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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손

약손

김한나 | 가하 | 2010년 10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0 리뷰 6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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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94g | 128*188*30mm
ISBN13 9788993883367
ISBN10 89938833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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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햇볕 아래. 인적이 뜸한 혜민서의 창고 뒤뜰에는 화가 난 사내와 그 사내를 쀼루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여인이 있었다.
“끝까지 함구해달라 부탁드렸지 않사옵니까!”
“어차피 다 들통 날 일이 아니었느냐! 함구할 것이 따로 있지. 그네들이 널 물고 늘어지면 네 입으로 말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 어림도 없는 소리지!”
“하, 하지만!”
“하지만, 뭐? 말을 끝까지 해보라, 이 말이다!”
“…….”
“내가 정말 너 때문에 속에서 불이 난다! 화딱지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 내 소중한 이다! 그런 이가 여태껏 좋은 일 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다는 것이 열이 나서 머리 뚜껑이 열릴 지경이란 말이다!”
“조, 좋은 소리 들으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옵니다!”
“좋은 소리 들으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오늘처럼 꼭 나쁜 일 한 사람마냥 추궁 당하려고 시작한 일도 아니겠지!”
“…….”
사내의 빈정거림에 여인은 입술 양 끝을 오물거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사내는 여인에게 한 걸음 다가가 여린 턱을 사붓이 움켜쥐고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곱게 갈아둔 까만 먹물에 흐르는 윤기처럼 새까만 눈망울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 눈망울에 화가 난 자신의 모습이 비쳐 보이자 사내는 한순간, 찰나의 고민에 빠졌다.
왜 이렇게 절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는 것인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뜨겁고 모진 분기가 가슴속에서 질펀하게 소용돌이쳤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 위로 더운 김을 내뿜는 솥뚜껑의 무절제한 움직임마냥 움직이는 마음의 향방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가슴 속에 열불이 절절 끓는지. 그간 이 착한 누이가 한 일에 대해, 제대로 보답을 받기는커녕 추궁당하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까지 화가 날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리도 모진 분기가 치솟는 이유는 정말 무엇인지. 도무지 알아차릴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에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뜬 사내는 그 찰나, 누이의 목 언저리 사이에 맺힌 땀방울이 옷고름 사이로 숨는 것을 보았다. 또로로록. 살결에 맺힌 물방울이 옷섶으로 숨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이 꿀꺽 하고 넘어갔다.
저도 모르게 보고 만 여인의 모습. 아니. 일부러 ‘여인’의 모습을 보려 하지 않았지만 실상은 언제나 ‘여인’이었던 ‘누이’. 늘 가엾고 안쓰러운 누이라고 여겼던 아씨에게서 직장 양반께서는 불현듯 알싸한 약초냄새 사이에 숨겨진 향그러운 살내를 맡아버리셨다. 달콤한 살 냄새의 속삭임. 붙잡힌 턱 위로 붉은 연지를 바른 매끈한 입술이 보였다.
마치 사람을 홀리는 묘약 같았고, 가슴을 끈덕지게 만드는 아교 같았고,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풍경소리 같았다. 누이, 장묘운이의 달근한 살 냄새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시선 앞에서 아씨께서는 당황한 듯한 기색이 역력한 채, 가까워지는 사내를 막기 위해 입술을 여셨다.
“오, 오라……!”
그때를 놓치지 않고 사내는 여인의 벌어진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덥고 촉촉한 입술에서는 연지의 야릇한 맛이 느껴졌다. 쪽진 뒷머리에 손을 댄 사내는 손바닥에 느껴지는 따스함에 슬핏 웃었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자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치솟았는지를.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호흡되면서 가쁜 숨이 밭아졌다. 사내와 여인의 마주닿은 입술이 떨어지면서 사내의 입술에서는 아쉬운 듯한 한숨이 흘러나왔고, 여인의 입술에서는 당황의 부산물인 딸꾹질이 흘러나왔다.
아씨께서는 한 발짝 뒷걸음질을 치며 딸꾹질이 흘러나오는 입술을 두 손으로 꼭 막아버리셨다. 아마 입술을 손으로 가린 까닭은 딸꾹질을 멈추게 함이 아니라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 또 한 번 일어남을 경계해서일 것이다. 한 걸음, 두 걸음. 아씨의 발이 뒷걸음질칠수록 직장 양반께서는 아씨를 향해 한 걸음, 두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셨다. 사부작대는 걸음걸이와 함께 옷깃이 희미하게 스치는 소리가 아씨께 묘한 두근거림을 불러 일으켰다. 탁. 여러 번의 뒷걸음질과 함께 찾아온 것은 등 뒤에 닿은 나무 벽의 가로막힘이었다. 더 이상 물러날 길은 없는 것일까. 결국 옆걸음질을 치려 하시는 아씨를 알아챈 직장 양반께서는 양 어깨 위로 턱하니 자신의 손을 내짚으셨다. 비단 옷을 넘어 전해지는 얇은 진동에 흠칫 놀란 아씨께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여버리셨다.
여름이 가져다 준 은근한 체향이 사내의 살에 밴 쓴 냄새와 맞물려 여인에게는 막연한 경계심과 당혹감과 알 듯 모를 듯한 마음의 울림을 선사했다. 여인에게 밴 향과 같은 살 냄새. 그 냄새는 당혹스러움을 비집고 들어와 근본을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남겨주고 저 멀리 사라졌다.
슬낏. 눈동자를 옆으로 굴려 동향을 살피려 했던 아씨께서는 허리를 굽힌 채로 자신을 응시하는 사내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히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려 땅을 바라보셨다. 더 이상 한 누이의 오라비가 아니게 된 사내는 그런 아씨를 보며 또다시 슬핏 웃고는 손을 들어 떨잠을 보드랍게 움켜쥐며 속삭이셨다.
“……다시는, 그러지 말거라.”
“…….”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화가 나는지 나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리 곱게 단장을 하고 사내들의 술시중을 들었을 너를 떠올리니, 내가 그토록 화가 났던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내가 너를…….”
미친 듯이 달린 것마냥 뛰어대는 사내의 가슴을 그 누가 가늠할 수 있을까. 여름의 열기와 맞물려 입술이 타닥타닥 타들어간 나머지, 사내는 마른침을 한 번 삼키며 옅은 한숨을 쉬었다. 낯간지러운 고백. 그러나 지금 하지 않으면 큰 사달이라도 날 것만 같아서 용기를 내어보았다.
“내가 너를, 좋아, 해오고 있었던 것 같구나.”
간지러운 숨소리가 사내의 말소리와 합쳐져 아씨의 귓가로 스며들었다. 순식간에 붉은 동백송이마냥 양 뺨이 붉어진 아씨께서는 고개를 들어 사내를 빤히 바라보셨다.
“아니. 좋아, 한다.”
“…….”
“나는 이리 곱게 단장한 너도 좋지만, 머리올이 흔들리는 너를, 꽃분을 바르지 않은 민낯의 너를, 바랜 무명옷을 입은 너를 좋아해오고 있었나 보다. 늘 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시큰거렸다.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먹먹해오던 날도 있었고, 또 어느 날은 네 뒷모습만 봐도 가슴이 측은해져 슬펐던 때도 있었다. 네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프지 말기를 늘 원해왔었지. 그래. 어느 날은 그냥 너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날이 있었다. 너는 몰랐겠지만, 막 빨래를 마친 광목천을 줄에 너는 네 모습이 보고 싶어서 측간에 간다 거짓말을 하고선 빨래를 너는 네 모습을 한동안 바라본 적도 있었다. 헌데 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그 감정이 ‘누이를 귀히 여기는 오라비’의 마음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네가 형판 대감 댁에 술시중을 들러 갔다는 말을 듣고 여기, 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서툰 고백을 하던 사내는 자신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퍽퍽 치며 말을 이었다.
“비록 미련한 내가 그 마음을 오늘에야 깨달았지만, 한번 깨달은 이상 이 감정이 헛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내게 있어 네가 소중하고 또 소중하고……, 가엾고 안타까운 이라고 생각해왔던 마음의 밑바탕에는 어쩌면 처음부터 너를 여인이라 여긴 흑심이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오라버니. 저, 저는…….”
“지금 당장 좋아해달란 말은 하지 않겠다. 허나, 나는 네가 천천히라도 좋으니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묘운아. 나는 네게 평생 오라버니로 남고 싶지는 않구나.”
“…….”
“다른 사내들에게 네 웃음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구나. 나는 네가, 나를 향해서만 웃어주면 좋겠구나. 그래주었으면 좋겠구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느낌. 신혁이 오라버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따끔따끔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다 끝나버린 옛사랑의 배신이 새록새록 떠올라서일까. 아니면, 다시는 사내에게 정을 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그 마음에 미약한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느껴서일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사내의 말은 색실을 끼운 수바늘마냥 묘운 아씨의 가슴에 한 땀, 두 땀 인 쳐지고 있었다. 묘운 아씨께서는 묘하게 아픈 가슴을 뒤로한 채 사내를 양 팔로 힘껏 밀치셨다.
“……저는, 오라버니가 제게 평생 동안 이대로, 저의 오라버니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사내의 귓가에 울렸다.
“기다릴 것이다. 네 마음, 변할 때까지.”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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