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의 근력은 중형차를 들어올릴 정도이며, 혈액을 약 10미터 높이로 분출할 수 있다. 심근은 일생 동안 약 1억 5천 만 리터의 혈액을 박출한다……순환계는 심장과 혈관으로 구성된다. 심장은 순환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다. 가슴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한다. 따라서 왼쪽 폐는 오른쪽 폐보다 약간 작다.
심장은 사실 두 개의 펌프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다. 왼쪽 펌프는 폐로부터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받아 뇌, 간, 콩팥 등 전신의 장기와 조직에 전달한다. 이러한 혈액의 흐름을 체순환이라고 한다. 한편 오른쪽 심장은 온몸의 조직에 산소를 전달한 후 산소가 부족해진 혈액을 받아 폐로 내보낸다. 이러한 혈액의 흐름을 폐순환이라고 한다. --- p.23

심장에도 혈액 공급이 필요하다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심장은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므로 혈액을 통해 계속 산소와 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심장으로 가는 혈류가 막혀 산소 공급이 차단되면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협심증이다. 상황이 더 나빠져 심장의 일부가 전혀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5-10분 정도만 공급받지 못해도 그 부위의 심근이 죽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 p.40

심혈관계에 생기는 많은 질병의 근본 원인은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란 말 그대로 동맥이 딱딱해지는 것이다. 동맥벽이 오랫동안 지속적인 압력을 받으면 딱딱해지면서 유연성을 잃고 뻣뻣해진다. 따라서 동맥경화는 노화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을 일으키는 동맥경화를 특별히 죽상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죽상’이란 죽 모양이라는 뜻이다. 동맥벽 속에 죽처럼 생긴 물질이 쌓여 딱딱해진다는 뜻인데 실제로 이와 다르지 않다. 혈관 내벽에 군데군데 끈적한 죽을 흘린 것처럼 생긴 플라크들이 오돌토돌하게 솟아올라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 p.55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함께 상승한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보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사이의 비율이 더 큰 문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을수록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지단백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저밀도 지단백LDL을 보통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하고 고밀도 지단백HDL은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혈액 속에 LDL, 즉 나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으면 동맥벽에 콜레스테롤이 자꾸 쌓인다. 동맥 내벽을 작은 구멍이 무수히 나 있는 스폰지라고 생각해보자. LDL 콜레스테롤은 스폰지에 나 있는 구멍과 크기가 비슷한 작은 공이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은 크기가 훨씬 큰 공이다. 두 가지 공이 혈액 속에 흘러다닌다면 작은 공들은 스폰지에 나 있는 구멍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크기가 큰 공은 동맥벽에 부딪히더라도 튕겨나가며 계속 흘러다닐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이게 되는 원리다. --- p.141

일부 베타차단제는 ‘선택적’이다. 폐에 있는 베타수용체에는 거의 작용하지 않고 심혈관의 베타수용체에만 작용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천식환자는 폐에 있는 베타수용체를 차단하면 천식발작이 일어나기 때문에 베타차단제를 쓸 수 없었지만 선택적 베타차단제가 나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베타차단제의 다른 부작용으로는 손발이 차가워지고 따끔거리거나, 생생한 꿈을 많이 꾸거나, 다리 근육이 무거워지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있다. 성욕이 감소하거나 발기부전이 생기는 등 성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 p.171

예를 들어, 심한 통증이 생기면 삶의 모든 영역이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화살표는 한 방향이 아니라 양방향이다. 즉, 다른 영역을 적절히 이용하면 통증을 감소시키거나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우울증도 똑같이 설명할 수 있다. 우울증은 정서 영역에서 처음 느껴진다. 정서적 반응, 즉 기분이 변하면 특정한 방식으로 사고하게 되고 이는 다시 행동의 변화를 일으켜 생활습관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신체 증상을 느낄 수도 있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신체 영역의 변화를 통해 우울증이라는 정서 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기만 해도 자신이 무기력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우울증에 동반되는 무력감이 줄어든다. --- p.252

슬프고 우울한 감정은 자기가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이끌어내고 강화시킨다. 그 결과 사람들과 세상으로부터 숨고, 도피하고,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움츠러든다.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 두렵다는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언제라도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쉬운 것은 새로운 습관을 추구하는 것이다. 당장 밖에 나가 뛰거나(행동과 신체 영역), 동호회에 가입한다든지, 친구나 친척을 더 자주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생활습관 영역). --- p.260

소금은 직접적으로 혈압에 영향을 미친다. 소금에 들어 있는 나트륨이 몸속의 다양한 조절 기전에 영향을 미쳐 혈압을 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소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심혈관질환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신장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몸에서 필요없는 수분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장은 혈액을 걸러낸 후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오줌으로 만들어 방광으로 내려 보낸다. 이 과정에는 혈액 속 나트륨과 칼륨의 섬세한 균형이 중요하다.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액 속의 나트륨 수치가 올라가 신장에 부담을 준다.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결국 혈압이 올라간다. 죽염, 천일염 등 어떤 소금도 마찬가지다. 많이 먹어서 이로운 소금은 없다……WHO에서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그램 이하로 낮출 것을 권고한다. 나트륨이 소금은 아니므로 소금으로 환산하면 약 5그램이 되는데 한국인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약 12그램에 이른다. 나트륨이 고혈압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고 국가별로 나트륨 권장 섭취량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하고,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고혈압이나 뇌졸중, 심장질환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요즘은 많은 식품에 영양성분표가 붙어 있으므로 나트륨 섭취량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보통 영양성분표에는 나트륨 함량이 표시된다. 이를 소금의 양으로 환산하려면 2.5를 곱하면 된다. --- p.274

우리 몸에서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대사과정이 진행된다. 그중 많은 과정에서 산화를 통해 유리기가 생성된다. 유리기(遊離基)란 짝짓지 않은 전자를 지닌 물질로 화학적 활성이 매우 강하여 연쇄반응을 통해 세포막이나 DNA를 손상시키는 물질을 만들어낸다. 혈관벽 세포가 이런 식으로 손상되면 결국 혈관 내막이 손상되기 때문에 동맥경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병적 과정이 시작될 수 있다. 하루에 과일이나 야채를 5번 이상 섭취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 가지만 5번 섭취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색깔을 띈 다양한 과일이나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훨씬 좋다.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사실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값비싼 영양제나 효능이 의심스러운 건강식품을 먹는 것보다 다양한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훨씬 좋다.

<b>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고혈압…설명 들으면 이해가 되나?<br/></b><br/>심장병, 뇌졸중, 고혈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심혈관질환’이다. 온몸에 혈액을 순환시키는 심장과 혈관에 관련된 병이라는 뜻이다. 심혈관질환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흔한 사망 원인이며, 계속 환자가 늘고 있다. <br/>병은 알아야 이긴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 많고 환자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점이다. 협심증은 뭐고, 심근경색은 뭘까? 부정맥은 어떻게 된다는 거고, 심부전은 뭐가 문제라는 걸까? 의사는 친절하게 설명하고 환자는 열심히 듣는다. 그래도 알아듣기 어려우니 의사는 지치고, 환자는 절망스럽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똑똑한 통역이 필요하다! <br/><br/><b>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똑똑한 통역이 필요하다!<br/></b><br/>갑자기 고강도 운동을 시작하면 다친다. 제대로 운동을 하려면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이 책은 열심히 찾아보고,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준비운동이다. 심장과 혈관에 관해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폭넓게 알려 준다.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의료인과 소통하고,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한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비유하자면 지식을 쌓기 위한 지식이자, 똑똑한 통역이다.<br/><br/><b>기초가 튼튼해야 크고 멋진 집을 지을 수 있다<br/></b><br/>고혈압에 관해서, 심근경색에 관해서 깊이 알려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심장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왜 중요한지부터 어떤 병이 있고, 어떤 약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부작용은 무엇인지, 뭘 먹어야 하고,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 등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폭넓게 알려 주는 책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어떤 병을 깊이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심장과 혈관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질병과 약과 운동과 식품에 관해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폭넓게 알려준다. 깊이 알기 위해 먼저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필살기를 익히려면 기본기를 먼저 익혀야 하듯, 여기 실린 내용을 이해한다면 고혈압이든, 뇌졸중이든,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부정맥 등 어떤 심혈관질환이라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