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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를 채우다

내 안에 너를 채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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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130*190*30mm
ISBN13 9788929825782
ISBN10 892982578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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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소리 그만해. 나 첫 키스였어. 책임져야 해, 윤해신.”
“그건…….”
해신이 무언가 반박하려 입을 열었지만 화야의 손바닥이 그의 입에 더욱 밀착되어 왔다.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난 모든 처음을 너와 하고 싶어. 첫 키스, 첫 사랑, 그리고 어쩌면 첫 경험…….”
나지막하게 잦아드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해신의 눈이 경악한 듯 커다랗게 뜨였다. 과격한 그녀의 말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잘게 파란이 이는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화야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다정다감한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살며시 두드렸다.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네가 날 거절하는 이유가 네 건강 문제 때문이라면 그러지 마. 해신아 우리 모두 오 분 뒤의 미래도 모르고 살잖아. 내일 갑자기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수도 있고…….”
해신의 고개가 바람이 일듯 홱 돌려졌다. 그녀의 말이 몹시도 귀에 거슬린 모양이다. 화야가 이번에는 해신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만히 눌렀다.
“미안……. 하지만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너. 내가 너보다 오래 살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어? 거기다 넌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잖아. 조금 조심만 하면 되지. 그러니까 윤해신, 우리 사랑 한번 해 보자. 나 어릴 때 못 받았던 사랑 너한테 받고 싶어. 그 소원 들어주면 안 돼?”
이렇게까지 말하는데도 네가 싫다고 하면 나 죽어 버릴 거야. 화야가 조그맣게 뇌까렸다. 얼토당토않은 투정을 그에게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자꾸만 도망가려는 그를 잡으려면 자신은 이보다 더한 행동도 말도 할 수 있었다.
해신이 자신의 볼을 감싸 안고 있는 화야의 손바닥에 입술을 묻었다. 깊고 진한 한숨이 그녀의 손을 뜨겁게 간질였다. 그러나 그 한숨엔 자신에게조차 숨기고 싶은 그녀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은연중 새어 나왔다.
“너 바보냐? 건강하고 괜찮은 사람 넘쳐나는 세상이야. 그런데 하필 왜 나야? 나 불완전한 불량품이야. 사실 나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번에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 난 평생 완치되지 않는 병자더라. 군대도 갈 수 없고, 허우대만 멀쩡하지 속은 수수깡이라고. 이런 내가 널 어떻게 사랑해. 무슨 자격으로.”
못된 말만 내뱉던 해신이 겨우 꺼내 놓은 작지만 커다란 진심이었다. 화야는 그의 아픈 진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화야는 울먹이며 해신의 어깨를 툭 치며 농담처럼 말했다.
“너 되게 웃긴 거 알아? 내가 널 사랑하잖아, 바보야. 그걸로 넌 충분히 자격을 갖춘 거야. 내가 허락했으니까 넌 그냥 날 사랑만 하면 돼. 그 외에 무슨 자격이 더 필요한데. 어? 이 건방진 후배 녀석아.”
“후배는 무슨. 동갑인데.”
“아무리 그래도 너 나보다 한 학년 낮거든. 내가 너보다 한 해 먼저 졸업한다고. 그러니까 넌 내 후배지.”
화야의 말에 해신이 피식 코웃음을 쳤다. 고작 그런 거로 후배 운운한단 말이지.
“그까짓 졸업 같이 하면 되지. 뭐가 어렵다고. 내가 장담하는데 너보다 내가 더 빨리 졸업할 수도 있어.”
“알아, 윤해신. 너 천잰 거. 그런데 그러지 마. 그냥 순서대로 가. 일부러 시간을 빨리 돌리지 마. 너에게 주어진 시간 충분히 즐겨.”
화야의 말을 들으며 해신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는 이미 조기 졸업을 목표로 학점을 관리 중이었다. 어쩌면 화야가 졸업하는 것보다 더 빨리 그가 졸업할 수도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면서도 불행했으므로. 화야가 없는 캠퍼스는 그에게 이미 아무 의미도 없었으니까.
“그럼 우리 이제 사귀는 거다. 오늘부터 우리 1일이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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