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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조 2

금시조 2

이문열 | 둥지 | 1994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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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4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3520120
ISBN10 89435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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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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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방주인도 그렇게 권했다. 그러나 고죽은 쓰러지듯 응접소파에 앉으면서도 초헌에게 이르기를 잊지 않았다.'너라두 나머지를 돌아보아라. 만약 나온 게 있거든 이리로 연락해라'초헌은 그런 고죽의 안색을 한동안 살피다가 말없이 화방을 나갔다.'작품을 거두어 무엇에 쓰시렵니까?'한동안을 쉬자 안색이 돌아오고 숨결이 골라진 고죽에게 화방주인이 넌지시 물었다. 그것은 몇 달 전부터 화방골목을 떠도는 의문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고죽은 그 누구에게도 내심을 말하지 않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 p.81
고죽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며시 몸을 일으켜 보았다. 마비되다시피한 반신 때문에 쉽지가 않다. 사람을 부를까 하다가 다시 마음을 돌리고 누웠다. 아침의 고요함과 평안과, 그리고 이제는 고통도 아무것도 아닌 쓸쓸함을 의례적인 문안과 군더더기 같은 보살핌으로 깨뜨리고 싶지 않았다.
참으로---고죽은 천장의 합판무늬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이 한살이(生)에서 나는 오늘과 같은 아침을 얼마나 자주 맞았던가. 아무도 없이, 그렇다, 아무도 없이…… 몽롱한 유년에도 그런 날들은 수없이 떠오른다.

다섯인가 여섯인가 되던 어느 아침에도 그는 장지문 가득한 햇살을 혼자 맞은 적이 있다. 밖에는 숨죽인 곡성이 은은하고---그러다가 흰옷에 산발한 어머니가 그를 쓸어안고 혼절하듯 쓰러진 것은, 너무 오래 혼자 버려져 있다는 기분에 이제 한번 큰 소리로 울음이나 터뜨려 볼까 하던 때였다. 또 있다. 그때는 제법 일여덟이 되었을 때인데 전날 어머님과 함께 잠이 들었던 그는 또 홀로 아침을 맞게 되었다. 역시 할머니가 와서 그를 쓸어안고 우시면서 이렇게 넋두리처럼 외인 것은 방 안의 고요가 갑자기 섬뜩해져 문을 열고 나서려던 참이었다.

'아이고, 내새끼, 이 불쌍한 새끼를 어쩔고? 그 몹쓸 년이, 탈상도 못 참아서……'
--- p.34
[그래, 욱아 너에게는 유년과 친구를, 나에게는 이웃과 자유를, 사람들은 - 자기의 조그만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담을 쌓지만 사실은 외부의 더 큰 세계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란다. 자기를 가두는 짓이며 이웃을 외롭고 슬프게 하는 거란다...... 그런 그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느끼지 못했다. 저쪽 골목 끝에서 점점 가까워 오는 호루라기 소리도, 밤 하늘을 찢는 아내의 금속성 목소리도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p.72
'......설령 그가 정말로 이혼하기 위해 세 아이를 물에 던져 놓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소. 이십 년 간이나 선량한 시민이고 자애로운 가장이었던 중년 남자가 어느 날 총을 들고 거리에 나가 열 한 명이나 쏘아 죽이고 자살해버렸다는 외신보도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면.....'
[그래, 욱아 너에게는 유년과 친구를, 나에게는 이웃과 자유를, 사람들은 - 자기의 조그만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담을 쌓지만 사실은 외부의 더 큰 세계를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란다. 자기를 가두는 짓이며 이웃을 외롭고 슬프게 하는 거란다...... 그런 그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느끼지 못했다. 저쪽 골목 끝에서 점점 가까워 오는 호루라기 소리도, 밤 하늘을 찢는 아내의 금속성 목소리도 그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p.72
'......설령 그가 정말로 이혼하기 위해 세 아이를 물에 던져 놓았다 하더라도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소. 이십 년 간이나 선량한 시민이고 자애로운 가장이었던 중년 남자가 어느 날 총을 들고 거리에 나가 열 한 명이나 쏘아 죽이고 자살해버렸다는 외신보도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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