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책상뿐이었다. “작가의 삶은… 책상에 달려 있다. 작가가 정신착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결코 책상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악물고서 책상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그는 책상 앞에 버티고 앉아 글을 쓰고 또 썼다. “내 삶은 출생을 앞 둔 망설임이다.”며 그 아픈 사투와도 같은 망설임을 잉크에 적셔 요제프 K와 그레고를 잠자, 단식광대와 곡예사, 가희 요제피네와 시골의사… 등을 창조해냈다.
--- p.21, 프란츠 카프카
인간은 본래 범죄자이다. 처벌이 두려워 욕망의 충족을 어떻게든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악의 의미를 긍정하는 그 자체가 바로 자유에 대한 긍정이다. 나는 흥분의 폭발 속이 아니면 섹스의 충족을 느끼지 못한다.
--- p.34, 마르키 드 사드
한적하고 조용한 그의 집을 나오면서 나는 그가 힘주어 말한 20세기 시인들(보들레르, 랭보, 네르발, 엘뤼아르, 아폴리네르)과 “시사적(時事的)인 것은 시의 가장 나쁜 적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그의 시 중 한 단락인 「천상의 새」를 나직이 음미해 보았다. ‘나는 인간의 불행을 좇아 불행의 여유로 불행의 껍질을 벗기고 있다.’
--- p.59, 르네 샤르
결국 나는 ‘죽음의 방식’ 3부작 중 「프란차의 죽음」은 다 완성시키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군요. 내가 죽고 나면 많은 말들이 회자하겠지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유일하게 자전적 소설인 『말리나』를 읽으면, 어느 정도 나를 이해하게 되겠지요.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 p.75, 잉게보르크 바흐만
고골 동상 중 가장 우울하고 침울한 모습으로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다. 그리고 좌대에는 그가 만든 작품의 주인공들이 부조로 한 자리에 다 모여 있다. 『타라스 불리바』의 용장 불리바, 『외투』의 초라한 관리 바시마치킨, 『검찰관』의 가짜 검찰관 홀레스타코프, 『죽은 혼』의 사기 지주 치치코프 등등….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인간 형상을 바라보는 고골의 눈이 얼마나 탁월한가를 느낄 수가 있다.
--- p.88,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그가 그곳에서 얻은 게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든… 나는 아직도 그의 『모랄리떼』를 읽으면 가슴이 뛰고, 「해변의 묘지」를 읽으면 바람 부는 해변에 서서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고 외치고 싶어진다. 하늘 아래 누구보다 타고난 시인이었음에도 평생을 지적 유혹와 감성적 자질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었던 발레리. 천재, 오, 긴 인내여!
--- p.111, 폴 발레리
그러나 그녀의 무한히 계속되는 문장들! “장미가 장미인 것은 장미가 장미라서 장미가 장미라는 것이다(Rose is a rose is a rose is rose…; 이 문장은 그녀의 뮤즈이자 동반자인 앨리스 B. 토클라스에게 바치는 시 「성스러운 에밀리」에 등장하는 문장으로, 미국 현대 문학의 가장 유명한 문장이자 현대문학의 모토가 된 문장이다)” 등의 언어실험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었다.
--- p.120, 거투르드 스타인
그를 가리켜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위대한 문학 엔지니어”라 칭하였다. 그만큼 포는 작품 구성에 있어서 어느 한 부분도 우연이나 직관에 의지하지 않고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 용의주도하고 치밀하게 계획해 썼다. 단어 하나하나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으며, 시 「갈가마귀」에서도 소리가 잘 울리는 ‘네버모어’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게 함으로써, 시를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소리가 오랫동안 귓속에서 메아리처럼 맴돌 수 있게 신경을 썼다.
--- p.133, 애드거 앨런 포
그녀는 자신이 가진 감각기관인 오관과 오감을 철저히 활용해 글을 썼다. 일찍이 그녀처럼 격정적 언어로 관능적 욕망을 그렇듯 풍부하게 표현한 작가는 없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보고 느끼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물 흐르듯 써내려갔다. 그녀의 자연과 전원, 동물에 대한 강렬한 취향과 생동감 넘치는 서정성은 사랑의 기쁨과 영혼의 향수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그녀의 내면세계와 잘 맞아떨어졌다.
--- p.150,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그가 시를 쓴 기간도 아주 짧아 그를 시인이라 불러야 할지 애매하지만(나는 체코의 세 작가 - 카렐 차페크,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 를 시인으로 밀어붙이는 내 고집을 즐긴다), 그의 소설 『별똥별』이나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평범한 인생』등은 시를 읽는 것처럼 아름답고, 서정적 여운이 아주 깊다.
--- p.162, 카렐 차페크
나보코프는 그 황홀한 부화를 「크리스마스」라는 아름답고 슬픈 단편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깊은 밤, 먼저 죽은 아들의 유품을 안고 절망에 빠져 ‘자살’을 꿈꾸는 주인공 앞에 유품 속에 잠들어 있던 아타쿠스나방의 고치가 깨어나고 부활하는 장면을 장엄하게 너무나 장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장면은 숨이 확, 멎을 만큼 감동적이고 황홀하다.
--- p.188, 블라디미르 나보코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