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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

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

알마 인코그니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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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20g | 130*213*20mm
ISBN13 9791159921155
ISBN10 11599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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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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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홍이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불어불문학을 전공하였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공연예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비교사회문화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극단 디렉터그42에 소속되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소설 『우리에게 허락된 특별한 시간의 끝』, 연극 『양배추 의 유례』,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손』, 『우리별』, 『오카다 도시키 단편소설전: 여배우의 혼, 여배우의 혼 속편』, 『God Bless Baseball』, 『곁에 있어도 혼자』,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소년B』,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배수의 고도』 『자지 마』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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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에서는 밀가루 맛이 난다는 것조차 몰랐던 예전의 그가, 빵이라는 세계에 비로소 눈을 뜬 계기는 의심의 여지없이 ‘코티디앙’이었고, 그에게 있어서 그곳은 특별하게 눈부신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눈부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마멸되어 가는 부류의 눈부심이 아니었습니다. 단, ‘코티디앙’의 빵을 일상적으로 맛보는 날들 속에서, 지금 여전히 그가 실제로 그만큼의 눈부심을 느끼고 있는가를 논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매일 그 맛과 신선함을 새로 마주하면서 눈부심을 퇴색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갱신하는 그런 고지식한 짓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제일 처음 ‘코티디앙’ 빵을 입에 넣었을 때의 강렬함을 검증하려들지 않고 쭉 특별한 느낌으로 간직했던 것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미 예전부터, 그렇게까지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중에서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아니 진짜, 일본의 여름은 독특하다니까, 특히 이 습기.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나에 대한 우월감을 피력하는 것으로밖에 난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그것은 어째서일까?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눌러 참고 있었던, 신경 거슬리는 감정을 그가 똑똑히 보도록 겉으로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에, 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우선, 참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인간은 누구나 세계 각지의 여러 가지 여름 중에 마음에 드는 여름을 자유로이 고를 수 있지요? 하고 말하는 듯한 그 무신경함, 오만함은, 나를 정말로 짜증 나게 만든다. 게다가 내가 그런 말 하는 걸 싫어한다는 건, 그도 분명 알고 있을 거다. 그가 이런 식으로 날 짜증 나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길게 나가 있다가 왔을 때는 번번이 나한테 이런 짓을 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나는 말했다. 나는 5주 동안 그 눅눅함의 최절정에서 매일 살았는데 뭐 불만 있어? ---「거리, 필수품」중에서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못 보니까 쓸쓸하다는 그런 열량 높은 말이 나를 향해 들이닥쳐도, 그가 지금 현재 위치한 장소, 그가 그날 하루 무얼 했는지, 무슨 얘기를 하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무슨 정보를 어떤 매 체, 어떤 툴을 통해 얻었는지, 어떤 감정의 흐름을 경험했는지, 그런, 날 못 봐서 쓸쓸하다는 말을 그가 전화로 뱉어낸, 그 전후관계랄까 그 문맥이 나한테는 잘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렇게 말하면 그의 말을 의심한다는 소리밖에 안 되겠지만, 그 말이 입에 발린 소리처럼 들린다. 그래서 나도 슬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문제의 해결」중에서

“저기요, 죄송한데, 질문이 있는데요.”
“뭔데요?” 담당자가 밝은 얼굴로 묻네요.
“인종 같은 거 바꿀 수 있어요?”
“인종요?”
“네. 예술가 계속하는 걸로 하고, 인종을 일본인 말고 다른 걸로 바꿀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요.”
“네? 왜요?”
“일본이 아닌 걸로, 예를 들어 구미歐美 지역이나 중동이나 아프리카나 인도나 중국이나, 아무튼 일본인이 아니라면 어느 나라든 좋겠다 싶어서요. 그럼 예술가가 되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어서. 아니, 그냥 든 생각이에요.”
“음, 그런데 그 부분은 변경이 좀 어려우세요.”
“그래요? 그럼 그냥 ‘희망 안 한다’로 할게요. 자요.”---「여배우의 혼」중에서

하지만 이때 남자는 관객에게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건, 됐어.”
이건 이 퍼포먼스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발화된 단어, 즉 대사였다. 그 말을 듣고 여자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그에게는 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 대사가 그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이제 1초도 여기에 있을 이유는,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기로 마음먹었다. 의자 아래 밀어 넣어두었던 각진 배낭을 꺼내, 앞 열과 간격이 얼마 나지 않는 비좁은 통로를 옆으로 걸어 나가, 잠겨 있던 무거운 출입구를 열어 그곳을 빠져나가자, 그 문이 뒤에서 조용하게 닫혔다. 물론 무대 위 퍼포먼스는 계속되었다. 그가 나갔다는 것을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며,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계속 연기했다.
---「견딜 만한 단조로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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