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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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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웃었다

: 오늘, 편애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

[ PD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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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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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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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파일/용량 PDF(DRM) | 12.31MB ?
ISBN13 978896833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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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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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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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작은 사이즈를 가졌다.
신지 않으려고.
일없이 꺼내어 보려고.
헛되이 만지기나 하려고.
실은 이 한없이 보드라운 신발이 내게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안다.
알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1月 15日」중에서

그들의 꿈은 온통 바다의 밑으로 향한다.
-저는 지난겨울 동해 바다를 잊을 수 없어요. 바다로 10분쯤 들어갔다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더니, 글쎄 온통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는 거예요. ‘나는 지구의 아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스킨스쿠버 다이빙은 우리에게 지구의 시(詩)를 읽으라고 말하는 걸까?
그날 밤 산호가 너무 보고 싶어 서교동 홍산수족관에 다녀왔다.
---「5月 19日」중에서

-엄마, 아욱 이제 없던가? 다 끝났나?
끝나긴 뭐가 끝나, 지금이야말로 제철인 거 뻔히 알면서 묻는 거다.
엄마는 금방 목소리 톤이 하나 더 올라간다.
-아욱? 아욱이 왜 없어, 있지! 아들, 아욱국 끓여 자시게? 가을 아욱국은 문 닫고 먹는다잖어. 아욱 보내 주까? 딴건 뭐, 배추겉절이 좀 해 주래?
아들과 엄마는 누가 누가 더 착한가 경연 대회 참가 중. 아무렴 어떤가. 엄마에게 그러지, 누구에게 그럴까? 아들에게 그러지, 누구에게 그럴까?
---「9月 11日」중에서

어젯밤 쓴 편지가 오늘 아침에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기를, 세상에 그럴 수도 있기를 기도하면서 이것을 서랍 깊은 곳에 둔다. 한 장을 꺼내더라도 어렵게 꺼내고 싶어서지만, 그렇게 폼을 잡을 건 또 뭔가 싶어 결국엔 쓸 만큼 쓰거나 말거나 한다. 손으로 칠한 테두리 선, 필기체로 돋을새김된 ‘Pineider’라는 글자의 촉감, 그리고 ‘편지를 쓴다’는 말 속에 깃든 유순한 자기애.
---「9月 16日」중에서

-집이 최고다.
길가의 풀처럼 주위에 그런 말이 수북했다.
‘아니지. 꼭 그렇지는 않지’, 고개를 저으면서도 실은 그 말에 안심하곤 했다는 걸 말해 두어야겠다. 나는 당신의 피로에, 당신의 낮아진 목소리에, 당신의 술을 덜 마시는 습관에, 당신의 나를 향한 몸과 마음이 여기저기 둥글다는 감촉에 안심했다.
---「10月 1日」중에서

실은 서울에서부터 티슈로 겹겹이 싸 간 물건이 있었다. 나는 겉멋의 화신이니까 싸면서 일말의 민망함 따윈 없었다. 그건 바카라의 아르쿠르 와인 잔이었다. 부르고뉴에서 이 잔에 와인을 마시겠노라는 순진한 기쁨!
---「10月 28日」중에서

보이는 그대로 자작나무였지만, 나는 굳이 물었다.
-이게 뭐죠?
대답은 역시 ‘자작나무’일 뿐, 딱히 용도도 없었다. 지름은 한 10센티미터 될까? 길이는 한 20센티미터쯤. 가격은 5천 원. 나는 이걸 여러 번, 여러 개 사서 아무 데나 놓고 쳐다보았다. 눈길이 머물면 차분해지고, 손길이 닿으면 손바닥으로 ‘나무’가 왔다. 오늘도 자정을 넘겼군. 하지만 괜찮을 거야. 평화라면 평화려니 나무를 만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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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달력을 넘기듯, 지난 앨범을 꺼내 보듯, 이미 읽은 적 있는 시집을 다시 펼치듯, 조금씩 들춰 보며 읽어야 한다. 여기엔 봄으로부터 겨울까지, 마음이 닿아서 손이 닿는 작은 것들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 그 마음의 무늬들을 단숨에 읽어 버리기보다는 여기 적힌 기억들을 마음에 담고, 어느새 잊어버리고, 다시 또 떠올리는 일들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 시간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 쓸데없고 예쁜 마음의 모음들이 좋아서,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올 것이다.
하나의 이미지가 촉발하는 여러 마음의 사태들,
수많은 이미지가 도출해 내는 단 하나의 마음, 나는 이 책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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