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EPUB
정치의 무늬 (고종석 선집-3)
eBook

정치의 무늬 (고종석 선집-3)

: 고종석 선집_시사

[ EPUB ]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2
정가
13,200
판매가
13,200(종이책 정가 대비 40% 할인)
추가혜택
쿠폰받기
{ Html.RenderPartial("Sections/BaseInfoSection/DeliveryInfo", Model); }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6월 29일
이용안내 ?
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20.15MB ?
ISBN13 9791159920677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대한민국 시민들이 누려야 할 복지는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정신적 복지가 외려 더 소중할 때도 있다. 그 정신적 복지 가운데 으뜸가는 것이 긍지일 테다. 민족을 배신하고 조국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의 딸이, 더구나 아버지가 한 짓은 뭐든 잘한 일이라고 우겨대는 딸이 공화국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 시민들의 긍지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밥 세끼 입에 들어간다고 공동체의 긍지를 포기한다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게 뭔가? --- pp.19-20

통일이 급작스럽게 이뤄질지 단계적으로 이뤄질지, 그 통일이 남쪽이 북쪽을 흡수하는 형태로 될지 아니면 소위 ‘남북연합’을 거쳐 대등하게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남쪽 시민들 처지에서 가장 바람직한 통일은 단계적 흡수통일일 것이다. 사실, 단계적이든 급작스럽든 흡수통일은 남쪽 시민들이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의 통일이다. (…) 그러나 바로 그 흡수통일을 위해서도 우리에게 허여된 유일한 대북 정책은 포용 정책, 곧 화해.협력 정책이다. --- p.31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미국의 공화당 출신 대통령과 민주당 출신 대통령 양쪽 다로부터 찬사를 받은 이는 이명박 대통령뿐인 듯하다. 이 대통령은 조지 부시 2세의 친구이자 버락 오바마의 친구임을 자부한다. 한국을 위해서나 이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나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우정을 ‘대한민국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개운치 않은 데가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초의 쇠고기 협상이나 지난주 국회에서 날치기로 비준된 한?미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해묵은 골칫거리인 주한미군 범죄 따위의 문제에서 한국은 미국에 너무 고분고분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미국 대통령들의 ‘우정’은 혹시 이 정권이 포기한 ‘국익’의 대가가 아닐까? --- p.38

변화를 읽지 못하는 완고함이 게으름의 한 형태라면, 아무 데서나 변화를 읽어내는 과민함도 게으름의 한 형태다. 둘 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버거워 속 편한 환상으로 도피한다. 지금 한국 정치를 규정하는 가장 큰 힘은 지역주의다. 10년 전, 20년 전에 그랬듯. 최근 부산.경남PK의 지역주의 해체를 운위하는 이들도 있으나, 망상이다. --- p.41

과학소설이나 에세이들은 흔히 먼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인류가 과연 21세기라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인류가 지난 10년간의 행태를 계속한다면, 쉬이 긍정적 답을 내놓기 힘들다. 그러나 낙관주의는 인류의 의무다. 노예에서 농노로의 변화가 발전이었다면, 농노에서 임금노동자로의 변화가 발전이었다면, 우리는 또다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계급적으로나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구속되지 않은 세계시민으로의 발전을, 지구 만물의 너그러운 맏이로의 발전을. --- p.76

하나의 원리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 원리를 유일한 실천 지침으로 삼는 것은 편리하고 매력적이다. 거기에는 깊고 섬세한 사색의 귀찮음이 끼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근본주의에 끌리는 것은 그래서 이상하지 않다. 우리는 쉽사리 평화지상주의자가 되거나 자유지상주의자가 되거나 생태지상주의자가 된다. 민족이나 계급, 종교적 신념처럼 덜 보편적인 가치들도 근본주의를 추동한다. 그러나 인류사는 그런 근본주의들이 그것들의 선한 의도를 훨씬 뛰어넘는 해악을 낳는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그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인간 존재와 사회 구성의 복잡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77

역사를 긴 눈으로 볼 때, 국민국가 체제는 언젠가 해체될지도 모른다. 그 세계에선 20세기 전반부 한반도에서 있었던 친일세력과 반일세력의 갈등도 하찮은 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눈앞의 일은 아니다.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는 국민국가로 이뤄진 세계이고, 이 국민국가 체제가 쉽사리 해체될 것 같지는 않다. 그것이 우리가 친일 문제를 덮어둘 수 없는 이유다. 대한민국이라는 국민국가가 존속하는 한, 친일 문제를 망각의 벽장 속에 집어넣을 수도 없고, 집어넣어서도 안 된다. 그것이 지금 단계의 역사적 정의다. --- p.84

지난 한 세기 남짓 일본과 미국에 하도 괴롭힘을 당하느라, 한국은 그 이전 오랜 세월 중국대륙의 왕조국가들에 당한 괴로움을 잊었다. 역사의 원근법이 중국을 ‘선한 나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초강대국 중국의 국가 이성이 미국이나 일본의 그것보다 덜 사악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의 민족주의세력이 그리도 미워하는 미국은, 사실 한반도와 질긴 지정학적 인연을 맺은 강대국 가운데 이곳에 영토적 욕심을 내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한반도의 단기적 미래가 통일과정이든 분단고착과정이든, 번영의 길이든 퇴락의 길이든, 거기 가장 큰 힘을 행사할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문화를 숭상하고 중국인들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내가 그 나라의 애국주의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 pp.99-100

물론 마르크스의 연인들은 그 이름을 때 묻은 현실사회주의와 연루시키지 않는다. 그들은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이, 더 근본적으로는 레닌이 구부러뜨리기 이전의 ‘진정한’ 마르크스주의를 꿈꾼다. 그러나 마르크스라는 이름을 역사적 사회주의에서 떼어놓으려는 시도는 덧없고 비겁하다. 우리에게 알려진 마르크스주의 체제는 유혈 낭자했던 역사적 사회주의 체제뿐이므로. 스탈린의 사회주의, 마오쩌둥과 엔베르 호자의 사회주의, 차우셰스쿠와 폴 포트와 김일성의 사회주의 같은 것들 말이다. 지상에 건설된 마르크스주의 체제는 이 독재자들의 체제였다. 이 학살자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마르크스가 바로 역사적 마르크스, 우리가 아는 실존인물 마르크스다. 이들에게 불려나온 마르크스 말고 다른 ‘진정한’ 마르크스 같은 것은 없다. --- pp.102-103

경찰이 촛불시위를 거칠게 진압하고 KBS 건물에 난입하면서 공격성을 뾰족이 드러낸 뒤, 야당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이명박 정권을 전두환의 제5공화국에 비유하는 일이 잦아졌다. 정치공세에는 과장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것은 위험한 언행이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상대적으로) 덜한 악’을 비판하기 위해 과거의 ‘절대악’을 두둔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박한 비유는 5공을 겪지 못한 젊은 유권자들의 정치적 상상력을 크게 왜곡한다. --- p.125

선한 사람으로 그득한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겠지만, 그것은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이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그만저만한 윤리적 굴레로 이기심을 조이며 선을 겉치레로라도 실천하는 사람들(곧 위선자들)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 정도일 테다. 넘쳐나지는 않더라도, 그렇게 윤리를 의식하는 위선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은 지옥은 아니다. 실제로 인류 문명의 역사는 상당 부분 위선의 역사였다. 위선자들이 우리를 다스렸다. --- p.147

참여정부 들어 국민의 판단, 곧 민심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집권세력 내부에서 간간이 들려왔다. 최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막강한 뱃심을 뒷받침하는” ‘여론’과 ‘민심’을 타박했다. 이것은 해괴한 일이다. 지금 집권세력에게 시큰둥한 ‘여론’ ‘민심’의 거처는 참여정부를 분만하고 노 대통령을 탄핵의 위기에서 구해낸 ‘여론’ ‘민심’의 거처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세 해 전, 네 해 전의 저 국민이 바로 지금의 이 국민이다. --- pp.154-155

평화와 통일이 맞바꿈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지녔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통일이 아니라 평화다. 한반도의 남북 주민이 자유롭게 오가고 사이좋게 지내는 길이 꼭 남북이 한 나라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는 것이고, 그 평화 체제 속에서 복지를 축적하는 것이다. 통일은 당위가 아니다. 통일부도 ‘남북교류부’ 정도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떨까? --- pp.163-164

반자본주의적 이름들을 마스코트나 장신구로 삼아 소비하는 자본주의의 허영이 꼭 눈살을 찌푸릴 일만은 아니다. 응용심리학 전문가들이라 할 광고제작자들까지 군침을 흘릴 만큼 이 ‘불온한’ 이름들이 끊임없이 소비된다는 것은, 가장 탐욕스러운 자본주의형 인간도 내면 한구석에 공동체적 정의감각이나 생태주의 감수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뜻한다. (…) 그것이 인류의 가느다란 희망이다. ‘자본주의 이후’를 모의할 의지와 지혜는 바로 이 허영에서 나오리라. --- pp.167-168

사실, 노 정권과 〈조선일보〉의 티격태격에는 기이한 구석이 있다. 이라크 파병에서부터 한.미 FTA 밀어붙이기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국가운영 철학’을 큰 테두리에서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이들의 상호 증오는 유전자에 기인한 ‘인종적 배타성’이거나, 시쳇말로 ‘적대적 상호 의존’에 가까운 것 같다. 노 정권은 〈조선일보〉를 계속 탓함으로써 다 떨어진 ‘개혁성’을 과시하고, 〈조선일보〉는 정부를 물어뜯음으로써 알량한 ‘비판지’의 명성을 누린다. --- p.175

독자들은, 지난 세기에 한 독일 비평가가 우려했듯, 기자들을 장교로 삼는 언론이라는 군대의 병사에 불과하다. 여느 군대에서처럼, 언론이라는 군대 안에서도 병사는 그저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개전이나 휴전의 결정, 작전의 수립이나 변경에 그가 간여할 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 독자들은 자신이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판단은 기실 언론군 사령부에서 내려온 것이다. 주체적 개인의 소멸,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자가 외쳐야 할 것은 언론의 자유라기보다 언론으로부터의 자유다. --- pp.191-192

시청 앞에서 인공기를 흔들어대는 것은 분명히 대다수 한국인들의 미감을 거스르고 눈살을 찌푸리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철없음이나 유치함 자체를 형벌 대상으로 삼는 것은 시민적 자유의 밑바탕을 위협한다. 시청 앞에서 부시 당선을 위해 기도를 올리거나 히틀러 사진을 들고 있는 것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199

기억은 역사의 보복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제 한 목숨 건지겠다고 먼저 내뺀 주제에 제가 버린 시민들을 부역자로 몰아 마구 학살한 자가 이승만이라는 것을 우리가 잊을 때, 그 자신 좌익사범 출신인 처지에 비판자들을 북의 간첩으로 몰아 교수대로 보낸 자가 박정희라는 것을 우리가 잊을 때, 피 묻은 손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옥죈 뒤 지금까지도 피 묻은 돈을 꽁꽁 간직하고 있는 자가 전두환이라는 것을 우리가 잊을 때, 역사는 또다른 도살자의 손을 통해 반드시 우리에게 보복할 것이다. --- p.219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의원에 대한 환멸이 견디기 힘들 때, 나는 또다른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 환멸을 치유한다. 한 사람은 16대 총선에서 치졸한 전략으로 노무현 후보를 이긴 허태열 의원이고, 또다른 이는 대통령 탄핵정국의 한 방송 토론에서 야비한 언사로 유 의원을 제압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다. 내 나름의 시민윤리적 센서가 가장 격하게 반응하는 두 얼굴의 도움을 받아서야, 나는 두 사람에 대한 환멸을 겨우 다독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일도 쉽지 않다. --- p.223

제국의 경영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판단될 때만, 제국은 그 확장을 멈추고 물러설 것이다.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내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지도 않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어리석게 나눠 지는 짓일 뿐 아니라, 제국 경영의 비용을 줄여서 제국의 확장 욕망을 북돋우는 짓이다. --- pp.247-248

한국 사회에서 좌파라는 말은 아직도 낙인의 언어다. 물론 급진적 좌파라는 자기규정을 훈장처럼 뽐내며 실제로는 부르주아적 습속을 실천하는,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 사람들이 대학 강단 일각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정치권을 포함한 한국 사회 일반에서 좌파라는 말은 아직 부정적 어휘다. 이제 이 좌파라는 말을 복권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봉건적 가산국가를 이끄는 세력을 좌익 정권이라고 부르는 잘못된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과도한 국제주의나 평등주의의 실천과도 무관하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은 극좌 정권도 아니다. 반민주적 지도자 원리로 수렴되는 민족주의에, 사실은 국가주의에 이끌린다는 점에서 북한은 가장 완고한 우익국가, 곧 극우국가라 할 만하다. --- p.251

운동선수들은 대개 30대면 은퇴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의 체력이 정점에 이르는 때가 보통 20대니 말이다. 그렇다면 ‘공부선수’라고 할 수 있는 학자들은? 대학에 둥지를 튼 제도권 학자들은 보통 65세에 은퇴한다. 그것은 사람의 지적 능력이 예순 전후까지 고스란히 유지되거나 심지어 젊었을 때보다 더욱 벼려진다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정신 능력 역시 보통은 20대 때가 전성기다. 무엇보다도, 정신 능력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육체 능력에 의존한다. --- p.273

위대함은 대체로 구경하기엔 아주 멋들어진 스펙터클이다. 그러나 그것은 막상 당사자가 되어 경험하거나 실천하기엔 너무 밉살맞은, 광기어린 무용武勇이기 쉽다. 노망한 교황의 십자군 운동이든, 젊은 황제의 러시아 원정이든, 위기에 몰린 주석의 문화혁명이든,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위대한 과업의 표적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은 그 위업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병사가 되는 것조차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그 위업의 첨병이 되거나 이해심 많은 총후銃後가 되어 한 시대를 피범벅으로 만들었다. 거기에는 물론 이런저런 개인적 이해타산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그 위업으로 내몬 커다란 동력 가운데 하나는 그들에게 감염된 무시무시한 열정,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이었다. 그들은 광신자였던 것이다. --- p.310

장애인이 도무지 눈에 띄지 않는 거리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 모두가 육신이 온전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백안시하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윤리적 타락,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에 섬세한 배려를 하지 않는 그 사회의 폭력적 무관심을 드러낸다. 어느 사회에나 장애인은 있게 마련이다. 그들이 거리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상인들’의 차가운 눈길을 받아내기 힘들기 때문이고, ‘정상인들’만을 상정한 시설들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 p.338

가장 저명한 공산주의자들이 진실로 사람을 사랑했다고 하더라도, 그때의 사람은 그들의 관념 속에 있는 집단으로서의 인류였지, 그들의 주변에서 숨 쉬고 일하고 고통받는 개인으로서의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눈에 비친 현실 속의 비루한 노동자들은 죄다 그들의 관념 속에 갈무리돼 있는 위대한 노동자계급의 적이 아니었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수용소 군도나 문화혁명이 가능했을 리가 없다. --- p.358

보통선거로 뽑힌 정치 지도자보다 추첨으로 뽑힌 정치 지도자가 더 겸손하고 그래서 권력의 남용을 삼갈 것이라는 예측은 순진해 보인다. 관료주의도 마찬가지다. 관료주의를 막는 길, 즉 대표하는 자의 고정화를 막는 길은, 내게는, 제비뽑기를 도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선출직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연임과 겸임을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그러니까 국가의 최고지도자에서부터 통장.반장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엄격히 제한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운 좋은 사람들이 계속 권력을 지닐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열어놓고 있는 제비뽑기는 권력 남용이나 관료주의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 p.460

급진적 여성주의는 그 말과는 달리 보수적 여성주의로, 더 나아가서 반反여성주의로 기울 수 있다. 여성끼리의 동질성을, 곧 여성의 특이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만들어놓은 여성의 제약조건,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성별 분업을 저도 모르게 승인하는 것일 수 있고, 더 나아가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적 신비’나 나치즘 시대의 ‘모성의 신비’ ‘미의 신화’ 같은 덫에 걸려들 위험에 여성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잘 알려진 한 여성주의자가 박근혜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빚어진 소란은, 박근혜 씨의 정치적 역량이 변변치 않아 위험한 국면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지만, 급진적 여성주의가 언제라도 빠질 수 있는 자기부정의 함정을 보여주었다. --- p.495

소선거구제가 계속 유지되는 상태에서 예컨대 프랑스에서와 같은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한 선거구 내에서는 대통령선거 때와 똑같은 조건이 형성된다. 즉 민주주의자들의 분열은 수구분자들의 당선을 가져온다. 그런데 민주당의 분당으로 이미 자유주의적 온건개혁세력들은 공식적으로 분열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자는 것은, 악의적으로 해석된다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을 돕자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진보정당을 버려둔다면 진보정치는 영원히 꽃피지 않을 것이다.

회원리뷰 (2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1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구매후 즉시 다운로드 가능
  •  배송비 : 무료배송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