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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바람의 전설

억새바람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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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46쪽 | 374g | 128*188*30mm
ISBN13 9791186889107
ISBN10 11868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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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용직
시인, 소설가. 경북 예천군 호명면 황지동에서 태어났다. 1967년 산림청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나무를 심고 산을 돌보는 일에 종사했다. 은퇴 후에는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세상과 나누고자 ‘평생 현역’의 길을 자처했다. 현재 나무병원에 근무하면서 전국 산야에 흩어져 있는 병들고 쇠약한 나무를 찾아 치료하고 관리하는 나무의사로, 또 산과 나무와 관련된 시와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인생 2막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수필집 『산, 그리고 인간과의 만남』, 동화책 『산불소방관』, 시집 『물소리 바람소리』, 자서전적 수필집 『솔숲은 그 자리에』, 국내 최초의 산림소설 『편백 숲에 부는 바람』, 산촌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장편소설 『그 숲에 살다』 등이 있다.
2011년 2월 『월간 창조문예』에서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같은 해 『산림문학』에서 『호식총』으로 소설에 등단했다. 2014년 『편백 숲에 부는 바람』으로 제3회 녹색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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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형장 늙은 미루나무 앞에 섰다. 이 길을 걸어간 수많은 사형수들의 아픈 사연을 보고 들은 미루나무다. 피눈물을 뿌리며 생을 마감한 사형수들이 어루만진 자리가 썩어 병이 된 미루나무. 그 늙은 미루나무 앞에 또한 사람의 빨간 명찰이 다가섰다. 오늘도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한 사형수의 애틋한 사연을 늙은 미루나무는 들어주어야 한다. 1424번이 늙은 미루나무를 덥석 안았다.
‘나 좀 살려주시오. 나는 더 살고 싶소!’
그러나 사형장 문턱을 지키고 선 늙은 미루나무는 1424번 사형수의 피 끓는 하소연을 차가운 겨울바람으로 대신했다. 해묵은 거미줄이 을씨년스럽게 쳐진 그곳에는 멀고도 험한 저승길을 안내할 스님과 신부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1424번이 마지막 입을 열었다.
“좋은 세상 잘 살다 갑니다.”
덜커덩! --- p.49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진 기분이다. 남들처럼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한 아들이다. 남들처럼 공부도 시키지 못했고 알뜰한 사랑을 주어 키우지도 못했다. 분이에게 유심이는 천형(天刑)이다. 하늘이 내린 형벌, 천형.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 결혼도 못해본 처녀 어미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쏟아놓은 애물단지다. 그 아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세월이 반백 년. 강산이 네 번에서 다섯 번이나 변하는 세월이었다. 일생을 가슴 태우며 살았던 원한 맺힌 세월이었다.
그 인고의 세월을 모질게 살아온 어미 앞에 나타난 아들은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빨갱이가 되어 있었다. 입을 열면 김일성을 찬양하는 선전이 줄을 잇고,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남조선 혁명을 위한 투쟁이다. 부자, 공무원, 경찰, 기업가 등등 모든 사람을 반동분자라며 처단해야 한단다. 장차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그러나 어쩌랴. 모든 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이자. 이 한 몸이 살아생전에 갚아야할 업보라면 용서 비는 마음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 모든 환란고초를 어미가 안고 가리라. --- p.75

퍼뜩 현실로 돌아온 상호가 피우던 담배꽁초를 던지고 일어섰다. 참호 속에 죽어 넘어진 병사의 시체가 발목을 잡았다. 역겨운 피비린내가 사방에 퍼졌다. 피아간에 구별이 안 되는 시체들이 벌목장 통나무처럼 널려 있다. 어디선가 작은 인기척이 났다. 겹겹으로 쌓인 시체 더미 속에 살아 있는 병사가 있었다. 허리 아래 두 다리를 잃은 병사가 물을 찾는다. 피를 많이 흘린 사람이 물을 마시면 죽는다. 이 병사에게 물을 먹이면 병사는 죽는다. 그러나 지금 이 병사를 살릴 길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편한 마음으로 물을 먹여 보내자. 허리에 찬 수통을 열자 병사의 눈이 반짝 떠졌다. 꿀꺽꿀꺽 물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반짝이는 병사의 눈망울 사이로 아들 얼굴이 겹쳐졌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마신 병사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편안한 얼굴이다.
“집이 어디냐?”
까칠한 입술을 힘겹게 달싹였다.
“……광주요.”
“광주 어디? 내가 소식 전해줄게.”
병사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감긴 눈섶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반짝 빛났다. 그렇게 병사는 죽어갔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병사는 상호가 먹여준 물 한 모금을 받아 넘기며 죽어갔다. 아무 죄도, 아무 잘못도 없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렇게 죽어갔다. 고맙다는 인사말이 목구멍에 걸린 채 병사는 죽었을 것이다. 병사의 목에 걸린 군번표를 떼어 이빨에 끼우고 손으로 눈을 쓸어 감겼다.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병사의 명줄이 끊어진 순간에도 이 땅의 부모 형제들은 병사의 무사귀환을 두 손 모아 기도할 것이다. 애끓는 피붙이의 소망을 뒤로하고 낯설고 물 선 다부동 전투에서 병사는 그렇게 숨을 거뒀다. 누구를 위하여 하나뿐인 인생을 접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죽음이며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 p.124~125

“결국은 원수 집안끼리 혼인했다는 말이 되는구먼.”
분이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목숨의 은인으로 알고 살았던 남편이원수 집안사람이란 말인가. 부부는 돌아누우면 남이라 했지만, 그런 줄도 모르고 평생을 살았단 말인가. 방 안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기분 좋게 취했던 술기운이 일시에 달아났다. 가슴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린 느낌이다. 서로간의 집안 내력은 밝혀졌지만, 대체 인연이란 무엇인가. 좋게 만나면 인연이고 나쁘게 만나면 원수가 된다는 그 인연! 사방 둘레가 십 리나 되는 바윗돌을 선녀가 입은 날개옷으로 쓰다듬어 가루가 되는 세월을 일겁(一劫)이라 했다. 부부의 인연은 억겁의 공덕을 쌓아야 이뤄진다 했는데, 그렇다면 상호와 분이의 부부 인연은 억겁의 공덕인가, 악업의 무덤인가.
억울한 일을 당해도 보복하지 말라 하신 할아버지 당부도 지켜내지 못한 자손들이다. 피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는 할아버지의 경고를 귀넘어들은 자손들이다. 나라의 위기 앞에 부화뇌동을 금하라는 할아버지의 당부는 물거품이 되었고,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만 구천에 떠돌게 만드는 또 다른 악업을 지었다. 도대체 인간 세상에서 맺어지는 인연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 p.324

이제 그대는 이승에서 맺은 인연을 내려놓고 편히 잠들어라. 인생만사 모든 것이 허공에 뜬 구름이요, 왕후장상의 권세조차 바람 앞에 흐트러지는 티끌인 것을 그대는 알지어다. 오호라! 슬프고 애통하다. 그대는 부디 천만 가지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평안히 잠드시라. 그래도 못다 한 정이 남았거든 하늘에 뜬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라. 산들바람이 불거든 그대 속삭임인 양 느낄 것이고, 노을이 붉게 비칠 때면 그대 영혼의 미소인 줄 알겠노라. 함박눈이 천지간에 아득하거든 이불깃을 펼칠 것이고, 천둥번개가 몰아치는 날에는 모진 밤을 지새울 것이다. 나 이제 그대를 보내노라. 슬픈 지아비도 그대 뒤를 따를 것이니 화평천국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라. 푸른 바다가 그대 꿈처럼 펼쳐지는 범바위 언덕에 유택을 마련하고 한 잔 술로 진혼하니 흠향하시라. 햇빛 좋고 바람 자는 길일을 택하여 초분을 모시고 홀로 된 지아비가 한 잔 술로 이별을 고하노라. 상향. --- p.344~345

분이의 초분 장례가 끝났다. 인간 백세가 유한하다 했으나 분이의 인생행로는 파란만장했다. 물려받은 악업으로 천출로 태어나 밑바닥 인생으로 살았다. 뿌리도 모르는 자식을 낳았으나 망나니로 자랐고, 얼굴도 모르는 형제간에 총부리를 앞세웠고, 원수의 집안 사내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평생을 살았다. 그러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인생길, 분이의 삶을 되돌아보면 켜켜이 쌓인 한의 연속이었다. 드넓은 남해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범바위. 분이는 그 범바위에 자리 잡은 초분에서 모질고도 질긴 인연의 끈을 놓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 p.3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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