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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Book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EPUB ]
박준 | 난다 | 2017년 08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3 리뷰 23건 | 판매지수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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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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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8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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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5.18MB ?
ISBN13 9791196152420
KC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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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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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하건대, 분명 좋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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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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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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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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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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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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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침을 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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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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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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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면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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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 전에 쓰는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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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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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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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았던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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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상태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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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의 수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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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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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를 위한 루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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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늙는 기분

서른다섯, 늙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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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 인천
그해 경주
두 얼굴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문재 시인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편지
그해 여수
아침밥
환절기

그해 협재
희고 마른 빛
벽제행
울음과 숨
꿈방
몸과 병
다시 지금은
고독과 외로움
여행과 생활

2부
내가 좋아지는 시간
그해 화암
그해 묵호
낮술
마음의 폐허
기억의 들판
해남에서 온 편지
울음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소설가 김선생님
그해 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 시대

3부
봄 마중
작은 일과 큰일
다시 떠나는 꽃
그해 행신
알맞은 시절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광장의 한때
극약과 극독
첫사랑
우산과 비

취향의 탄생
그해 삼척

4부
일과 가난
불친절한 노동
어른이 된다는 것
고아
초간장
그만 울고, 아버지
손을 흔들며
축! 박주헌 첫돌
중앙의원
순대와 혁명
죽음과 유서
내 마음의 나이


나아가며-그해 연화리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 p.17 「두 얼굴」 중에서

소금기 진한 바람은 식당의 빛바랜 간판을 바꾸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모네 식당’은 ‘모네 식당’이 되었습니다. 곰치국의 간이 조금 진해졌지만 여전히 수련睡蓮 같은 고명들이 가득 들어간 일이나 한해살이풀이 죽은 자리에 같은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일, 어제 자리한 곳에 오늘의 빛이 찾아 비치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그리 큰일도 아니었습니다.
--- p.133 「그해 삼척」 중에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p.19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중에서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들은 너무나 다양하며 그래서 모두 틀리기도 모두 맞기도 하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언제나 참일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여전히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 p.95 「사랑의 시대」 중에서

이 글을 쓰면서 그 시기의 일기장을 펴보았는데 내가 화장터에 간 날은 2000년 4월 5일이었다. “만약 다시 벽제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최대한 아주 먼 미래였으면 한다”라는 문장이 있었고 “그래도 사람의 마지막이 크고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관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라는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희망과는 달리 나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벽제로 가야 했다. 슬프지만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어느 깊은 숲에서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슬픔 속에 우리들의 끝이 놓인다는 사실은 여전히 다행스럽기만 하다.
--- p.38 「벽제행」 중에서

증상과 통증은 이제 미병이 끝나고 우리 몸에 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들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위통이 시작된 후에야 위가 여기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아픈 곳은 허리인데 손발이 먼저 저려올 때 온몸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에서도 다시 사람의 인연을 생각한다.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 p.44~45 「몸과 병」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그냥 옆에 있는 책.
마냥 곁이 되는 책.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말해버리는 책.

1.
박준, 이라는 이름의 시인을 압니다. 2008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지난 2012년에 첫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지요.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시집 제목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들어본 적 있으실 것도 같은데요, 그래요『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초콜릿색 시집이요. 뒷면에 한 여인의 뒷모습을 짐짓 무심한 듯 그러나 뭔가의 사연을 짐작케 하는 포즈로 새겨넣었던 바로 그 시집이요. 참으로 큰 관심 속에 이 시집은 세상에 선을 보인 지 5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산다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박준 시인은 뭐든 잘 잊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 마음들을 확인할 때마다 제 안에 꼬깃꼬깃 접어 숨겨놓았다가 뭔가 아리송한 바람이 저를 덮칠 때면 외따로이 숨어 앉아 몰래 꺼내보고는 한다지요.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나요.

2.
그런 그가 오랜 준비 끝에 첫 산문집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첫 시집 제목이 열여섯 자였는데 그보다 한 자 더 보태 열일곱 자 제목으로 짓고 기운 책으로 말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가만, 제목이 좀 길죠? 네, 좀 길다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그리 어렵게는 안 느끼실 거다 자신했던 데는 우리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해봤거나 들어봤을 경험의 소유자들이라는 까닭에서였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는 울지 마, 하는 사람이 나였다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 좀 울어, 하는 사람이 너였던 상황 앞에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놓여 있었던가요.

3.
앞서 ‘편지’라는 단어를 살짝 꺼냈었는데요, 이번 박준 시인의 산문집이 어쩌면 편지라는 설명 불가결의 의미심장함과 참으로 닮아 있다 싶기도 해요. 왜 편지가 그렇잖아요. 억지로 쓰게 되면 빤하고 밋밋한 소리만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되는데 자발적으로 쓰게 되면 손에 펜을 쥔 자가 예측 불허의 무한 에너지로 제 안의 이야기들을 마구 터뜨리게 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왜 이렇게 쓰고 있는지 저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런 구절들을 중간 중간 추임새처럼 섞어가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타고나길 진실인 편지, 그런데 그렇게 생겨먹길 진심인 편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박준 시인이 그간 제 시를 함께 읽어주고 함께 느껴주고 함께 되새겨준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한 권의 답서(答書)이자 연서(戀書)가 아닐까 해요. 그런 둘 사이의 편지는 필시 길게 이어질 운명이라는 것도 실은 조금 알겠어서 이 한 권의 책을 여러분들에게 내미는 마음이 보다 덜 부담일 수도 있던 바, 분노나 미움보다 애정과 배려에 가까운 것이 편지이기에,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는 시인의 바람이 실은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쓰고 싶다는 마음과 동일한 다짐임을 알기에, 시인은 타고난 부끄러움을 돌로 살짝 눌러놓은 채 이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얘기를 다 퍼내서요, 더는 남음이 없어요! 원고를 마무리 지으며 시인이 뱉은 말을 끝끝내 원고 마지막 페이지에 압정으로 꽂아두었던 저라지요.

*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시인 박준’이라는 ‘사람’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글입니다. 제 호흡 가는대로 총 4부로 나누긴 하였지만 그런 나눔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살살 넘겨봐도 또 아무 대목이나 슬슬 읽어봐도 우리 몸의 피돌기처럼 그 이야기의 편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드러낼 작정 없이 절로 드러난 이야기의 어린 손들을 우리들은 읽어가는 내내 잡기 바쁜데 불쑥 잡은 그 어린 손들이 우리들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으로 적어주는 말들을 읽자면 그 이름에 가난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가난이라는 생활, 이별이라는 정황, 죽음이라는 허망, 이 셋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들 모두에게 바로 직면한 과제라 허투루 들리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웬만하면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가능하면 피하고만 싶었던 우리들의 민낯, 그 가난은 힘들고 또 힘들게 하고, 이별은 아프고 또 아프게 하고, 죽음은 슬프고 또 슬프게 하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맞장을 뜨듯 이 삶의 곤궁더미들을 미리 대면하면 좋을 이유가 우리 몸에 내성이라는 것을 생기게 함으로써 끝끝내 삶을 밀어 삶 너머로 나아가게 할 것을 아니까요, 그 원동력으로 삶과 죽음의 쳇바퀴를 더욱 자신 있게 굴리게 해줄 테니까요.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물음에 우리가 왜 삶을 살아야 하나 하는 물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과 확신, 이 책으로 말미암을 수 있었다니까요.

5.
더불어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유연한 결합체임을 증명해 보입니다.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히고 또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산문으로 읽힙니다.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으니 내가 그은 밑줄 속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날 잦게 합니다. 이상하지요. 강요하는 말씀이나 주저앉히는 감상을 싹 다 걷어낸 담백한 글인데 울음 끝에 웃음이거나 웃음 뒤로 울음인 그 둘의 뒤섞임이 왕왕입니다. 특히나 이번 산문집에서는 그만의 세심하면서도 집요한 관찰력이 소환해낸 추억의 장면들이 우리를 자주 눈물짓게 하였는데요, 이를 구성케 한 그만의 특별한 기억력에 나는 뭔가 들킨 적이 없나 놓친 것은 없나 몇 번이나 되새김질을 해야 했답니다. 장난감처럼 보여도 실은 고성능으로 무장된 레이더를 제 안에 장착한 것만 같은 시인 박준. 아이처럼 말하는데 어른처럼 보는 시인 박준. 어쩌면 조금 이르다 싶게, 제법 익숙하다 싶게, 터무니없이 갑작스럽다 싶게 겪은 세상의 풍파 속에 시인이 앳된 나이부터 노출이 된 까닭도 있다 싶은데요, 그럼에도 시인은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그 누구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그 누구를 불신하지도 않는 삶의 태도로 씩씩합니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는 듯 우리가 누구나 홀로인 것은 맞으나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껌 종이에 적은 메모처럼 쥐어주기도 하지요. 속고 속으면서 살다 가는 것이 또한 삶이 아니겠냐며 울다 웃고 또 웃다 우는 것이 인생 아니겠냐며 지친 우리들의 등을 말없이 쳐주다 슬쩍 사라지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르게 눈 하나를 더 가진 사람, 그래서 일반인으로는 저주를 받았다 할 수 있겠으나 시인으로는 복을 받은 이가 바로 박준 시인이 아닐까 해요.

6.
이 책은 읽는 내내 우리와 보폭을 정확히 맞춰줍니다. 까만 뒤통수를 내보이며 앞서 가는 책도 아니고 흰 얼굴로 흐릿하게 멀어지며 뒤로 가는 책도 아닙니다. 그냥 옆에 있는 책입니다. 마냥 곁이 되는 책입니다.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연인에게 말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벤허〉 단체관람을 간대. 나는 못 갔지. 돈이 없으니까”, 하는 아버지에게 “나도 수학여행 못 갔네요. 돈 없어서. 그런데 다행인 것은 그때가 딱 IMF 때라 못 가는 친구들이 많았어. 다행이지. 가난도 묻어갈 수 있다니”, 의기양양 아버지와 대화를 섞게 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몇 해 전 사고로 누나를 잃고 누나의 편지를 정리하며 누나의 여고 시절 편지 속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라는 구절에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10여 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10여 년 뒤 느낌으로써 거미줄 같은 세상사 연연의 끈을 계속 쥐게도 해주는 책입니다. 어쨌거나 울 사람은 우는 그대로 안 울 사람은 안 우는 그대로 그렇듯 내키는 그대로 살게 하는 책. 울든 안 울든 네가 발 딛고 선 그 지점이 언제나 출발선이니 언제든 너는 자유야, 하는 아리송한 전언을 주는 책. 그렇게 희망이 되는 책.

7.
마지막으로『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표지 속 그림을 자세히 봐주십사 요청을 드리는 바입니다. 좀 묘하죠. 강 위를 떠가는 배 위에서 여자는 노를 젓고 남자는 하모니카를 부는 가운데 두 사람의 얼굴 속 이목구비가 몽땅 지워져 있으니 말입니다. 왜 눈을 지우고 왜 코를 지우고 왜 입을 지웠을까요. 그럼에도 왜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고 왜 코에서는 콧물이 맺히고 왜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할까요.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림 속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유추해보는 가운데 이목구비 없이도 눈을 타고 코를 타고 입을 타고 흐르는 슬픔의 어떤 기저가 강에 떠 살다 가는 우리네 한 생을 참도 잘 대변한다는 확신만은 분명히 들게 하네요.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한 번씩 표지로 시선을 옮겨보십사 다소 건방질 수 있는 팁도 이렇게 드리는가보아요. 참고로 표지 속 그림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중인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이고요, 제목은 무제라네요. 2018년 9월 한국에서의 대규모 첫 전시가 있다고 하니 미리 눈에 익혀두셨다가 내년에 반가이 뛰어가 실물로 확인하셨으면 하네요.

eBook 회원리뷰 (23건) 리뷰 총점8.3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파워문화리뷰 ☆[2017결산]『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시와 산문의 결합체 같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18.02.07 | 추천5 | 댓글4 리뷰제목
그의 시집과 산문을 읽어보자며 구입만 해놓았다가 이번에 꺼내 읽게 되었다. 시집 같은 산문. 산문 같은 시라고 해야 하나. 짧은 에세이임에도 느끼는 바는 달랐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 시인이 바라보는 시각.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느꼈달까. 마치 한 편의 긴 시집 같은 산문이었다.  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리뷰제목

그의 시집과 산문을 읽어보자며 구입만 해놓았다가 이번에 꺼내 읽게 되었다. 시집 같은 산문. 산문 같은 시라고 해야 하나. 짧은 에세이임에도 느끼는 바는 달랐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 시인이 바라보는 시각.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을 느꼈달까. 마치 한 편의 긴 시집 같은 산문이었다.

 

어느 커다란 무덤 앞에서

당신이 내 손바닥을 펴더니

손끝을 세워 몇 개의 글자를 적어 보였다.

그러더니 다시 손바닥을 접어주었다.

나는 무엇이 적힌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한참 끄덕였다. (14페이지)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 남는다. (18페이지)

 

천천히 읽자고 했다가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다 읽어버려서 안타까운 글들 이랄까.

시 같은 산문을 읽다보니 그의 시가 못내 읽고 싶어졌다.

 

가끔씩 에세이를 멀리하지만, 이처럼 시인의 산문은 시 같아서 좋다.

예고도 없이 불쑥 마음을 훔친달까.

산문도 이럴진대 시는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나에게는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당신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앞으로의 먼 시간은

당신에게 여행 같은 것으로 남고

나에게는 생활 같은 것으로 남을 것입니다. (52페이지)

 

그를 가리켜 '시인 아이돌'이라고 한다지.

그의 시집이 궁금할 정도로 좋은 산문이었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문장들의 조합이랄까.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4
파워문화리뷰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17.08.2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늦은 답서를 할 것이다. 우리의 
리뷰제목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늦은 답서를 할 것이다. 우리의 편지가 길게 이어질 것이다.
(편지中에서)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받은 최초의 기억은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색종이에 받은 몇 글자 인적도 있고 포스트 잇에 그림과 함께 적힌 당부의 말이기도 했다. 문방구에 들릴 때마다 사둔 백 원짜리 엽서에 하이쿠를 써주기도 했다. 휘갈겨 쓰지 않고 또박또박 쓴 네모 반듯한 글씨. 빈 공책에 시를 필사하기도 했다. 쓰고 싶은 열망으로 들끓었던 그때, 시집 속 한자 밑에 독음을 달아주기도 했다.  편지 쓰기를 강요하면 다음날 머리맡에는 빼곡하게 언어들이 적힌 수첩이 놓여 있기도 했다. 이틀이 걸리는 편지를 쓰면서 우표를 붙이고 이곳의 안부와 날씨와 거리의 변화를 쓰면서 시간은 흘러가기도 했다. 글을 쓸 수 있어서 우리가 나눌 수 있는 말들이 있어서 다행한 날들이었다. 한평생 우리에게 남은 일이란 편지를 쓰고 주고받고 오늘의 인사를 나누는 일이면 좋겠다.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해 여수 전문)



  이제 여수에 갈 일은 없다. 아쉽다고 서운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계속 슬플 것이니까. 울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 없어 입술을 질끈 깨물 수밖에 없으니까. 구부러진 골목을 걸어가 문을 열고 책가방을 던져 놓고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읽으면서 지낸 그곳을 잊은지 오래다. 같이 살 수도 있었던 곳에서 우리는 시차를 두고 살았다. 내가 살던 곳에서 당신들이 살고 내가 떠나온 곳에서 당신들이 남았다. 걸어서 바다를 보러 갔다. 어두운 바다에서 소리로 냄새로 확인한 당신의 지나온 시간. 나는 당신의 지난한 삶의 하소연이 싫었고 분노와 서러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당신은 떠났고 나는 남았다. 기억은 흐려지고 추억은 사라진다. 여수로 가는 기차를 타고 당신을 만나러 간 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우리들의 눈에는 빛이 소멸했고 서로를 그리워하는 간단한 의문이 남았다.



하지만 노동과 삶에 지친 날이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에서 설핏 가난을 느낄 때면 나는 그때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불친절한 노동 中에서)



  카레에 쇠고기를 넣지 못할 때 아이스크림을 사려다 두부나 양파를 살 때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가난한 아이들이니까. 이렇게 말을 하면 살까 말까 망설이는 그 상황이 놀이처럼 느껴져 가볍게 지나간다. 원하는 것들을 전부 장바구니에 넣을 순 없었지만 상 위에 오른 한 끼 식사를 먹으며 우리는 사소한 저녁을 보낼 수 있다. 시시한 농담과 대화를 이어가는 밥상에서 내일을 기다린다. 보양식으로 먹으려고 닭을 삶았다. 양 조절에 실패해 다 타버린 닭을 먹으면서도 맛있다 맛있다고 말해주는 따듯한 음성이 있어 울음을 참을 수 있었다. 우리의 오늘은 괜찮다. 내일은 더 좋을 것이다. 긍정으로 밀고 가는 힘들이 있어 우리 눈에 비친 불안은 안도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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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없다 할지라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노*은 | 2018.11.0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없다 할지라도Q.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A.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왠지 김해찬 작가의 <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가 순간 떠올랐었어요. 문체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읽을수록 박준 작가만의 문체와 느낌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슬픔과 우울감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통해서 위로를 받기도 했고,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
리뷰제목

운다고 달라지는 일이 없다 할지라도



Q.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왠지 김해찬 작가의 <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가 순간 떠올랐었어요. 문체가 조금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구요. 하지만 읽을수록 박준 작가만의 문체와 느낌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슬픔과 우울감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통해서 위로를 받기도 했고, 마음 한 구석이 찡해지기도 했어요.

Q. 흥미로웠던 부분?
A. 흥미로웠다기 보다는 위안과 위로를 많이 받았달까요. 
최근에 겪은 아버지 상실로, 일상 곳곳에서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많이 느꼈거든요.
심지어는 지인의 결혼식에 갔었는데, 신부가 아버지와 함께 입장하는 것을 보고도 '아 나는 이제 저렇게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들어올 수 있는 아빠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그러던 중에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라는 말이 어쩐지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또 해가 지나갈 수록 그런 상실감 또한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겠지요. 이렇듯 담담한 말들이 마음을 저릿하게 만들었습니다.

Q.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
A. 상실과 부재에 대해 위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감동이나 눈물을 이끌어내는 문장들은 없었지만, 담담하게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제 마음이 어쩐지 더 쓰라렸습니다. 아마 지금 제 마음이 상실로 인한 치유 중이기 때문이겠죠. 

Q. 이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가볍게 툭툭 던지듯 쓰는 단편성 운문과 산문들로 주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하더라도, 일정 중에 한 챕터씩 읽기에도 부담없는 길이의 내용들이 많습니다. 누군가에게 추천을 한다면, 최근 상실이나 부재를 겪은 분들께 건네고 싶은 책입니다. 



아무리 무겁고 날 선 마음이라 해도, 시간에게만큼은 흔쾌히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라 여긴다.
오래 삶은 옷처럼 흐릿해지기도 하며, 나는 이 사실에서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다시 새해가 온다.
내 안의 무수한 마음들에게도 한 살씩 공평하게 나이를 더해주고 싶다.




본 후기는 ㅎㅈㅎ의 매우 주관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것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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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65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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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나 라는 사람의 감정을 촉촉히 적셔주는 봄비 같은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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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 2023.01.14
구매 평점5점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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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y****5 | 2022.09.28
구매 평점5점
개인적으로 작가님 시보다 이 산문집이 계속 곱씹을 만큼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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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 | 2022.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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