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그 끝 모를 불안은 어디로 갔는가.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이 문제다. 걱정을 슬쩍 내려둔다. 지금, 여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 p.19
주변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취해 생각했다. 세상을 사는 일도 똑같을 것이다. 나의 맛과 너의 향이 근사하게 함께 어우러지는 삶.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지내고 싶다.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그러므로 우린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존재. 자연스레 섞이고 서로를 존중하며 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제일 중요하겠다. 이 향긋하고 따뜻한 커피처럼 말이다. --- p.22
스스로 물었다. 나는 우산 같은 사람일까? 아니, 아직 멀었다. 그래도 언젠가, 내가 누군가에게 우산 같은 사람이 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평소에는 가만히 저 기억 밑에 숨어 있다가도 날이 흐려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 꼭 필요할 때 더할 나위 없는 무언가가 되는 그런 사람, 적어도 비가 내려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보다는 나을 테니까 말이다. --- p.25
그런 면에서 누군가를 잘 이해하려는 노력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낼 생채기가 너무 아플까 봐 스스로에게 놓는 진통제 같은 것이랄까. --- p.37
그래도 막차 안에 우리가 함께 있어 괜찮다 생각했다. 오늘은 특히 포근했다. 어쩌면, 막차의 다른 말은 ‘위로’일지도 모르겠다. --- p.48
어쩌면 인생 자체가 고민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고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삶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여기, 우리의 고민은 마땅하다.
고민. Go, Mean. Go, Mean-ing.
고민하고 있나. 찾고 있나.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 p.63
스스로 바로 서는 일은,
내가 나를 이해하고,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의미를 알고,
주변의 어떠한 이야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마음과 함께,
스스로 세운 삶의 철학을 통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 --- p.73
그냥,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일상이 여행 같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심란한 마음을 추슬렀다. 내일을 잘살기 위해 오늘을 신나게 여행하는 중이고, 짧고도 길었던 어제의 여행은 분명 오늘을 더 즐겁게 지내도록 도와주었을 테니까. 여행이 삶이랑 닮았다는 건, 이런 이야기가 아닐는지. --- p.81
‘잘 행복하자’라는 말이 어색한 이유는, ‘행복’은 ‘잘’의 문제 따위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감에 ‘잘’이라는 말이 꼭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83
“우리 삶이 그렇게, 쓸데없이 바쁘진 않을 거야. 의미가 없는 것은 없으니까. 지금 이 순간도, 언젠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든 다가올 거야. 오늘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 당장 정의 내릴 필요는 없어. 때가 되면, 분명 어떤 형태로든 알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일 뿐이지.” --- p.104
일상을 움직이는 힘은,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산다는 믿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를 위한다는 굳건한 믿음. 보잘것없는 이기심이 아니라 늘 새로운 재미와 좋은 의미의 기반 위에서 주체적으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최선을 다해 잘살고 있으니 괜찮다는 믿음. 후회는 남기지 않을 거란 믿음. 이런 믿음이 나를, 우리를 힘차게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나. (아님 말고) --- p.115
나이를 먹는 일이 참 대수롭지 않다가도, 큰 파도처럼 마음속 깊게 밀려 들어오는 때가 있는데 오늘이 꼭 그랬다. 모진 세월이 만든 깊은 주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부터 패기로 뭉친 푸르른 청춘의 숨소리까지, 모든 세대의 생각과 고민이 한 공간 안에 있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각자의 삶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다. 버스 손잡이를 잡고, 함께 멈추기도 하고 흔들리면서 말이다. --- p.126
누구나 딱 세 글자로만 대화하는 세상을 상상했다. 짧고 간결하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함축된 언어로 가득한 세상. 가만히 앉아, “고마워.”라는 말의 대답엔 무엇이 가장 으뜸일까 생각했다. 이리저리 펜을 돌리다가 고심 끝에 적었다. “내가 더.” 감사의 마음은 원래 그렇게 주고받는 것. 그래 앞으로 “고마워”에는 “내가 더”다. --- p.155
‘ㅈㄱㅇ’를 써놓고, 언젠가는 ‘지겨워.’라 읽었고, 오늘은 ‘즐거워.’라 읽었다. 내심 다음번엔 ‘즐겨요.’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겠나. ‘지겨워’ 보다는 즐거워. 나와 너, 우리가 그렇다면 참 신이 나겠다. --- p.164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 했다.
‘여유롭게 행동할 것’의 줄임말도 여행이지 않나, 생각했다. --- p.171
보이는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 나와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말을 듣게 될 때,
비로소 우리. --- p.172
삶이라는 너른 바다 위 표류하는 나에게
안정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파도에 흔들림 없는 배를 사는 일인지.
파도에 흔들림 없이 중심 잡는 방법을 배우는 일인지.
--- p.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