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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피어

매직 스피어

김언희 | 해냄 | 2017년 07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1 리뷰 44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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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36g | 145*210*30mm
ISBN13 9788965746263
ISBN10 8965746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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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언희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소설가. 이화여대 영문학과,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워싱턴대학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소설을 발표하고 있으며 『메이비, 메이비 낫』『블랙러시안』 등의 작품이 있다.
2016년 ‘제1회 네이버북스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매직 스피어』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매직 스피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욕망의 불꽃을 사르다 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에너지가 불변하듯이 죽음은 끝이 아니기에 다만 영혼이 지은 업따라 에너지의 바다인 우주 속을 유영하리라 믿습니다.
가볍게 시작하고자 한 이야기는 고민을 거듭할수록 오랜 시간 동안 품어왔던 존재의 근원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여전히 우주와 존재는 거대한 의문입니다. 책의 각주에서 밝혔던 여러 서적과 글, 법문을 통해 미욱한 지력으로 조금이나마 의문을 깨치고자 하였습니다.”
―「작가 후기」 중에서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왜…… 왔어. 나를…… 네 생에서 지우라, 했잖아.”
순간, 소년은 수만 가지의 기억과 감정의 파편들, 엉망으로 이어 붙인 패치워크 같은 장면이 함부로 뒤섞인 파도에 휩쓸리는 기분이었다. 소년은 그 파도 속에서 고작 십수 년을 살아서는 느낄 수 없을 절실함과 죄책감, 질긴 염원으로 소녀를 보았다. 무언가 더 말하려는 소녀의 입술이 경련하였다. 붉은 피가 뭉클뭉클 입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붉던 입술은 파랗게 식어갔다.
“바라.”
소년은 백 년의 염원으로 소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차가운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맞닿은 두 입술 사이로 소녀의 더운 피와 소년의 뜨거운 눈물이 뒤섞였다.
이내 심장이 멈췄다.
---「프롤로그_ 화엄의 고리」중에서

“넌 장현도이면서 장현도가 아니야. 누구지?”
나를 의식하는 주체에 의해 인식되는 내가 누구인지 확신이 없다. 기묘한 뒤틀림으로 반복된 시공간 속에서 각각의 우주에 흩어졌을 내가 이 우주의 현 시각에 중첩되어 있는 상태라면, 과연 거대한 의식이 인식하는 나는 누구인가. 현재라는 시간의 의미는 또 무어란 말인가.
믿어달라.
바로 윗줄까지 쓰고서, 나는 긴 시간을 망설였다. 아무리 기를 쓰며 정확히 기록해 보고자 하나, 세상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듯이 나의 본질 역시 불확정적이기 때문이다.
기록을 포기해 버리고 아이처럼 벌렁 드러눕던 순간, 나는 의식 바닥에 깔려 있는 어린애 같은 나를 끄집어 올렸다. 하나를 가르쳐주면 하나만 깨우칠 수 있었던 시절의 아이처럼, 의식과 논리가 수만 갈래로 파생되기 전의 순진무구한 어린애처럼 접근하고자 한다. (중략)
쉽게 설명하자. 이제부터 들려주는 이야기의 주체인 나는,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나이면서, 오랜 시간을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온 역사이다. 이 우주의 현 시각에서 당신이 더듬어온 나와는 다른 장현도처럼 느껴질 것이다. 당신이 멱살을 잡고 싶어 할 만큼 분노했듯이, 그러하다.
나는 그가 아니다.
---「1장 슈뢰딩거의 고양이」중에서

바라가 교실 저편에서 나를 돌아보았다. 한 발짝씩 천천히 나를 향해 움직였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에서는 강력한 중력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그러니까 나는 똑바로 아무렇지도 않게 흔들림 없이 내 길을 가고 싶었는데…….”
바라가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아슬아슬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트램펄린처럼 휘어버린 시공간 때문에 할 수 없이 너를 뱅뱅 돌게 되는 거야.”
(중략)
바라의 걸음이 잠시 느려졌다.
“내내, 장현도, 너 때문에 어지러웠으니까.”
바라의 말에 무지개 같은 현기증이 일었다. 내가 바라의 손을 잡아 회전을 멈추었을 때 바라는 힘의 반동으로 넘어지듯 내 가슴에 부딪혀왔다. 바라가 어깻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용어들이었다.
“넌 매직 스피어(magic sphere) 같아. 난 그러니까, 사건 지평선(event horizon)을 넘어버렸어. 나는, 언젠가 너한테 빨려 들어가 소멸하겠지.”
바라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바라의 홍채는 붉고 동시에 검었다. 상상 속 불로초의 꽃술처럼 신비로운 무늬와 빛깔 때문에 나는 눈을 찡그렸다.
“네가 나의 무덤이 된다면, 나는 그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텐데.”
---「2장 사건 지평선」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고교생 때 댄스 그룹 ‘지오’로 데뷔해 혜성같이 나타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장현도. 비밀스런 사생활 때문에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던 그는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면서도 의대에 진학해 전도양양한 성형외과 의사로 활동한다.
어느 날, 장현도 앞에 잡지가 기자 강도희가 나타난다. 강도희는 오랫동안 장현도와의 인터뷰를 꿈꾼 지오의 열성팬이었다. 그가 동남아 오지 지역 아이들을 은밀히 후원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를 기사화하는 것을 계기로 그를 만날 기회를 잡는다. 하지만 강 기자는 장현도가 자신이 알고 있던 진짜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미묘한 느낌을 받고, 그가 그린 그림 속에 숨겨진 「화엄일승법계도」를 찾아낸다. 의상 대사가 화엄 사상의 핵심을 정리하였다고 전해지는 그림시 「화엄일승법계도」 속에 숨겨진 비밀을 추적하는 강 기자에게 미묘한 한 마디를 남기고 장현도는 존재를 감추고, 강 기자는 그가 비밀금고에 남긴 기록을 하나하나 읽어내려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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