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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하계

나의 은하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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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599쪽 | 864g | 153*224*35mm
ISBN13 9788965130390
ISBN10 8965130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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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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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생각은 묵살 당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첫 의문은 비웃음을 받았다. 미지의 소녀에 대한 첫사랑과 날카로운 첫 키스의 숭고함이 솟구쳤던 첫 감정은 조롱받는 웃음거리가 됐다. 내가 꿈꾸는 이상 세계는 무너지고, 나의 첫 꿈이 짓밟힌 하루였다. --- p.48

미친 듯이 파고들다 자신도 모르게 밀려드는 짜릿한 쾌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열정적으로 해치우고 나면 밀려오는 짜릿한 그 희열, 열렬히 희구하는 짜릿함은 일지 않았다. 치열하게 맞붙어 보고 싶은 게 없었다. 열정을 잃어버린 성준은 살아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인간의 원천적 생명력이 소진돼 버렸다. 식어버린 성준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금이 간 가슴엔 차가운 날이 섰다. 마음의 벽을 쌓아버렸다. 자신이 세운 이상 세계는 무너지고 암흑시대가 덮친 세상과 선을 그었다. 하늘을 본들, 대지를 쓰다듬어도, 봄바람은 스쳐버렸다. 별 빛은 희망을 상실했다. 밤을 지새워 여명을 맞이하는 북받치는 짜릿함이 없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잃었다. --- p.63

내 생각도 없는 어린 내가 세상을 얼마나 안다고, 벌써 법을 다루겠다고 법관을 꿈꾸나. 사육된 생각으로 살아 있는 인간의 생각을 판결하겠다는 건 내 오만이다. 내 생각도 없는 내가 인간을 얼마나 안다고 정의의 길에 들어서려 하는가? 세상은 인간의 범주 내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법에게 묻는다.
“오직 하나 진실을 묻는데……. 사육된 생각으로 누구를 위한 진실을 찾을 수 있을까?”--- p.170

딱히 잡히지 않는 이유의 변두리를 맴도는 눈빛은 세차게 뿜던 독기마저 잃었다. 아무리 생각을 모아 본들 애당초 아무 생각 없었던 게 아닌가. 광열의 생각 없는 뿌리는 탁근할 영역을 찾지 못해 끝없이 떠돌며 한없이 말라들었다. 딱 한마디라도, 무엇이든 상관없고, 그 어떠한 것일지라도, 뭐든지 걸리기만 하면, 막무가내로 허공을 더듬는 혀끝의 부질없는 욕망질, 미지의 욕망을 찾아 하염없이 휘감아 돌던 혀는 말라들어 까칠해졌고, 타는 입술에 덕지덕지 눌러 붙는 삶의 갈증에 짠 맛이 배였다. 꿈의 땅에서도 뿌리 없는 이상은 시들고, 황무지의 봄을 떠도는 자유는 스러졌다. 부질없는 욕망 질에 허기진 열정은 부서지고, 굶주린 눈동자는 희망의 빛을 상실했다. 씁쓸한 목구멍에서 소주 생각이 솟구쳤다. --- p.200

지나가는 말처럼 중얼거리던 김 교수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강의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건데, 이따위로 할 것 같으면 내 강의 듣지 마. 너희들 소원인 학점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열띤 강의를 했지만 껌벅거리기만 하는 제자들을 보는 김 교수 눈빛은 허기졌다.
“자유를 모른다? 하기야, 자유를 위해 해본 게 있어야지. 내 캠퍼스는 암울했어. 자유를 달라고 외치던 내 친구들은 죽었고……. --- p.298

그러나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무리 머릴 싸매도 더 이상 생각이 뻗치지 않았다. 일요일 밤 늦은 시간에 하늘정원으로 올라갔다. 별빛들만 반짝거리는 텅 빈 하늘정원은 자신의 마음처럼 적막했다. 삭막한 캠퍼스에 별빛이 내려앉았지만 어디에도 스며들지 못하고 떠도는 듯했다. 저만치 취업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도서관을 드나드는 학생들이 보였다. 별빛에 눈 한번 맞추지 않는 젊은 가슴들은 머리를 처박고 휩쓸려 다녔다. --- p.365

지금의 나는 남들이 정해준 나이고 남들이 원하는 욕망이다. 아버지가 원하는 나는 자식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나인가. 내 인생이 아니라 남의 인생은 아닐까? 내가 꿈꾸던 내 인생인가?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게 내가 바라는 나였던가? 끝끝내 나 자신을 알지 못하고 대학생이 되어버렸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뭘 하겠다고 거창하게 법 공부를 한다고……. 내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미래를 꿈꾸는가. 철없는 시절 잠시 찾아 헤매던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누군지 알 수 없는 나는 어디 있는가? 나를 잃어버린 나는 누구인가? 도대체, 어디까지가 나일까? --- p.435

인간은 원하지 않고 점수만 원하는 대학에 수석 합격까지 했지만 결국 가장 소중한 자신을 잃어버렸다. 무궁무진한 인간의 꿈을 한낱 점수로 계산해 버리는 몰상식한 탄압에도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 침묵하고 시키는 대로 했다. 인간의 미래에 등수를 매기는 정신 나간 짓을 하고도 큰소리치는 어른들의 낡은 생각에 무자비하게 당했다. 어찌하여 인간의 희망 앞에 점수 따위로 덤비는지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460

성준의 육체를 떠나버린 파우스는 인간이 가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진정한 세계로 들어가 버린 파우스는 완전히 자기 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인간의 생각으로 가 닿지 못한 성준은 파우스를 잃어버렸다. 무궁무진한 삶의 우주 아득히 먼 내면 언저리에서 미지의 별빛이 눈부시게 반짝이었다. 어떤 인간도 가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사라져버낸 파우스는 영롱한 빛으로 미지의 은하계를 밝혔다.
--- p.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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