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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95쪽 | 288g | 148*210*20mm
ISBN13 9788932020716
ISBN10 89320207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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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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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잠깐. 조용히들 해. 조용히.”
선생님이 외쳤다.
“창문을 모두 닫아.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안 돼.”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아이들을 바라보더니 복도로 나갔다. 나는 선생님을 눈으로 좇다가 국어 교과서를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아이들이 와글거리는 말들이 국어책에 씌어 있는 것처럼 그 소리만이 의식되었다.
주로 “야, 멋지다”는 말과 “나도 함 해봤으면”이라는 말, 그리고 “야, 재미있겠다!” 같은 말이었다. 그중에서도 “야, 재미있겠다!”라는 말이 가장 많았다. 어떤 때는 감동적인 묘기라도 보는 양 한꺼번에 “우아!” 하고 외쳤다.
나는 화가 나려고 했다.
미친놈들. 불이 났는데 재미라고?
그렇지만…… 나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아빠가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하지 않았다면. --- pp.11-12

아빠가 탈출하려고 애쓴다. 뜨거운 연기 때문에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폭발의 충격으로 헬멧이 날아가버려 불을 켤 수가 없다. 소방 호스를 찾아 바닥을 더듬으며 움직인다. 그러다가 그 애를 발견한다. 그 애는 천 더미 틈에 꼭 끼인 채 늘어져 있다. 아빠가 그 애를 안아 올린다. 아이는 살아 있다.

아빠는 필사적으로 입구를 찾아 움직인다. 그때 콘크리트 기둥 하나가 무너지며 아빠를 덮친다. 아빠는 머리를 다치고, 무거운 기둥에 깔린다. 아이가 울며 아빠에게 달라붙는다. 아빠는 안간힘을 써본다. 소용없다. 아빠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갑자기 머리가 깨지는 것 같다. 금세 정신이 희미해진다. 아빠는 우는 아이의 얼굴에 간신히 산소마스크를 덮어씌우고 정신을 잃는다…………………………………………………………………………………………………………………………………………………………………………
비슷비슷한 상상을 여러 번 해보았다. 확인할 길이 없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상상뿐이었다.
그 당시 아빠의 동료 소방관 아저씨들을 찾아보면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엄마가 싫어할 것 같았다. 엄마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그 일에 매달릴 생각은 없었다. --- pp.32-33

아이의 목소리가 또 올라갔다. 조절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아이는 또 나를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어린아이처럼 맑은 웃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한 빛깔에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재빨리 김밥 한 줄을 썰었고, 그 애가 선 채로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꾸 나를 보고 히죽거렸다. 내가 마음에 드는 건가? 무심코 속으로 묻는데, 순간 내 가슴이 철렁했다. 한참 뒤늦은 그제야, 그 애가 바로 아빠가 구한 애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쿵덕쿵덕 심장이 속도를 높였다. 순식간에 생각도 감정도 복잡해졌다. 내 머리와 가슴이 내 생각과 감정을 서로서로 부정하려고 애쓰기 시작했다. 나는 앞서 머릿속으로 되풀이한 생각을 다시 끄집어내 다른 쪽으로 결론을 내려고 애썼다. --- p.115

나는 화재 진압복을 입고, 헬멧을 쓰고, 호스를 꼭 쥐고 괴물로 변한 시뻘건 불을 향해 나아가는 소방관 아저씨를 상상했다.
아저씨는 무섭고 외롭다. 여기저기 동료 소방관들이 있지만, 그래도 무섭고 외롭다. 아저씨가 자신을 외롭고 무섭게 한 성난 불을 죽이기 위해 차가운 물을 뿌린다. 아저씨는 괴물과 싸우는 의로운 전사다.
아빠도 전사였다. 의로운 전사. 엄마 말로는 숭고한 전사.
아빠가 동료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불 폭풍에 날려 정신을 잃는다. 아빠는 홀로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깨어난다. 뜨거운 암흑 구덩이에서 홀로.
아빠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외로움이니 무서움이니 하는 말은 너무 부족하겠지? 그 아이를 발견했을 때는 기뻤을까? 기쁨 같은 걸 느낄 여유도 없지 않았을까? 아이에게 산소를 마시게 하면서 어서 밖으로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겠지?
그러나 시멘트 기둥이 쓰러진다. 아빠가 거기에 깔린다. 아빠의 인생은 거기서 정지된다. 아빠의 시간도 거기서 정지된다. 성난 불과의 싸움도 정지된다. 오직 그 애의 시간만이 이어진다.
내가 그 애를 찾아냈다. 아빠의 죽음이 꽃을 피운 걸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데 그 애는 정상이 아니다. 처음 보는 나에게 맑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그 애는 내 눈을 보고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똑바로 눈을 맞추지 못하는 애. 자기 속에만 갇혀 있는 애. 그 애도 외로움을 느낄까? 다른 사람과 눈빛을 나눌 수 없는 그 애도 외로움을 알까? 쓸쓸함을 알까? 자신이 누구인지 알까? --- pp.143-144

“왜 아빠와 결혼했느냐고 했지?
갑자기 엄마가 입을 열었다. 엄마는 내 반응은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결혼하기 전이었는데, 네 아빠가 근무하는 소방서를 찾아간 적이 있어. 예고 없이 그냥 갔지. 놀라게 해주려고. 가끔 그랬어. 그러면 본인도 좋아했고, 동료 소방관들도 참 잘해주었거든. 그런데 그날은 마침 아빠가 화? 진압을 하고 막 돌아온 뒤였어. 저녁이었는데, 정말 지친 모습이더구나. 그을음이 묻은 번들거리는 지친 얼굴로 환하게 웃었지. 그런데 정말 아름다워 보이더라. 난 그때 남자가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뭐랄까……”
엄마가 말을 고르느라 잠시 멈추자, 때맞춰 아저씨도 차의 속도를 늦췄다.
“순수한 전쟁을 치르고 온 사람…… 순수한 투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순수한 남자…… 그런 느낌이었어. 지친 얼굴에 떠오른 웃음이 그렇게 선해 보일 수가 없었어.”
엄마는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네가 어느 정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싸우는 건 뭔가를 얻기 위한 거고, 싸우는 대상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이야. 우리가 인생이라고 하는 게 그런 것인지도 몰라. 끝없이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과정.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불과 싸우는 소방관들은 달라. 다른 사람을 이겨서 뭔가를 얻기 위한 게 아니라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재산과 생명을 구하긴 하지. 하지만 그게 자신을 위한 건 아니야. 소방관들은 불과 싸우지 사람들과는 싸우지 않아. 때로 목숨을 걸고서 싸워. 그날 난 그런 싸움을 하고 돌아온 네 아빠를 봤어. 진짜로 순수한 전사 같았지.”
내내 앞쪽을 보고 있던 엄마가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결혼했어.”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 pp.17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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