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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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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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5.18MB ? |
ISBN13 | 9791196152420 |
KC인증 |
발행일 | 2017년 0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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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안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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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35.18MB ? |
ISBN13 | 9791196152420 |
KC인증 |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 인천 그해 경주 두 얼굴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문재 시인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편지 그해 여수 아침밥 환절기 비 그해 협재 희고 마른 빛 벽제행 울음과 숨 꿈방 몸과 병 다시 지금은 고독과 외로움 여행과 생활 2부 내가 좋아지는 시간 그해 화암 그해 묵호 낮술 마음의 폐허 기억의 들판 해남에서 온 편지 울음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소설가 김선생님 그해 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 시대 3부 봄 마중 작은 일과 큰일 다시 떠나는 꽃 그해 행신 알맞은 시절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광장의 한때 극약과 극독 첫사랑 우산과 비 절 취향의 탄생 그해 삼척 4부 일과 가난 불친절한 노동 어른이 된다는 것 고아 초간장 그만 울고, 아버지 손을 흔들며 축! 박주헌 첫돌 중앙의원 순대와 혁명 죽음과 유서 내 마음의 나이 해 나아가며-그해 연화리 |
그의 시집과 산문을 읽어보자며 구입만 해놓았다가 이번에 꺼내 읽게 되었다. 시집 같은 산문. 산문 같은 시라고 해야 하나. 짧은 에세이임에도 느끼는 바는 달랐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 시인이 바라보는 시각.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느꼈달까. 마치 한 편의 긴 시집 같은 산문이었다.
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14페이지)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18페이지)
천천히 읽자고 했다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다 읽어버려서 안타까운 글들 이랄까.
시 같은 산문을 읽다보니 그의 시가 못내 읽고 싶어졌다.
가끔씩 에세이를 멀리하지만, 이처럼 시인의 산문은 시 같아서 좋다.
예고도 없이 불쑥 마음을 훔친달까.
산문도 이럴진대 시는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당신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먼 시간은
당신에게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나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을 것입니다. (52페이지)
그를 가리켜 '시인 아이돌'이라고 한다지.
그의 시집이 궁금할 정도로 좋은 산문이었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문장들의 조합이랄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늦은 답서를 할 것이다. 우리의 편지가 길게 이어질 것이다.
(편지中에서)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받은 최초의 기억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색종이에 받은 몇 글자 인적도 있고 포스트 잇에 그림과 함께 적힌 당부의 말이기도 했다. 문방구에 들릴 때마다 사둔 백 원짜리 엽서에 하이쿠를 써주기도 했다. 휘갈겨 쓰지 않고 또박또박 쓴 네모 반듯한 글씨. 빈 공책에 시를 필사하기도 했다. 쓰고 싶은 열망으로 들끓었던 그때, 시집 속 한자 밑에 독음을 달아주기도 했다. 편지 쓰기를 강요하면 다음날 머리맡에는 빼곡하게 언어들이 적힌 수첩이 놓여 있기도 했다. 이틀이 걸리는 편지를 쓰면서 우표를 붙이고 이곳의 안부와 날씨와 거리의 변화를 쓰면서 시간은 흘러가기도 했다. 글을 쓸 수 있어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어서 다행한 날들이었다. 한평생 우리에게 남은 일이란 편지를 쓰고 주고받고 오늘의 인사를 나누는 일이면 좋겠다.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해 여수 전문)
이제 여수에 갈 일은 없다. 아쉽다고 서운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계속 슬플 것이니까. 울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어 입술을 질끈 깨물 수밖에 없으니까. 구부러진 골목을 걸어가 문을 열고 책가방을 던져 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읽으면서 지낸 그곳을 잊은지 오래다. 같이 살 수도 있었던 곳에서 우리는 시차를 두고 살았다. 내가 살던 곳에서 당신들이 살고 내가 떠나온 곳에서 당신들이 남았다. 걸어서 바다를 보러 갔다. 어두운 바다에서 소리로 냄새로 확인한 당신의 지나온 시간. 나는 당신의 지난한 삶의 하소연이 싫었고 분노와 서러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당신은 떠났고 나는 남았다. 기억은 흐려지고 추억은 사라진다. 여수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당신을 만나러 간 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우리들의 눈에는 빛이 소멸했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간단한 의문이 남았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불친절한 노동 中에서)
카레에 쇠고기를 넣지 못할 때 아이스크림을 사려다 두부나 양파를 살 때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가난한 아이들이니까. 이렇게 말을 하면 살까 말까 망설이는 그 상황이 놀이처럼 느껴져 가볍게 지나간다. 원하는 것들을 전부 장바구니에 넣을 순 없었지만 상 위에 오른 한 끼 식사를 먹으며 우리는 사소한 저녁을 보낼 수 있다. 시시한 농담과 대화를 이어가는 밥상에서 내일을 기다린다. 보양식으로 먹으려고 닭을 삶았다. 양 조절에 실패해 다 타버린 닭을 먹으면서도 맛있다 맛있다고 말해주는 따듯한 음성이 있어 울음을 참을 수 있었다. 우리의 오늘은 괜찮다. 내일은 더 좋을 것이다. 긍정으로 밀고 가는 힘들이 있어 우리 눈에 비친 불안은 안도로 바뀐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없다 할지라도
Q.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왠지 김해찬 작가의 <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가 순간 떠올랐었어요. 문체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읽을수록 박준 작가만의 문체와 느낌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슬픔과 우울감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통해서 위로를 받기도 했고,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기도 했어요.
Q. 흥미로웠던 부분?
A. 흥미로웠다기 보다는 위안과 위로를 많이 받았달까요.
최근에 겪은 아버지 상실로, 일상 곳곳에서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많이 느꼈거든요.
심지어는 지인의 결혼식에 갔었는데,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는 것을 보고도 '아 나는 이제 저렇게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들어올 수 있는 아빠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러던 중에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라는 말이 어쩐지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또 해가 지나갈 수록 그런 상실감 또한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겠지요. 이렇듯 담담한 말들이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습니다.
Q.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A. 상실과 부재에 대해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감동이나 눈물을 이끌어내는 문장들은 없었지만, 담담하게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제 마음이 어쩐지 더 쓰라렸습니다. 아마 지금 제 마음이 상실로 인한 치유 중이기 때문이겠죠.
Q. 이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가볍게 툭툭 던지듯 쓰는 단편성 운문과 산문들로 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일정 중에 한 챕터씩 읽기에도 부담없는 길이의 내용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한다면, 최근 상실이나 부재를 겪은 분들께 건네고 싶은 책입니다.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본 후기는 ㅎㅈㅎ의 매우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