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습니다.
이 책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호감이 가네요.
주제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독자분들은 자신 또는 다른 이의 웹 컨텐츠를 개선하는 데 관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주 좋은 일입니다. 이 책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니까요.
우선 이 책의 주제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그게 저자의 임무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이 책의 주제
이 책은 이제 갓 생겨난 '컨텐츠 전략'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소개하면서 컨텐츠 전략의 장점, 역할, 관련 활동, 결과물 등을 전반적으로 다룹니다.
컨텐츠 전략의 실체와, 컨텐츠 전략이 왜 중요한지, 실행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궁금해하는 기업, 에이전시 및 개인을 위한 책입니다.
그리고 컨텐츠 전략이 왜 웹 컨설팅, 디자인, 개발 산업에 중요하면서도 합법적인 분야인지 그 이유를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텍스트에서 이미지, 동영상, 오디오에 이르는 다양한 유형의 컨텐츠에 적용 가능한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살펴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컨텐츠'는 대개 텍스트 컨텐츠를 뜻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텍스트는 어디에나 있다. 오늘날 웹 컨텐츠의 대부분은 텍스트입니다. 기사, 블로그 글, 제품 설명, 후기는 상당 부분 텍스트 형태로 존재합니다. 동영상의 내용은 무엇인지, 결제를 완료하려면 어디를 클릭해야 하는지 등도 텍스트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소셜 미디어 채널, 블로그, 위키 등을 이용해 직접 텍스트를 생산합니다. 텍스트는 지시하고, 알려주고, 지도하고, 확인해주고, 의사를 전달하며, 연결시켜줍니다.
● 텍스트는 독특한 속성이 있다. 동영상, 오디오, 이미지 제작 방식은 수십 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온라인으로 옮기기 위해 일부 가공 작업을 거치기는 하지만, 한번 온라인에 올린 후에는 다른 데로 옮기거나 삭제하기 전까지는 신경을 꺼도 무방합니다. 텍스트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 없는 것이죠.
● 텍스트는 복잡하다. 웹 컨텐츠를 다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듯, 텍스트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유주가 얽히고설켜 있으며 끊임없이 변하는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가장 제작하기 까다로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통제력을 벗어나기가 쉽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이 책은 '컨텐츠 전략에 대해 여러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려주는 비법서가 아닙니다. 향후에도 그런 책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쉽지 않네요. 컨텐츠 전략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반가운 소식은, 이 책을 쓰는 이 순간에도 블로그, 포럼, 트위터, 사적인 대화, 컨퍼런스 등에서 컨텐츠 전략이 화두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관련 프로세스와 결과물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확산되고 있습니다. 놀랍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음 주제에 관해서는 이 책에서 극히 일부만 다루거나 아예 건너뜁니다.
● 컨텐츠 관리 시스템(CMS, content management system) 전략(소프트웨어 선정, 설계, 구현)
● 해석 및 현지화
● 맞춤화 및 행동 타깃팅
● 메타데이터 전략
물론, 컨텐츠 전략가라면 위에 언급된 활동과 결과물에도 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주제로 하는 자료나 출판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제외하고자 합니다. 반면, 컨텐츠 전략 프로세스와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낯설고 공식적으로 문서화된 자료가 없는 분야입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이제 서두에 말하고 싶던 내용은 다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훨씬 가볍네요. 여러분의 인내심에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기를 바랍니다.---저자 서문 중에서
어린 시절 유난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던 친구가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내용을 아주 간단하게 전달하면서도 전하려 했던 웃음 포인트를 정확히 짚는 친구였다. 하루는 그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조금 가공해서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대략 낭패였다. 다들 별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내가 아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얘기를 계속 했다. 서너 개 정도 했을 때쯤 옆에 있던 친한 친구가 더 이상 참아줄 수 없다는듯 그만하라고 핀잔을 줬다. 친구의 얼굴을 보니 시간 낭비라는 표정이었다.
지금 기업이 또는 당신이 나와 같은 처지로 소비자에게 또는 당신의 고객에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도구의 차별성 없이 '말'이라는 동일한 도구를 이용해 내용을 전달했으나 한 명은 성공했고 나는 친구들에게 내가 주려고 했던 '즐거움'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 왜일까? 『웹 컨텐츠 전략을 말하다』에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말을 전달하는 또는 컨텐츠를 전달하는 매체는 이제 더 이상 매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TV, 잡지, 신문이 영향력을 잃어가고 트위터, 페이스북, 아이패드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소비하는 핵심은 변하지 않았다. TV로 보던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잡지의 특화된 글은 전문 블로그를 통해, 전화기로 하던 친구와의 대화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만이 변했을 뿐이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주제인 컨텐츠는 여전히 힘을 가지고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만들고 끊고 강화하고 약화시키고 있다.
자음과 모음의 집합이 곧 글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좋은 문장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모든 컨텐츠에는 가치의 기준이 있다. 결국 컨텐츠가 지니는 속성과 규칙을 통해, 시를 시답게 소설을 소설답게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원칙에 관한 이야기가 『웹 컨텐츠 전략을 말하다』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결국 컨텐츠에도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전략이라고 하면 보통 경영학에서 쓰는 용어로 생각하기 쉬운데 컨텐츠도 생산과 유통, 소비되는 흐름을 갖는다는 점에서 속성이 동일하다.
마케팅이 전통적으로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이라는 4개의 'P'에 집중해서 상품을 연구하고 전략을 만들었다면,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그것을 최종 소비하는 '사람People'을 전략의 중심에 두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가 다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이 중심이 된 소셜 마케팅 믹스인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관계 중심에 컨텐츠가 있다.
이런 얘기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마케팅과 디지털 테크놀로지 분야의 유명한 코치 사이트인 'Duct Tape Marketing'을 운영하는 존 야니츠(John Janitsch)는 4P를 변형해서 소셜 시대를 위한 4C로 만들었는데, 바로 컨텐츠(Content), 문맥(Context), 관계(Connection), 커뮤니티(Community)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사람들 사이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동일한 문맥을 공유하기 위한 컨텐츠의 중요성이다.
앞서 얘기했듯 같은 얘기를 같은 언어로 말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다른 이야기로 들린다. 사실은 전달이 아니라 이면에 숨은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기업은 컨텐츠 전략을 통해 고객과 기업의 관계를 맺고 같은 문맥을 공유하며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웹 컨텐츠 전략을 말하다』에서는 '양으로 승부하지 마라', '기존 컨텐츠 내용과 출처를 파악하라', '경청하는 법을 배워라', '책임자를 내세워라', '왜?라는 질문을 던져라'라는 5가지 전략 가치를 제
시한다. 컨텐츠에 이 5가지 잣대를 가져다 대는 순간 컨텐츠는 그저 자음과 모음이 조합된 무의미한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 때론 경서의 한 문장과 같은 힘을 통해 여러분이 전하고자 하는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다.
컨텐츠에 힘을 싣고 컨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사람만 이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응하고 발전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너무 빨라 어디로 가는지를 물을 겨를도 없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좋은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