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의 감정이 내게로 전해지면서 어느새 내 볼에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모건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 잘못이 아니야. 너한테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모건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보았고, 두 눈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는 눈빛을 띠었다.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인석아, 그렇지 않아요. 네가 나를 실망시키다니, 말도 안 돼요. 할 일을 잘 해준 네가 대견스럽기만 한 걸."
나는 그 순간 모건의 마음이 느껴지며 눈에서 눈물을 주룩주룩 쏟아냈다. 모건은 커다란 파도처럼 밀려오는 안도감 속에서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고, 나는 울고 또 울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이제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거라. 너는 약속을 잘 지켜서 그이를 아주 잘 돌봐주었어. 이제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으니 그 가족을 돌봐주어야지. 그것이 너의 새로운 일이야. 지금의 가족과 함께 잘 지내렴."
모건이 내가 마련해준 그 공간 안에서 활짝 미소를 지으며 껑충껑충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녀석은 어깨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평온해 보였다. --- 「제1장 "모건의 슬픔 치유하기」중에서
그 뒤로도 한 주일이 더 지나도록 장시간의 외출이 이어졌고 나는 텍사스의 용건을 알아내려는 시도를 단념하지 않았지만, 늘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고양이들만의 중요한 볼일이라니까요."
한편 텍사스는 나갔다 돌아와도 평상시처럼 먹을 것을 달라고 떼를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른 곳에서 뭘 먹는 것 같았다. 제일 수상쩍은 것은 코를 속일 수 없는 짙은 냄새였다. 외출에서 돌아올 때마다 다른 여자의 향수 냄새가 풍겼던 것이다!
"가만 보니, 나 말고 다른 여자와 야간 데이트를 하는구나. 너한테서 그 여자 향수 냄새가 진동하거든."
내가 참다못해 텍사스에게 말했다. 텍사스는 날씨 얘기라도 나눈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더니 외출을 계속했다. --- 「3장 "자유로운 영혼과 팬클럽"」중에서
나는 자신의 개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이 남자가 존경스러웠다. 주변에서 몇몇 사람들은 상황이 더없이 나쁘게 되었으니 모노를 안락사 시키는 편이 최선의 배려라고 설득했을 것이다. 어쨌든 모노는 목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상태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마이크는 친구를 그대로 포기하지 않으려 했고, 특히 모노 자신이 미래를 낙관하고 있음을 알고 나자 그 마음이 더욱더 확고해졌다.
그때 그가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실 당신에게 전화를 걸 땐 자신이 없었어요. 전화를 걸려는 이유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는지, 당신을 정말로 믿어서였는지도 잘 몰랐죠. 처음에 당신이 전화를 걸었을 때 당신 말이 아주 진실되게 들리긴 했지만, 그런데도 좀 의심스러웠거든요. 하지만 당신이 모노에게서 알아낸 얘기들을 하나하나 들려주기 시작할 때 깜짝 놀랐어요. 도저히 당신이 알 리가 없는 내용들을 얘기하는데, 어떻게 안 놀라겠어요." --- 「5장 "고통을 함께한 소울메이트여"」중에서
"이제 떠날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하지만 친구 몇 명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해요."
리키는 임종을 맞는 동안 자신에게 소중했던 이들에게 어떻게든 작별인사를 고했다. 몇 달이나 보지 못했던 개들이 갑자기 한 마리씩 나타나더니, 제이크, 빌리, 몰리, 밀리, 춥스가 찾아왔다. 그리고 인간 친구들도 찾아왔다. 린의 아들 다미안은 홍수와 심한 기차 지연의 악조건을 헤치고 찾아와 곁에서 마지막을 함께 해주었다.
리키가 하늘나라로 올라가기 이틀 전에 나는 평온함이 깃드는 것을 느꼈고, 이제는 린처럼 리키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리키는 자신의 삶을 통제해왔듯 자신의 죽음도 통제하고 있었다.
--- 「7장 "평화롭게 떠나다" 중에서」중에서
녀석은 고개를 스르륵 미끄러뜨리며 가늘고 기다란 몸통의 윗부분을 내 손에서 빼내더니 내 왼쪽 팔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혀를 날름거리며 천천히 내 흰색 블라우스를 타고 어깨 쪽으로 올라갔다. 녀석이 매혹적인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긴장 푸세요. 긴장 푸시라구요."
나는 얕게 심호흡을 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애썼다.
"긴장 놓으세요."
녀석이 또다시 말하며 내 팔 위쪽에서 고개를 쳐들고는 내 가슴 쪽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두려움으로 몸이 얼얼해지는 지경인 데다 녀석이 다음번엔 어느 쪽으로 갈지 걱정되어 조마조마했으나, 명색이 동물 커뮤니케이터인지라 녀석이 나를 '골탕'먹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다. 녀석은 나의 두려움 해소를 거들어주면서, 내가 두려움을 떨칠 수 있게 격려해주고 있었다.
--- 「9장 "오래된 마음의 허물벗기"」중에서
--- 「9장 "오래된 마음의 허물벗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