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는 1980년대 이래 지속적인 ‘르네상스’를 체험하고 있다. 특히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이 엄청나게 인기를 끈 이후 수많은 베스트셀러 소설이 중세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TV영화와 극영화는 그림 같은 중세의 세트 장치와 다방면의 연구로 검증된 섬세한 세부묘사로 관객을 만족시키고 있다. 중세와 관련된 전시회는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몇 년 전 『그레고리우스 성가』가 편곡되지 않은 채, 혹은 전자음악 버전으로 음악 차트를 석권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1983년 독일시민 각자가 평균 50 페니를 기부해서 독일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사자왕 하인리히 복음서』의 요란한 구매가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필사본이 어느 정도 강독될 수 있는 손으로 쓰인 것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고대, 중세, 혹은 근대 초기에 손으로 쓰인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이 이해하게 됬다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특히 대부분 라틴어로 저술되었기에 읽기 힘들었다. 거기에 반해 이따금 필사본에 들어있는 화려한 장식인 삽화는 대중에겐 아주 매력적인 것이었다.
몇몇 저명한 중세 연구가는 대중의 높은 관심에 호응하여, 『중세의 생활 형태』, 『중세로의 초대』, 혹은 『중세의 인간』 등의 저서를 출판하였다. 삽화라는 특수한 분야에도 수많은 입문서가 쏟아져 나왔다. 책의 주제는 일부 동떨어진 것도 있지만, 모든 종류의 입문서에는 풍부한 컬러 그림과 그에 상응하는 가치 있는 자료가 들어 있다.
이 책은 기존의 책을 보완하는 동시에 새로운 점을 부각하길 원한다. 예컨대 중세에서 삽화라는 단 하나의 관점으로 따로 분리해서 다루지 않고, 전체적인 책과 그 기능을 고찰한다. 중세 삽화가 들어있는 화려한 코덱스는 중세의 전체 책 생산 내에서 뿐만 아니라 고대 후기에서 서적 인쇄술 발명까지의 역사에서 책의 특별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을 경우에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된다.
게다가 본 저서는 작은 문고판이라는 형태를 통해 그리고 언급된 작품을 관통하는 컬러 그림을 단념함으로써 여타 다른 책과 구분된다. 원서는 작은 형태로 많이 알려진 유명한 레크람 문고판이며, 원서에 들어있는 삽화는 모두 흑백으로 처리되었다.
형식적인 구성과 내용적인 문제 제기는 책에 흥미를 가진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 학자의 욕구도 충족시켜 줄 것이다. 텍스트는 5장으로 구성되며, 첫 4장은 서로 짝을 이루며 관련되어 있다. 각 장은 7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지며 각각 코멘트가 첨부된 참고문헌 소개를 통해 연구 상황을 개관해 줄 것이다. 여기서 인용된 부분에 더욱 자세한 정보들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헌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첨부되어 있기에 주석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목록은 언급된 필사본을 분류번호와 제작 연대와 함께 표시할 것이며, 주해는 알려지지 않은 전문 개념을 찾을 수 있게 해줄 것이며, 개인, 지역, 사물 색인은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첫 2장은 중세 책의 기능과 수용에 대해, 3, 4장은 책과 책의 페이지를 소개할 것이다. 1장에서는 오늘날까지 보존된 중세 필사본이 여러 관점에서 소개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를 위해서도 직접적인 접근이 가능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중세 책에 접하면서 현대적 체험이나 행동양식의 비판적 성찰이 중세 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적 재생산이 일반적인 상상력에 미치는 영향, 팩시밀리, 전시, 보존, 복원, 필사본의 카탈로그 등에 대한 챕터를 서술한 후 수집에 대해 두 챕터가 나오며 책을 통한 호언장담이 수용의 문제로 나아간다. 끝으로 요약하자면, 새로운 매체 특히 인터넷이 필사본 연구에 무엇을 가져올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통해 미래를 향한 예상도 언급될 것이다. 그 다음 2장의 주제는 여러 가지 상이한 책의 유형과 그 기능이며, 그 밖에도 중세 독서 풍습에 대한 질문도 제기될 것이다.
그 다음 2장은 한편으로는 중세의 책을, 다른 한편으로는 책의 페이지 구성을 소개할 것이다. 코덱스즉 고대 후기 혹은 중세의 책가 어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소재로 텍스트를 썼는지, 무슨 도구로 어떻게 썼는지, 전체가 어떻게 묶였는지 등을 3장이 다룬다. 4장은 페이지 구성을 소개하고, 두문자의 순수한 중세적 현상을 언급하고 책 장식의 여러 가지 가능성과 그때그때의 기능을 고찰해볼 것이다. 이로써 3장과 4장은 삽화 예술의 매체적 관점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선 물질적 관계에서 삽화 예술을 설명하고 매체적이며 기능적인 요구의 혼재 속에서 삽화 예술의 발전을 추적한다. 모든 장에서는 기존의 연구 결과 외에도 새로운 문제 제기가 언급되는데, 예컨대 문학에서 근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런 관계에서 토론되는 기념 사고에 대한 문제 제기를 들 수 있다. 끝으로 5장과 마지막 장은 삽화 예술의 역사에 대한 짧은 개요를 제공할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전체적인 양상이 스치듯 간단하게 언급될 수 있거나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수해야 한다. 삽화 예술은 스타일에서, 그리고 도상학에서도 특별한 길을 가지 않았고, 그 때문에 발전사나 도상학적 질문은 최소한으로 언급을 자제할 것이다. 여기서 짧게 다루어진 예술가에 대한 질문은 최근에 나온 많은 주요 출판물이 다루고 있다. 또한 서사 연구도 삽화 예술을 부수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중세의 책과 삽화는 역사적, 문예학적, 도상학적, 신학적 연구였으며 현재도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런 연구는 이미 완결된, 기껏해야 세련된 전문적 수단을 사용하는데 그치며, 더욱 상세히 설명함을 요구하며, 그 결과를 전달하려고 시도한다.
그에 반해 여기서 선택된 기능적 관점과 매체적 관점에 대한 집중은 경험에 의거해서 많은 독자의 관심에 부응할 것이다. 게다가 아주 중요한 연구결과는 신뢰할 수 없는 부족함 혹은 위조된 서술의 위험 없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될 것이며 오늘이라는 이질적 시대와 책의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다. 중세의 책에 대한 현대적 수용이라는 이 책의 1장은 특히 일반 독자에게 중세의 책을 이해하는 기본 지식을 제공할 것이다. 1장의 내용은 비록 많은 개념과 사실이 다음 챕터에서 더욱 정확하게 서술되고 설명될 수 있을 지라도 여기선 우선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볼프강 아우구스틴, 게레온 베흐트-외르덴스, 안드레아스 쾨스틀러, 레나테 프로흐너, 그리고 특히 책의 전체적인 성립 과정에서 정보를 주고 원고를 교정해주었던 요하힘 오트 등의 조언과 도움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또한 팩시밀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오트 슈트리트마터에게도 감사하며, 내가 그들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책과 함께 보냈던 많은 시간에 대해 에케하르트, 요하네스, 소피아, 테레지아에게 감사한다. 이 책을 티모티 로이터에 대한 추억에 헌정한다.
---「서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