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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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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90g | 148*210*30mm
ISBN13 9788957075234
ISBN10 89570752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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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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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태어날 때부터 늘 혼자였다. 내가 혼자였던 이유는 김 작가가 내 인생에 도통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엄마이면서도 내가 함께 뒹굴 가족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가족에 얽매이지 말고 좀더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거창한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에 와서야 내릴 수 있는 해석일 뿐이다.
왠지 내 주변에는 그 흔한 사촌형제도, 만만해서 방심해도 되는 이모나 고모, 거들먹거리는 삼촌 한 명 없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도무지 나라는 유전자의 기원을 알 수 없었다. 저 혼자 떠받치고 있는 무겁고 불가해한 지구라는 행성과 도무지 사회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철부지 김 작가. 그 두 가지가 나를 감싼 세상의 전부였다. --- p.11

죽음, 고통, 우울 따위의 표현만 줄기차게 해대던 나와 달리 그 애는 기쁨과 환희를 묘사할 줄 알았다. 정말 고수를 만난 기분이었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나는 언제나 유쾌한 농담을 날릴 줄 아는 센스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또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도서실은 단지 내가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당한 침묵과 열기가 뒤섞인 근사한 곳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너는 지적이고 유머 있고 감동적인 존재야”라는 표현은 정말이지 볼품없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온 나를 스스로 재인식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 오직 K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사랑의 강렬함보다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사랑의 출발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크게 먹었고 K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K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책도 더 많이 읽었고 전보다 더 많은 편지를 썼다. 그해 봄부터 시작된 연애는 성인이 된 후 어느 시기까지 계속되었다. --- pp.23~24

내친김에 여관 갈 돈이 없는 가난한 연인들 사이에 “사랑을 나눌 우리들만의 방이 필요해”라는 말을 유행시킨 폴란드의 소설가 마렉 플라스코의 『제8요일』이라는 소설을 들고 다니기까지 했다. “방이 필요해, 방이 필요해”라고 떠들고 다니면 왠지 근사해 보였던 것 같다. 아무 대책 없는 청춘 남녀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이 갖고 싶었다. ‘8요일’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날인 동시에 자신들이 사랑할 수 있는 날인 것이다. 두 사람이 바르샤바의 이곳저곳을 떠도는 며칠 동안의 사랑 이야기, 아니 세상과의 싸움에서 진 청춘 남녀의 이야기였다. --- p.50

글쓰기 모드의 필요조건이라는 게 있을까. 금방 생각나는 건 일단 날씨가 너무 더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이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를 상상해보면 좋겠다. 날씨와 소설은 누가 뭐래도 상관관계가 있다. 그리고 너무 배가 불러도 안 되고 너무 배가 고파도 안 된다. 배가 부르면 문제의식을 상실하고 배가 고프면 꼬르륵거리는 소리 때문에 글 쓰는 데 집중을 못 한다.
(…)
이런 조건들과 더불어 한두 시간은 복수심으로, 또 한두 시간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 또 한두 시간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자각에 의해 세 날의 칼을 번갈아 내밀 듯 하면, 글은 써진다. 써지긴 개뿔! 누군가 거짓말 말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때, 할머니네 집 마루에서 뜨거운 보리차에 혀를 데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하나의 문장이 저절로 떠오르는 기쁨을 맛보았다. ‘칼에 벤 듯 아픕니다. 내 상처는 파랗습니다. 나의 영원한 쟈-앙.’ 그 문장을 여러 차례 곱씹고 허공에 대고 발음하고 또 일기장에 옮겨 적었다. 고통이 스스로 변화를 일으켜 다른 감정으로 전이된 것 같았다. 나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떨림에 몸을 맡긴 채 거듭 다짐했다. 글을 쓰리라! 글을 쓰리라! 죽어도 쓰리라. 그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글이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은 매우 컸다. --- pp.55~56

‘설명을 하려 들지 말고 묘사를 하라.’ J작가가 나에게 한 문학수업 제1강의 내용은 바로 그것이었다.
다음 날부터 미친 사람처럼 길거리를 싸돌아다녔다. J작가가 말한 소설 쓰기의 기본인 묘사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소설이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라구.” 그러니까 어떻게 보여주냐구요, 정말 답답하네!
J작가의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화가들이 떠올랐다. 화가가 눈앞에 꽃병을 하나 세워두고 요리조리 쳐다보며 화폭에 옮겨 담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그리지 왜 소설을 써, 정말 그렇다면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화방에서 데생하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 게 아닌지, 구체적인 모습이라는 게 뭔지 혼란 그 자체였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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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말은 필요 없고, 그녀는 최고다. 봄의 공기가 스민 듯한 문장, 살얼음 아래를 흐르는 이야기, 겨우(정말이지 겨우) 겨울을 건널 수 있었던 인간의 체온…… 이 모두가 어우러져 스스럼없이, 하여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글은 우리를 둘러싼 관계와 세계를 회복시킨다(시키고야 만다). 누구라도 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당신도 곧, ‘강영숙 클럽’의 일원이 될 것이다.
박민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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