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클러리휴 벤틀리는 추리 소설인 『트렌트 최후의 사건』과 그의 이름을 딴 독특한 형태의 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1875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목요일이었던 남자』의 작가로 이름 높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과 평생지기로 지냈다. 벤틀리는 옥스퍼드의 머턴 칼리지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대학 졸업 후 변호사로 일하다 저널리즘으로 전향하여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포함한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로 근무했다. 벤틀리는 한 출판사가 소설 공모전을 열며 상금 오십 파운드를 건 것을 보고 신문사를 다니는 틈틈이 ‘필립 개스킷 최후의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을 썼다. 원고가 완성되기 전, 한 미국 출판인이 벤틀리에게 오백 달러를 미국 출판권 계약금으로 제시하며 탐정의 성과 작품 제목을 바꿀 것을 요구하였고 벤틀리는 이를 수용했다. 영국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던 벤틀리의 친구가 영국 출판권을 계약하며 이 작품은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출간되었고 큰 인기를 얻었다. 필립 트렌트를 더 보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바람에 의해 작가는 트렌트가 등장하는 두 권의 책을 더 출간하였다. 벤틀리는 1936년부터 1949년까지 영국 추리 소설 작가 모임인 추리 클럽의 회장을 지내기도 하였다.
우리가 아는 이 세상은 어떻게 중요한 일과 중요해 보이는 일을 현명하게 분별하는 것일까? (11쪽)
“트렌트, 인생은 말이야. 이런 고집스러운 침묵과 오랫동안 키워 온 오해로 가득 차 있다네.” (46쪽)
“유한한 능력을 지닌 인간이 과학을 통해 휘두르게 된 복잡다단한 외적인 도구들에 집착하면 할수록, 우리 안에 있는 숭고한 인간성을 계발하고자 하는 열정은 차츰 식어 가고 있어. 농업의 기계화는 수확의 축제를 빼앗아 갔어. 빠른 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여행은 여관과 여행의 기쁨을 앗아 갔지.” (133쪽)
“일반적으로 사법적 정의는 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데 실패하곤 하지. 때로 맨더슨 사건처럼 진실은 교묘하게 은폐되곤 해. 무지한 인간이 진실을 표현할 능력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하네.” (3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