만에 맛보게 된 탐미적 엿보기에 따른 관능의 떨림이 느껴져 왔다. 투명한 스타킹이 아니라 금빛 문양으로 장식된 스타킹을 신고 있어 그녀의 미끈한 다리가 한껏 육감적인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왼쪽 종아리에 두르고 있는 은빛 금속의 종아리찌가 무척이나 이채로웠다. 나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p.258「철수의 죽음」
내가 혜숙을 닮은 옥수한테 미련을 품고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혜숙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도 몰랐다. 혜숙과 나 사이가 전형적인 ‘애증병존’의 상태로 묶이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마더 콤플렉스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모든 원인은 섹스에 있었다. 하기사 모자지간에 존재하는 마더 콤플렉스라는 것도 결국은 섹스가 원인일 것이다. 섹스의 쾌감이 없었더라면 여자가 분만의 고통을 무릅쓰고 자식을 낳을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p.267, 268 「철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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