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창작과비평사 14인신작소설집에 단편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의 망명정부』, 장편소설 『풋사랑』, 『폭설』, 시집 『겨울바다』, 『남해엽서』, 『그후, 일테면 후일담』, 시소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다. 1990년 제23회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음탕하고 돈 많은 수전노 늙은이가 자기 집에서 잔혹하게 살해된다. 그에게는 후처와 배다른 아들들과, 아들인지 손자인지도 구별이 안 되는 핏줄까지 포함한, 추악하고 원한 서린 가족관계가 있다. 그중의 하나가 범인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다들 아버지에 대한 강한 살의를 품고 있었기에 아무도 이 살인 사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악령의 화신 같은 인간에게도 선을 동경하는 마음이 있고, 평생 순명을 맹세하고 성직자의 길을 가던 아들은 그 길에서 구원을 찾지 못하고 고뇌한다. 한 핏줄을 나눈 개개인의 이런 극심한 자기분열은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家의 형제들』을 방불케 한다. 어쩌면 작가도 그것을 의식하고 썼을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초월해서 진부해질 줄 모르는 그런 재생산성이야말로 위대한 고전의 힘일 테니까.. _박완서(소설가)
작가 김영현의 문학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또 넓어졌다. 시대의 불의와 어둠을 뜨겁고 냉철하게 응시해온 그의 치열한 문학 혼은 이 야심적인 소설에서 또다시 새로운 빛을 발한다. 끝을 모르는 탐욕과 물신의 시대, 그 참담한 욕망의 진구렁 속에서 한꺼번에 부패하고 타락해가는 인간군상을 향해 그는 이렇게 되묻는다. “정녕 우리의 생은 가치 있는 그 무엇인가?” 이 실존적이고 종교적인 물음이야말로, 오늘 당신과 나,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두렵고도 준엄한 질문에 다름 아니다. _임철우(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