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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양장 ]
박준 | 난다 | 2017년 07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8 리뷰 182건 | 판매지수 1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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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0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92g | 124*188*20mm
ISBN13 9791196075170
ISBN10 1196075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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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 인천
그해 경주
두 얼굴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문재 시인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편지
그해 여수
아침밥
환절기

그해 협재
희고 마른 빛
벽제행
울음과 숨
꿈방
몸과 병
다시 지금은
고독과 외로움
여행과 생활

2부
내가 좋아지는 시간
그해 화암
그해 묵호
낮술
마음의 폐허
기억의 들판
해남에서 온 편지
울음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소설가 김선생님
그해 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 시대

3부
봄 마중
작은 일과 큰일
다시 떠나는 꽃
그해 행신
알맞은 시절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광장의 한때
극약과 극독
첫사랑
우산과 비

취향의 탄생
그해 삼척

4부
일과 가난
불친절한 노동
어른이 된다는 것
고아
초간장
그만 울고, 아버지
손을 흔들며
축! 박주헌 첫돌
중앙의원
순대와 혁명
죽음과 유서
내 마음의 나이


나아가며-그해 연화리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일출과 일몰의 두 장면은 보면 볼수록 닮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지어 보이지 않아도 더없이 말갛던 그해 너의 얼굴과 굳이 숨기지 않고 마음껏 발개지던 그해 나의 얼굴이 서로 닮아 있었던 것처럼. 혹은 첫인사의 안녕과 끝인사의 안녕이 그러한 것처럼.
--- p.17 「두 얼굴」 중에서

소금기 진한 바람은 식당의 빛바랜 간판을 바꾸기도 합니다. 오래전 ‘이모네 식당’은 ‘모네 식당’이 되었습니다. 곰치국의 간이 조금 진해졌지만 여전히 수련睡蓮 같은 고명들이 가득 들어간 일이나 한해살이풀이 죽은 자리에 같은 한해살이풀이 자라는 일, 어제 자리한 곳에 오늘의 빛이 찾아 비치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그리 큰일도 아니었습니다.
--- p.133 「그해 삼척」 중에서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뜻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 p.19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중에서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들은 너무나 다양하며 그래서 모두 틀리기도 모두 맞기도 하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만큼은 언제나 참일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여전히 이 세상에 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 그 이유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 p.95 「사랑의 시대」 중에서

이 글을 쓰면서 그 시기의 일기장을 펴보았는데 내가 화장터에 간 날은 2000년 4월 5일이었다. “만약 다시 벽제에 가게 된다면 그것은 최대한 아주 먼 미래였으면 한다”라는 문장이 있었고 “그래도 사람의 마지막이 크고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진 관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다”라는 문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희망과는 달리 나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벽제로 가야 했다. 슬프지만 앞으로도 몇 번은 더 가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어느 깊은 숲에서 잘 자란 나무 한 그루와 한 시절을 함께했던 사람들의 슬픔 속에 우리들의 끝이 놓인다는 사실은 여전히 다행스럽기만 하다.
--- p.38 「벽제행」 중에서

증상과 통증은 이제 미병이 끝나고 우리 몸에 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준다. 대부분의 장기와 기관들은 통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위통이 시작된 후에야 위가 여기쯤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고, 아픈 곳은 허리인데 손발이 먼저 저려올 때 온몸의 신경이 연결되어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에서도 다시 사람의 인연을 생각한다. 관계가 원만할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생각하고 그 사람이 나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한 사람이 부족하면 남은 한 사람이 채우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가 끝나고 나면 그간 서로 나누었던 마음의 크기와 온도 같은 것을 가늠해보게 된다. 이때 우리는 서운함이나 후회 같은 감정을 앓는다. 특히 서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연의 끝을 맞이한 것이라면 그때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후회될 만큼 커다란 마음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 p.44~45 「몸과 병」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의 시인 박준, 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
그냥 옆에 있는 책.
마냥 곁이 되는 책.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말해버리는 책.

1.
박준, 이라는 이름의 시인을 압니다. 2008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은 지난 2012년에 첫 시집을 상재한 바 있다지요. 정확히는 아니더라도 시집 제목에 대해서 어렴풋이나마 들어본 적 있으실 것도 같은데요, 그래요『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초콜릿색 시집이요. 뒷면에 한 여인의 뒷모습을 짐짓 무심한 듯 그러나 뭔가의 사연을 짐작케 하는 포즈로 새겨넣었던 바로 그 시집이요. 참으로 큰 관심 속에 이 시집은 세상에 선을 보인 지 5년을 향해가는 지금까지도 꾸준한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산다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박준 시인은 뭐든 잘 잊지 않는 사람이라서 그 마음들을 확인할 때마다 제 안에 꼬깃꼬깃 접어 숨겨놓았다가 뭔가 아리송한 바람이 저를 덮칠 때면 외따로이 숨어 앉아 몰래 꺼내보고는 한다지요.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나요.

2.
그런 그가 오랜 준비 끝에 첫 산문집을 들고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첫 시집 제목이 열여섯 자였는데 그보다 한 자 더 보태 열일곱 자 제목으로 짓고 기운 책으로 말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가만, 제목이 좀 길죠? 네, 좀 길다 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도 그리 어렵게는 안 느끼실 거다 자신했던 데는 우리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해봤거나 들어봤을 경험의 소유자들이라는 까닭에서였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는 울지 마, 하는 사람이 나였다면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 좀 울어, 하는 사람이 너였던 상황 앞에 우리는 얼마나 자주 놓여 있었던가요.

3.
앞서 ‘편지’라는 단어를 살짝 꺼냈었는데요, 이번 박준 시인의 산문집이 어쩌면 편지라는 설명 불가결의 의미심장함과 참으로 닮아 있다 싶기도 해요. 왜 편지가 그렇잖아요. 억지로 쓰게 되면 빤하고 밋밋한 소리만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되는데 자발적으로 쓰게 되면 손에 펜을 쥔 자가 예측 불허의 무한 에너지로 제 안의 이야기들을 마구 터뜨리게 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왜 이렇게 쓰고 있는지 저도 도통 모르겠습니다, 이런 구절들을 중간 중간 추임새처럼 섞어가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타고나길 진실인 편지, 그런데 그렇게 생겨먹길 진심인 편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박준 시인이 그간 제 시를 함께 읽어주고 함께 느껴주고 함께 되새겨준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한 권의 답서(答書)이자 연서(戀書)가 아닐까 해요. 그런 둘 사이의 편지는 필시 길게 이어질 운명이라는 것도 실은 조금 알겠어서 이 한 권의 책을 여러분들에게 내미는 마음이 보다 덜 부담일 수도 있던 바, 분노나 미움보다 애정과 배려에 가까운 것이 편지이기에, 그리하여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는 시인의 바람이 실은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쓰고 싶다는 마음과 동일한 다짐임을 알기에, 시인은 타고난 부끄러움을 돌로 살짝 눌러놓은 채 이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써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얘기를 다 퍼내서요, 더는 남음이 없어요! 원고를 마무리 지으며 시인이 뱉은 말을 끝끝내 원고 마지막 페이지에 압정으로 꽂아두었던 저라지요.

*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은 ‘시인 박준’이라는 ‘사람’을 정통으로 관통하는 글입니다. 제 호흡 가는대로 총 4부로 나누긴 하였지만 그런 나눔에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살살 넘겨봐도 또 아무 대목이나 슬슬 읽어봐도 우리 몸의 피돌기처럼 그 이야기의 편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게 해주는 글입니다. 드러낼 작정 없이 절로 드러난 이야기의 어린 손들을 우리들은 읽어가는 내내 잡기 바쁜데 불쑥 잡은 그 어린 손들이 우리들 손바닥을 펴서 손가락으로 적어주는 말들을 읽자면 그 이름에 가난이 있었고, 이별이 있었고,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가난이라는 생활, 이별이라는 정황, 죽음이라는 허망, 이 셋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들 모두에게 바로 직면한 과제라 허투루 들리는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웬만하면 마주하려 하지 않았던, 가능하면 피하고만 싶었던 우리들의 민낯, 그 가난은 힘들고 또 힘들게 하고, 이별은 아프고 또 아프게 하고, 죽음은 슬프고 또 슬프게 하는 거니까요. 그럼에도 맞장을 뜨듯 이 삶의 곤궁더미들을 미리 대면하면 좋을 이유가 우리 몸에 내성이라는 것을 생기게 함으로써 끝끝내 삶을 밀어 삶 너머로 나아가게 할 것을 아니까요, 그 원동력으로 삶과 죽음의 쳇바퀴를 더욱 자신 있게 굴리게 해줄 테니까요.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나 하는 물음에 우리가 왜 삶을 살아야 하나 하는 물음이 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과 확신, 이 책으로 말미암을 수 있었다니까요.

5.
더불어 이 책은 시와 산문의 유연한 결합체임을 증명해 보입니다.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시집으로 읽히고 또 어느 날 보면 한 권의 산문으로 읽힙니다. 문장 하나 허투루 쓰인 것이 없으니 내가 그은 밑줄 속에 내가 걸려 넘어지는 날 잦게 합니다. 이상하지요. 강요하는 말씀이나 주저앉히는 감상을 싹 다 걷어낸 담백한 글인데 울음 끝에 웃음이거나 웃음 뒤로 울음인 그 둘의 뒤섞임이 왕왕입니다. 특히나 이번 산문집에서는 그만의 세심하면서도 집요한 관찰력이 소환해낸 추억의 장면들이 우리를 자주 눈물짓게 하였는데요, 이를 구성케 한 그만의 특별한 기억력에 나는 뭔가 들킨 적이 없나 놓친 것은 없나 몇 번이나 되새김질을 해야 했답니다. 장난감처럼 보여도 실은 고성능으로 무장된 레이더를 제 안에 장착한 것만 같은 시인 박준. 아이처럼 말하는데 어른처럼 보는 시인 박준. 어쩌면 조금 이르다 싶게, 제법 익숙하다 싶게, 터무니없이 갑작스럽다 싶게 겪은 세상의 풍파 속에 시인이 앳된 나이부터 노출이 된 까닭도 있다 싶은데요, 그럼에도 시인은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그 누구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그 누구를 불신하지도 않는 삶의 태도로 씩씩합니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겠냐는 듯 우리가 누구나 홀로인 것은 맞으나 언제나 혼자인 것은 아니라는 식의 메시지를 껌 종이에 적은 메모처럼 쥐어주기도 하지요. 속고 속으면서 살다 가는 것이 또한 삶이 아니겠냐며 울다 웃고 또 웃다 우는 것이 인생 아니겠냐며 지친 우리들의 등을 말없이 쳐주다 슬쩍 사라지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우리와는 다르게 눈 하나를 더 가진 사람, 그래서 일반인으로는 저주를 받았다 할 수 있겠으나 시인으로는 복을 받은 이가 바로 박준 시인이 아닐까 해요.

6.
이 책은 읽는 내내 우리와 보폭을 정확히 맞춰줍니다. 까만 뒤통수를 내보이며 앞서 가는 책도 아니고 흰 얼굴로 흐릿하게 멀어지며 뒤로 가는 책도 아닙니다. 그냥 옆에 있는 책입니다. 마냥 곁이 되는 책입니다. 가끔 사는 게 힘들지? 낯설지? 위로하는 듯 알은척을 하다가도 무심한 듯 아무 말 없이 도다리 쑥국이나 먹자, 심드렁히 연인에게 말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벤허〉 단체관람을 간대. 나는 못 갔지. 돈이 없으니까”, 하는 아버지에게 “나도 수학여행 못 갔네요. 돈 없어서. 그런데 다행인 것은 그때가 딱 IMF 때라 못 가는 친구들이 많았어. 다행이지. 가난도 묻어갈 수 있다니”, 의기양양 아버지와 대화를 섞게 하기도 하는 책입니다. 몇 해 전 사고로 누나를 잃고 누나의 편지를 정리하며 누나의 여고 시절 편지 속 “오늘 점심은 급식이 빨리 떨어져서 밥을 먹지 못했어”라는 구절에서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10여 년 전 느낀 어느 점심의 허기를 10여 년 뒤 느낌으로써 거미줄 같은 세상사 연연의 끈을 계속 쥐게도 해주는 책입니다. 어쨌거나 울 사람은 우는 그대로 안 울 사람은 안 우는 그대로 그렇듯 내키는 그대로 살게 하는 책. 울든 안 울든 네가 발 딛고 선 그 지점이 언제나 출발선이니 언제든 너는 자유야, 하는 아리송한 전언을 주는 책. 그렇게 희망이 되는 책.

7.
마지막으로『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의 표지 속 그림을 자세히 봐주십사 요청을 드리는 바입니다. 좀 묘하죠. 강 위를 떠가는 배 위에서 여자는 노를 젓고 남자는 하모니카를 부는 가운데 두 사람의 얼굴 속 이목구비가 몽땅 지워져 있으니 말입니다. 왜 눈을 지우고 왜 코를 지우고 왜 입을 지웠을까요. 그럼에도 왜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고 왜 코에서는 콧물이 맺히고 왜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할까요.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가난한 남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이별을 앞둔 연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로 뒤범벅된 얼굴이니 죽음을 공유한 부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림 속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유추해보는 가운데 이목구비 없이도 눈을 타고 코를 타고 입을 타고 흐르는 슬픔의 어떤 기저가 강에 떠 살다 가는 우리네 한 생을 참도 잘 대변한다는 확신만은 분명히 들게 하네요. 그래서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한 번씩 표지로 시선을 옮겨보십사 다소 건방질 수 있는 팁도 이렇게 드리는가보아요. 참고로 표지 속 그림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중인 화가 기드온 루빈의 작품이고요, 제목은 무제라네요. 2018년 9월 한국에서의 대규모 첫 전시가 있다고 하니 미리 눈에 익혀두셨다가 내년에 반가이 뛰어가 실물로 확인하셨으면 하네요.
[작가의 말]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회원리뷰 (182건) 리뷰 총점8.8

혜택 및 유의사항?
에세이-'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뽀* | 2023.06.0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그해 여수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해 여수' 중에서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선생님의 이 말은 당시 나;
리뷰제목

그해 여수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해 여수' 중에서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선생님의 이 말은 당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삶의 장면 장면마다 불러내는 말이 되었다. 비 오는 오후의 술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 혹은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의 냉수처럼 간절한 말.

-'낮술' 중에서

극약이 곧 극독이고 극독이 곧 극약이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가 몸으로 들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마음으로 들이는 숱한 사람들과 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극약과 극독' 중에서

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을 때 일이다. 시작은 역시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분의 말은 달랐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오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될 수 있다면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사실 내가 가장 자주하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나는 후회와 자책으로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후회하고 자책할 일이 모두 동날 때까지.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방향지시등은 미리 켜라"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다" "터널에 들어왔으니 와이퍼 스위치를 내려라". 아버지의 잔소리가 여름 날벌레처럼 날아들었다. 그 기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버지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그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운전을 안 할 수 있나.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하며 웃었다. 나는 아버지의 그 웃음에 서운하고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손을 흔들며' 중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들의 말을 받아 적는 이유는 그들의 사라짐을 붙잡아 화석처럼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금 잔인하게 말하자면 나의 시는 충분한 애도와 슬픔을 통해 숱한 사라짐들을 완전히 잊기 위함이다. 한 존재가 온전히 존재하려면 온전히 소멸해야 한다. 우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할 때 '영원'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발음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유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유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유언장 일부를 이 글의 유서처럼 옮겨둔다.(재단법인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홈페이지 참고)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길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죽음과 유서' 중에서

에세이답게 작가의 일상이 담겨있는 책이다. 다른 작가와의 만남, 작가가 좋아하는 장소에 갔을 때의 감정,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 그리고 그런 작가의 생각들.

책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에 형광펜을 칠하고 블로그에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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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2 자유자 리뷰]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난다, 201707, #1115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자*자 | 2023.03.13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시인 박준의 첫 번 째 산문집으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을 읽었다. 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접한 독자라면 그의 글의 성향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글들에 '조단조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주던 작가였다.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역시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나즈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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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박준의 첫 번 째 산문집으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을 읽었다. 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접한 독자라면 그의 글의 성향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글들에 '조단조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주던 작가였다.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역시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나즈막하면서도 조단조단,,,,한 느낌...... . 삶의 깊이를 무리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게, 주변의 삶을,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곤 공감 하고자 한다. 일상의 상념은 우리를 어딘가로 몰고간다. 그곳은 각 자의 다른 삶을 가르키겠지만, 도달하고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비슷하리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은 모든 사람의 삶의 희로애락을 담는 그런 산문집이다. 그의 글이다.

 

대부분의 시인이 그러하듯, 첫 산문집에는 산문으로 넘어가기 전 시들을 소개한다. 시들로 산문의 분위기를 잡는다고 할까, 속된말로 분위기를 몰고간다. 바람잽이다. 책 전부를 채우는데 부담감이 있었으리라 억측해본다. 상념의 단상을 담는 짧은 글들도 보인다. 그냥 산문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시를 짓는 일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마 이것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고 이 숱한 사라짐의 기록이 내가 쓰는 작품 속으로 곧잘 들어 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의 유언을 받아 적는 다는 점에서 나의 시는 창작보다는 취재나 대필에 가깝다. 여주 이포보에서는 남한강의 유언을, 상주보에서는 낙동강의 유언을 받아 적었다. 부산 영도의 크레인 밑에서는 자본의 맞아 죽은 노동의 곡소리를 들었고 제주 강정 마을에서는 구럼비의 주검을 만져보았다. 내가 그곳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유서를 시라는 장르를 통해 대필하는 일이었다."

현실 참여를 오직 시로서 밖에 할 수 없음을, 그들의 소리를 그저 시라는 통로를 통해 대필 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아픔일 수도 함께 하지 못하는 변명을 일 수도, 그러면서 비통함일 수도 있고, 무능을 한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대의 아픔이 숨넘어가며 시인에게 던지는 유서들, 그 유서를 대필하여 그나마 그 느낌 감정들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시인의 자신의 역할을 그나마 그것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나! 말보다 행동이 앞서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를 대표하는 말일 것이다.

 

저자는 유서는 유서를 쓰는 이들의 마음은 그저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남겨진 이들을 걱정하는 먼저 가는 이들의 마음, 이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남겨진 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남겨진 마음-유서 일 것이다. 남겨진 이들에게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위로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누구를 위한 용서가 될지는 아직은,,,, 악이용하려는 이들을 위한 제스쳐가 되진 않기를 바래본다.)  저자는 "유서조차 남기지 못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분노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잘도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잃은 세상, 노동이 노동을 잃은 세상, 법이 법을 잃고 강이 맑음을 잃은 세상에서, 도처가 죽음으로 가득하지만 애도와 슬픔에까지 정치성을 들이대는 세성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현실적이고 당면한 아픔일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도 많은 일들이 보도되고 있지만 조용하게 구석진 곳으로 옮겨 밀쳐논 기사들이 있다. 크게 만들기에, 눈에 잘보이는 곳에 두기엔 이곳저곳 눈치가 보이는. 그럼에도 정당성과 타당성을, 그리고 거기에 정서를 담은 정치성을, (일부러 만들어 놓은 미꾸리가 흙탕물을 만드는 사이) 시끄러운 일들 사이에서 슬쩍 넘기려는 야비함을 섞어 시대의 답이라고 하는 말들을 섞어 죄책감마져 남지 않은 모습들을 태연히 보이고 있다. 그리곤 아무것도 모르고, 이미 모든 것을 잊었다는 듯이!

 

작가 권정생의 유언의 말처럼 "...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다시 환생하기도 남겨진 이들에게 미안한 세상이다. 저자는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한다. 생각들은 글로 남겨질 수도 그져 상념으로 존재하다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있었으면 좋겠지만서도!) 분노와 수치를 넘어 그저 남겨진 모두 사랑하기를!

 

 

 

 

 

 

 

#자유자리뷰,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박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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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쓰는 마음, 사는 마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2.07.14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 산문>을 읽다가 한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어린 시절 누나가 한 행동에 대해 누나에게 이유를 묻고 싶은데 '영원히' 물을 길이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누나가 살아있다면 물을 길이 있을 텐데, 물을 길이 없다는 걸 보면 누나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는 것일까. 아마도 그 사연이 박준 시인의 다른 책에 나와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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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 산문>을 읽다가 한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어린 시절 누나가 한 행동에 대해 누나에게 이유를 묻고 싶은데 '영원히' 물을 길이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누나가 살아있다면 물을 길이 있을 텐데, 물을 길이 없다는 걸 보면 누나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는 것일까. 아마도 그 사연이 박준 시인의 다른 책에 나와있을 것 같아서,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황급히 구입해 읽었다. 나온 지 5년이나 지난 책을 여태 읽지 않은 건, 아마도 이 책이 너무 유명해서 스스로 읽었다고 착각한 탓이리라. 

 

책을 읽어보니 예상대로 누나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누나. 남겨진 가족들은 황망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 줄 모른 채 주어진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갑자기 잃은 사람이 있고, 몇 년이 지나도록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 이 책에 실린 글이 남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았다. 그와 함께 걸었던 길, 그와 함께 먹었던 음식들. 그와 나누었던 미래의 꿈들... 그 모든 게 나만의 것으로 남았다는 게, 저자의 표현대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울지 않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슬프다. 

 

이 책은 첫 번째 산문집이라서 그런지, 저자의 개인사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가족과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시인이 되기까지 생계를 위해 했던 일들이나 영영 시인이 되지 못할까 봐 불안해 했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저자가 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전 날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말 -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며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라는 - 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것이며, 그런 말을 하기까지 그가 살아온 삶은 어떠했을지, 듣지 않아도 들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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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43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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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감정에게 휴식을 주는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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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l***c | 2023.05.08
평점4점
어느새 울기를 이미 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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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 2023.03.13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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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플래티넘 0*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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