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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토요일

길 위의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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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70쪽 | 538g | 130*195*30mm
ISBN13 9791195061426
ISBN10 119506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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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 내일이 오기 전에는 반드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많은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어쩌면 꽤나 긴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더라도 부디 끝까지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 p.7

그가 내뱉은 담배 연기가 흡연실을 뿌옇게 흐렸다가 천천히 사라지자 모든 것이 선명해졌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환자복 바지를 맞춰 입은 네 남자의 선명한 모습을 통해서, 그들의 눈동자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지요. 아니, 비로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마침내 이곳, 정신병원까지 들어오게 됐구나!’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꼼짝없이 갇힌 채로 정신병자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p.29

정신병자로서 살아온, 바깥세상이라고 불리던 바로 이 보편적인 세상의 삶은 제게 마치 날카로운 송곳과도 같았습니다. 때때로 그것에 용기 있게 맞서 보기도 했지만 늘 맨살이 드러난 약한 가슴을 내줘야만 했고, 태양 아래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숨어야 했으며, 어둠 속에서조차 한껏 몸을 웅크린 채 두려움에 떨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속이고 숨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정신병자의 삶, 그것이 오직 제 현실이었습니다. 어떤 신념과 가치관, 이상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한낱 미친놈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 p.30

…… 이 모든 감정이 무상하여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흐려질 때면, 철창 밖 새벽을 빛내는 수줍은 별들의 쓸쓸한 죽음조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면, 바깥세상에 홀로 남겨 두고 온 저만의 그녀가 한없이 그리워졌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제 두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제 두 손으로 그녀를 느끼고, 제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포개고, 제 혀로 그녀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요, 철창에 갇혀 무엇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원한 것은 멍청하게 앉아 머릿속을 비워 내는 명상이 아닌,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와 나누는 흘러넘치는 피처럼 끈적거리는 감정의 교류였습니다.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 상황의 저를 헤아려 주실 수 있는지요?
--- p.34~35

단지 비정상적이라 규정짓는 성격의 것이 밖으로 표출되느냐 숨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어차피 비정상이라는 기준 자체가 바깥세상의 사람들이 자신을 정상인이라 변명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일 테니까요.
--- p.65

철창 밖은 한없이 조용했습니다. 도로를 긁는 자동차 바퀴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적막이라고 할까요, 왠지 모를 쓸쓸함이 제게 조금의 안정을 되찾아 주는 듯 느껴졌습니다.
--- p.93

간혹 조용한 밤을 보낼 수 있을 때조차 좀처럼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저 습관대로 잠을 자는 척 누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밤이 주는 고요함에 숨을 죽인 채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하곤 했지요.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맞이할 수 있는 새벽, 아버지가 내지르는 소리도 어머니의 다급한 외침도 없는 완전한 혼자로서 누릴 수 있는 그 조용한 새벽은 제게 처음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가져다주었습니다.
--- p.123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그 속으로 뿌옇게 사라지는 여자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생기를 잃고 날갯짓을 멈춤,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슬픔을 찾아 헤매는 나비들 같았습니다.
--- p.137

천장은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돌아 떨어질 듯 말 듯 저를 조롱하며 일렁였습니다. 잠시 후 사각의 천장 한 모서리에서 기다란 팔 하나가 쓱 나오더니 갑자기 하얀 얼굴을 내밀더군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작은 몸을 한 어린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저와 눈을 맞춘 채 천장 가운데로 미끄러지듯 향했다가는 이내 형광등 아래로 재빨리 사라졌습니다. 그러자 형광등에서 하얀 불꽃이 일더니 잘게 조각나 제 얼굴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덜컥 겁이 나 눈을 질끈 감자 어린아이는 깔깔거리고 웃으며 이불 속으로 들어와 저를 간질이기 시작했습니다. 재빨리 몸을 일으켰습니다. 방 안은 어두웠고 창밖은 환했습니다.
‘시시하지?’
그때 어린아이가 창밖에서 검은 그림자로 나타나 말했습니다.
--- p.142~143

우정을 나누고자 했던 친구들,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여자 아이……. 삶은 제게 그 작은 행복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스치는 모든 것은 기억이라는 그을음만 남긴 채 타 버려 사라지니, 저로서는 제게 주어진 불운한 삶을 원망하며 무심한 시간 속에 홀로 서 있는 것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p.161

행운이라는 것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저였지만 그녀만큼은 예외였습니다. 그녀는 제 우둔한 두 눈으로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저를 알아보고 다가와 주었지요.
--- p.175

결국 저는 다시 예전의 저로 돌아가기 위해 더욱더 심한 괴로움 속으로, 깊은 늪 속으로 제 몸을 내던져야 했습니다. 글쎄요, 그렇다고 하여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후회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모두가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기에, 때때로 그런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에 대한 제 변덕스런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가볍고 하찮으며 우습게까지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누군들 자신의 마음을 똑바로 마주하고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겠습니까.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완전한 영혼을!
--- p.198~199

그때 몸을 돌려 흡연실 문을 향하는 그의 구부정한 허리 위로 커다란 코끼리와 그의 못생긴 색시가 포개어 엎드려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코끼리는 검은 머리를 옆으로 늘어뜨린 채 그의 허리를 따라 느긋하리라 생각될 만큼 편한 자세로 엎드려 있었고, 그의 못생긴 색시는 검게 그을린 조막만 한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꼭 붙잡고 있었습니다.
--- p.335

저녁을 먹은 뒤 두꺼운 스프링 공책을 껴안고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습니다. 아른거리는 모습의 그녀가 두 팔을 벌린 채 제게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손을 뻗어 그녀를 껴안았습니다. 그러고는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은 아주 잘 잤습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도중에 깨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 제 어깨를 흔들어 깨우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눈을 뜨자 허 선생님이 저를 내려다보며 말했습니다.
“희우야, 일어나. 명상 시간이야.”
--- p.337

매주 토요일마다 외출을 나가면서부터 그곳의 프로그램과 생활을 조금 소홀히 대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 점이 은근히 신경 쓰여 외출 나갔다 들어올 때도 티를 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냉정했습니다. 저를 대하는 그 태도가 외출 이전과 확연하게 바뀐 것이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토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토요일이 되면 허겁지겁 외출을 나갔고, 돌아와서는 저를 차갑게 대하는 사람들 틈에서 다시 토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 p.345

“이 선생님.”
나 선생님이 손을 멈추고 턱을 괴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곳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 p.347

그렇게 4월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저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경계마저도 허물어져 어느 곳이 정상이고 어느 곳이 비정상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그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외출만은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p.349

연기들은 마치 길 잃은 유령들처럼 천장 아래에 모여 서로 엉겨 붙은 모습으로 어지러이 화장실 안을 맴돌았고, 천천히 환풍기가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유령들은 빠르게 움직였고, 이내 환풍기를 통해 몇몇은 날개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고, 일부는 바깥세상으로 흘러 나갔습니다. 미처 그곳까지 닿지 못한 유령들은 떠나가는 유령들을 붙잡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 화장실 문이 벌컥벌컥 열릴 때마다 유령들은 누가 붙잡아 끌기라도 하듯 문틈 사이로 힘없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죽지도 못하고, 바깥세상으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거실로 나가지도 못한 채 천장 아래에서 방황하던 유령들은 제자리에서 차츰 사라져 갔습니다.
--- p.404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지하철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가방에서 나 선생님에게 건네주려고 한 편지를 꺼내어 읽어 봤습니다. 그녀가 제게 해 준 여러 가지 말이 생각났습니다. 편지를 다 읽고 다시 창밖을 바라봤습니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철창 없는 지하철 창밖으로 덜컹거리는 울림이 제 지난 기억들을 스치며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 p.410

11월의 태양은 하늘을 빠른 속도로 붉게 물들였고, 북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은 낮 동안 힘들게 달궈진 공기를 차갑게 식혔습니다.
“……이제 곧 겨울이 되겠지요?”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말이다, 때론 마음을 아프게는 하지만, 그 아픔을 이겨 내고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기만 한다면 그 존재는 우리 마음 속에서 되살아나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거란다. 요즘은 이것이 진정한 ‘부활’의 의미가 아닌가 싶구나.”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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