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러시아 총선은 2011년 정당성 위기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은 이후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였다. 더욱이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는 연방 차원의 선거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2016년 9월 23일 러시아 연방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를 보면 제7기 국가두마 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2011년 직전 총선보다 12.5%가량 낮은 47.88%였다. 또한 총 14개 정당이 참여한 가운데 6개 정당이 차기 국가두마에 진출했고 여당인 통합러시아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 p.15
푸틴 대통령이 2016년 연례 국정연설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러시아 국민이 다시금 자신의 내적 동력을 극대화해 단합된 힘을 구축하고 국내적·대외적 현안과 과제의 해결에 더욱 매진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특히 연설 속에 배어 있는 ‘자신감’과 ‘차분함’은, 첫째, 크림 병합 이후 조성된 대외적 위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과 국제적 위상 제고, 둘째, 9월 14일 치러진 총선에서 여당 통합러시아의 헌법적 다수 의석 확보로 대변되는 국내적 안정 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 p.26
2017년 러시아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선다고 하더라도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기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뉴노멀(new-normal)’로 지칭되는 새로운 세계경제 환경, 즉 저성장·저유가 환경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러시아는 2000년대 러시아 경제 성장을 이끈 에너지 자원이 성장 동력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새로운 동력원을 개발해야 하며, 경제 구조의 체질 개선과 다변화를 도모해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 --- p.38
2016년 러시아는 그동안 누적된 대외 관계의 위기를 상당 부분 극복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직면한 대외 관계의 위기가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이 우크라이나 위기, 시리아 내전, 더 나아가 EAEU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에 따라 세계경제의 흐름 자체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중심’이 되기 위해 구소련 지역을 넘어 더 많은 지역 문제에 개입할수록 향후 러시아가 직면해야 할 도전과 위기도 점점 많아진다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적에 대한 분노를 키우고 군사력을 현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더 많은 ‘친구’를 만드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 p.47
2017년에는 군사 정치 상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변국 리더십 교체가 러시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러 협력 가능성이 증대됨과 동시에, 트럼프의 민족주의·고립주의 성향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적 세계질서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p.53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 주력 부대를 철수하면서 장기적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한편, 일부 병력을 잔류시켜 평화 조정 업무와 IS 격멸 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국제 대테러 전쟁에서 미국, 유럽 국가들과 협력하기 위한 여건도 조성되고 있다. --- p.107
그렇다면 푸틴이 극동 개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아태 지역이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객관적 현실에 대한 크레믈 전략가들의 명료한 인식을 지적할 수 있다. 아태 지역은 이미 세계 GDP의 57%, 교역량의 48%를 차지하는 지구촌 최대 경제권으로 부상했다. 극동과 인접한 한국, 중국,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경제 대국이고, 당장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자본, 첨단 제조 기술, 시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유럽이 전략적으로 러시아산 석유·가스 수입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에너지 먹는 ‘하마’가 몰려 있는 동북아는 에너지 수출의 새로운 출구다. --- p.140
지금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러시아의 신동방 정책과 옛 소련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EAEU 출범,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구상’을 통한 천문학적 금액의 인프라 개발과 역내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성장과 새로운 시장 부족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는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한국이 유라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는 결국 북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을 전면 봉쇄하고 전쟁 분위기를 고취해서는 러시아와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국가들과 제대로 협력할 수 없다. --- p.161
북극권 지역의 산업 개발이 가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로 인한 다양한 환경오염과 환경 파괴 문제는 오래전부터 경고되어왔다. 그런데 이 탄저균 사건은 그동안 우려했던 현상들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는 주로 해양생태계의 파괴와 산업 개발 과정에서 인간의 고의 또는 실수로 인한 환경 파괴가 문제로 지적되었는데, 육상의 자연 생태계가 자연 발생적 원인으로 이렇게 심각하게 위협받은 사례는 없었다. --- p.218
더욱이 최소한의 이성적 사고를 하는 정부라면 극동 지방을 결코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극동 개발은 갈수록 심해지는 러시아 국내 발전의 비대칭, 물질적·정신적 부와 문화의 편중을 해결하는 데 상징적일 뿐 아니라 매우 실제적인 조처이기 때문이다. 푸틴 집권 2기 이후 러시아는 ‘현대화’라는 말로 낙후된 지방의 균형적 발전을 얼마나 주장해왔던가. --- p.259
지금까지의 내용이 체르케스 문제의 역사적 배경이라면 체르케스인 디아스포라를 러시아(캅카스)로 귀환하는 문제는 당면한 체르케스 문제다. 귀환 문제는 특히 시리아 내전 사태로 시리아에 거주하는 체르케스인들의 귀환 요청이 늘면서 관심을 끌게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태도는 소극적이다. 캅카스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북서캅카스 지역에 비극적인 역사를 간직한 체르케스인들이 증가하는 것을 중앙정부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 p.344
캄찻카 한인들은 자신들의 뿌리가 북한에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한국과도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장차 남북한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캄찻카 한인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남북한 양국과 동시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대북 정책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매우 주목해야 할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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