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출생으로 다섯 형제 중 막내로 자란 바바라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책을 들고 조용히 뒷마당으로 숨어 버릴 때뿐이었다. 지금은 두 아이를 둔 가정주부이지만 여전히 혼자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못 말리는 로맨티시스트인 그녀는 글쓰기가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자신의 꿈을 대신 채워 준다고 말한다. 마음속에 있던 사람들이 살아 숨 쉬며 현실로 깨어나는 유일한 길이 바로 글을 쓰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는 발끈해서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기고 허리를 쭉 폈다. “샘, 제 말을 못 믿나 본데….”
샘이 손을 잡고 끌어당겨 옆자리에 주저앉히자 그녀는 조그맣게 비명을 질렀다. “이제 날 맘대로 갖고 놀아도 좋으니, 한번 털어놔 봐요. 누구랑 같이 꾸민 거요? 당신을 어디서 찾아냈는지는 몰라도, 정말 눈들이 좋군. 보는 눈이 있어.”
일이 꼬이고 있었다. 그렇게 연습했던 말들도 다 잊어버렸고, 자신의 전략대로 유도하려던 계획도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페이스는 이 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샘이 갑자기 그녀를 의자에 밀어붙이며 바짝 다가오자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샘, 제발….”
“당신이 제발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듣기 좋군.” 샘의 숨결이 페이스의 귓바퀴와 뺨을 간질였다. “다시 말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