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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어버이를 그리며

빼앗긴 어버이를 그리며

: 동제동원피해자 유족 증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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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6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153*224*30mm
ISBN13 9788993741162
ISBN10 899374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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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과 젊은 청년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끌어갔다. 두 분을 뒤쫓아 가자 할머니는 못 따라 오게 말렸다. 할머니는 끌려가면서 ‘하늘님, 하늘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경찰관과 청년들이 마을 주민들을 데리고 간 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갑자기 마을이 소란스러웠다.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을 어른 이야기로는 끌려간 28명의 주민 모두 총살당했다고 한다. --- p.18~19

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제를 시작했다. “아버지, 오늘은 아들의 술을 받고 슬픔과 고통, 억울함을 잊으시기 바랍니다.” 인사를 드리고 한국에서 가져간 술을 올린 뒤 위령비를 아버지 무덤 삼아 주변에 술을 조금씩 부었다. 이어 동행한 벗들도 절을 올렸다. 위령비 옆에 피어 있던 히비스커스에 나비가 내려앉았다.
“여기까지 잘 찾아왔구나. 고맙다.”
아버지의 전령사였을까. 나비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 p.62

아버지를 추모할 권리는 내게 있다. 내가 싫다는데 무슨 해괴망측 한 논리를 만들어 야스쿠니신사는 거부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는다. 대단히 불쾌해서 참을 수 없다. 영혼을 일본이 가두고 있는 것 같다. 자식으로서 제사를 지내고 있는데,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었다고 하니 마치 아버지가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과 함께 죄책감마저 든다. --- p.83~84

어머니는 아버지의 유골을 찾으러 며칠을 걸려 서울까지 걸어서 다녀왔다. 그 먼 곳까지 걸어가서 남편의 유골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아무 것도 모르는 다섯 살 형이 유골함을 열어 아버지의 유골을 들고 장난감인 것처럼 방바닥을 두드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마음이 오그라드는 듯 아팠다고 했다. --- p.87

나는 알고 싶었다. 아버지가 왜 스무 살에 탄광으로 끌려가야 했는지, 탄광에서 얻은 진폐증이라는 병마에 시달리면서 단 하루도 건강한 날이 없이 살다가 돌아가셨는지, 왜 내 동생들은 장애로 그토록 고생하며 살아야만 하는지, 우리 가족에게 불행의 씨앗을 뿌린 역사를, 그 진실을 파헤치고 싶었다. --- p.108~109

고향에 오지 못하고 막막한 사할린 생활을 이어가던 징용자들은 거기서 재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는 분들도 생겼지만 우리 시아버지는 오매불망 고향에 돌아올 귀환 소식만 기다리고 홀로 사셨다고 한다. 얼마나 가족들에게 돌아오고 싶었을까. 가족들은 또 얼마나 시아버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을까. --- p.127

“오빠! 오빠! 영주가 왔습니다! 오빠 보고 싶어서 영주가 왔습니다!” 추도사를 읽으려 했지만 더 이상 목이 메어 읽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험하고 먼 곳까지 끌려와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어떻게 죽었을까, 불쌍한 오빠를 생각하며 한없이 눈물이 흘렸다. 술을 따라주면서 어머니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오빠에게 이야기했다. --- p.157

해방이 되자 할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버지가 곧 돌아오실 거라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드리려고 원두막 밑에 참외를 묻어두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아마 곧 오실 거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짐승들이 땅에 묻어둔 것을 보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버지는 오시질 않아, 한참 뒤에 다시 땅을 파보니 참외는 이미 썩어 먹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 p.166

그 날인은 1959년 7월 31일에 아버지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 아버지는 ‘천황’을 위해 죽어간 것도 아니고,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 때문에 젊은 나이에 죽어간 것도 억울한데 야스쿠니신사에 합사까지 되어 있다니 나는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데 사망했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고 합사하겠다고 묻지도 않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뿐이었다. --- p.187~188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현지에는 새 한 마리도 없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 옷을 입을 수가 없고 훈도시(일본의 남성용 속옷) 하나면 일주일을 입을 수 있습니다.” 보내달라는 속옷과 바르는 약을 같이 보내줬다고 이야기해주면서 둘째 작은 아버지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버지 이야기만 하면 옛날 생각에 잠겨 목이 메어 말을 잘 못하였다. --- p.201

해방이 되자 어머니는 누이와 나를 데리고 조선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버지와의 결혼을 강하게 반대한 (일본인) 친정 식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을 것이다. 외할머니는 ‘조선으로 가려면 연을 끊으라’고 했다. 조선말도 한 마디 못하는 젊은 딸이 아이 둘을 데리고 조선으로 간다고 하니 어떤 부모가 좋아했을까. 어머니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낯선 땅 조선으로 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 p.216

(돌아가시기)이틀 전이었을 게다. “엄마, 누가 가장 보고 싶어?”하고 물으니 시어머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계셨다. “엄마, 아들 보고 싶어? 손주들 보고 싶어?”, “어”. “엄마,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얘기해, 누가 보고 싶어?”, “영감, 영감이 보고 싶다.” ‘영감’이라니, 내가 시집 와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단어였다. 시어머니는 일제 말 태평양전쟁을 겪으면서 빼앗긴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오셨던 게다. --- p.248~249

굿을 하면서 들리는 할머니의 원망 섞인 울음소리, 무사 귀환을 비는 기도 소리를 들을 때면 마치 ‘애비 잡아먹은 년’ 하고 나를 꾸짖는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 내 탓인 것 같아 너무나 괴로웠다. 할머니가 굿을 하시는 날이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 --- p.254

그렇게 기분 좋은 날 어머니는 또 우시는 게 아닌가. 나는 ‘왜 이 좋은 데 와서 궁상이냐’고 타박을 했다. 나는 어머니가 우는 게 제일 싫었다. 하도 설움과 한이 많아서 그런지 툭하면 우시던 어머니를 평생 옆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창경궁에 가니 아버지 생각이 더 간절하셨던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나들이 하던 때가 떠올랐던 것이다. --- p.285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아홉 살, 동생은 다섯 살이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생도 먹을 것이 없어 굶기를 밥 먹듯 하고, 병들어 시름시름 앓는 것을 보면서도 내가 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내가 형으로서 어린 동생을 잘 돌봐주지 못했기 때문에 동생마저 결국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머니 제사상에 차려진 과일이 먹고 싶다고 울던 어린 동생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 p.304

아버지는 어떤 이유 때문에 도망갔을까. 어머니가 전해준 말처럼 (아버지는) 독립군이 되기 위해 도망갔을까. 이후의 일본군 정보가 없는 것으로 보아 도망에 성공한 건 분명한데, 도망갔다면 왜 집으로 돌아오질 못했을까. 항일독립군에 편입되어 어느 전선에서 싸우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고향으로 오지 못한 걸까. 물음에 물음이 꼬리를 물 뿐이다. --- p.327

처음에는 어떻게 피하신 모양인데 두 번째 나온 징용영장은 피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시아버지는 옆 마을 여동생 집에서 처남 집으로 옮겨 다니며 숨어 지냈다. 순사들이 집집마다 수색해 마을 남자들을 끌고 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예 산 속에 숨었다. 산 속에 먹을 것이 없으니 나무뿌리나 열매 그리고 잡초로 겨우 연명했는데, 결국 큰 배탈이 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p.341

“해방되고 조선 사람은 고향으로 가는 배를 탈 수가 없잖아요? 여기에서 일본으로 가는 배가 보였거든, 저기 보이는 섬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죽었는지…” 위령제가 열린 장소는 조선 사람들이 배를 타지 못해 자살을 많이 한 곳이란다. 강제동원 된 조선인들 가운데 일본 여성들과 결혼한 사람들은 일본으로 돌아가는 배를 탔고, 나머지 사람들은 귀국을 시키지 않았다. --- p.368

아버지와 헤어진 지 72년 만에 난생 처음 아버지를 목 놓아 부르는 그 순간에 어머니의 생각이 아른거렸다. 스물일곱 나이에 삼형제를 키우며 행상을 다니던 어머니의 탄식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일본 대판이 얼마나 좋아서 꽃 같은 나를 두고 연락선을 탔느냐’하며 울던 불쌍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이가 든 뒤에는 가끔 TV에서 강제동원 이야기가 나오면 “네 아버지 유골이라도 한 번 봐야 되지 않겠냐” 하시던 게 눈에 선하다. --- p.395~396

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날 때 나는 여섯 살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가지 말라고 울었다. 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아버지는 축음기를 사 갖고 온다며 나를 달랬다. 할머니가 나를 등에 업은 채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그때 우리들을 뒤로 하고 청북면의 너른 들판을 걸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던 것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 p.402

그러나 나는 아버지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일본군에 지원을 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일본의 침략전쟁에 협력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사진을 늘 책 속에 꽂아두고 그리워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도 못하고 숨길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그리워했지만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 p.422

어느 날 오후 작은 아버지와 대청마루에 앉아 있었다. 작은 아버지는 내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대문이 열리더니 우체부가 하얀 상자를 들고 왔고 작은 아버지께서 상자를 받더니, 이내 내게 고개를 돌리며 “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하얀 상자에 아버지가 입었던 베적삼, 손톱,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 p.431

어느 날 수감 중인 아버지가 중국의 해남도 어느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가족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했다. 수형자를 왜 뜬금없이 해외로 보내 노동을 시킨다는 말인가. 사정을 알아볼 틈도 없이 아버지는 그렇게 해남도로 끌려가 버렸다.
--- p.45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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