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배 속에 있는 아기에게 말을 걸고 책을 읽어 주는 일이 조금은 쑥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매일 그림책을 읽어 주며 아기에게 말을 거는 일이 일상이 되자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림책을 통해 동심으로 돌아가 나의 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 p.17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설거지를 하다가도,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아이가 같은 책을 하루에도 몇 번씩 읽어 달라고 했을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준 일이다. 만약 내가 “오늘은 여러 번 읽었으니까 이제 그만 읽자.”라며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면 소중한 시간들을 놓쳤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렇게 매일을 조르고 귀 기울여 준 적은 없지 않았던가? 요새는 더더욱 이 소중했던 시간들이 그립다. --- p.50
그림책은 아이의 마음을 열어 볼 수 있는 열쇠였고, 어려운 문제를 풀도록 도와주는 힌트였다. 아이가 골라오는 그림책이 무엇인지, 아이가 그림책을 보면서 어떤 질문을 하고,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아이가 그림책을 보는 습성이 어떤지를 통해 아이의 성향, 관심사, 속마음을 그때그때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물론, 꼭 그림책이 아니어도 아이의 마음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림책만큼 다양한 주제를 표현하면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따뜻한 매개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TV, 컴퓨터, 장난감은 절대 그림책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 p.71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모습을 열심히 보여 주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습관은 만들 수 있다. 아이의 독서습관을 걱정하기에 앞서 엄마 자신은 과연 일 년에 몇 권의 책을 읽고 있는지 자신의 독서습관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 --- p.134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다. 책으로만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다. 나는 아이가 책과 더불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며 세상을 배워 나가기를 바란다. 책을 많이 읽기만 한다고 해서 자랑이 되지 않는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것만이 강점이 되지는 않는다. 도리를 알고, 책 속의 지혜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적용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나만의 육아 철학이다. 영·유아를 기르고 있는 엄마라면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보다 자신만의 육아철학을 세워 보자. 세상에 내 아이와 똑같은 아이는 없으며 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엄마는 바로 나다. --- p.146
아이들마다 그림책에 몰입하는 방법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몰입하는 대상이 무엇이건 쓸데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요소, 좋아하는 방식으로 주도적으로 그림책을 접하면 아이는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스스로 체득한다. 영·유아기를 넘어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주체적인 독서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된다. --- p.195
아이는 엄마가 매일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때 ‘그림책으로 아이를 학습시키지 말라고 했으니까 무조건 학습은 배제할 거야’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놀이와 연계하면 자연스러운 학습은 분명 가능하다. 명심할 것은 엄마가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놀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216
아이와 그림책을 보는 것은 독후활동을 하기 위함은 아니다. 그림책을 보고 난 뒤 매번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의 지식 정도를 알아보고자 질문을 하거나 만들기를 하는 것은 엄마에게 큰 부담이나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또 아이의 입장에서도 그림책 읽기가 매번 독후활동으로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그림책 읽기의 진정한 재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함께하는 독후활동은 아이에게 특별한 추억과 기억으로 자리매김한다. 그중 요리활동은 아이들의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는 활동이다. --- p.245~246
그림책이 아니더라도 자연을 접하며 아이는 성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림책을 통해 세상을 보여 줄 것을 권한다. 그림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한 세상은 아이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림책을 통한 간접경험과 직접체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아이의 생각의 크기는 더 커진다.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싶은가? 넓은 세상을 마음껏 탐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가? 그럼 그림책으로 넓은 세상을 보여 주자. 집에서 가장 손쉽게 구경할 수 있는 넓은 세상을 지금 펼쳐 보자. --- p.255
나는 곧 중학생이 되는 아들 녀석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그런데 나이든 어머니를 두 팔로 감싸며 아들이 노래를 불러 주는 장면에서 나는 서럽게 펑펑 울고 말았다. 아이가 어릴 때도 이 장면에서 유독 눈물이 나왔었는데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자장가를 불러 줄 힘이 없는 그림책 속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아이는 엄마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자 당황했지만 곧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분위기를 바꿔 보려 했다. 아이는 책을 읽다 말고 목 놓아 울던 엄마를 대신해 뒷부분은 자신이 읽어 주겠다고 했다. 아이가 어릴 적 수십 번도 넘게 읽어 준 그림책을 곧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읽어 주니 기분이 묘했다. 아이와의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