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7년 07월 01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292g | 124*188*20mm |
ISBN13 | 9791196075170 |
ISBN10 | 1196075174 |
발행일 | 2017년 07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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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292g | 124*188*20mm |
ISBN13 | 9791196075170 |
ISBN10 | 1196075174 |
들어서며-그늘 1부 그해 인천 그해 경주 두 얼굴 어떤 말은 죽지 않는다 새벽에 걸려온 전화―이문재 시인 기다리는 일, 기억하는 일 편지 그해 여수 아침밥 환절기 비 그해 협재 희고 마른 빛 벽제행 울음과 숨 꿈방 몸과 병 다시 지금은 고독과 외로움 여행과 생활 2부 내가 좋아지는 시간 그해 화암 그해 묵호 낮술 마음의 폐허 기억의 들판 해남에서 온 편지 울음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 소설가 김선생님 그해 혜화동 소리들 관계 답서 사랑의 시대 3부 봄 마중 작은 일과 큰일 다시 떠나는 꽃 그해 행신 알맞은 시절 일상의 공간, 여행의 시간 광장의 한때 극약과 극독 첫사랑 우산과 비 절 취향의 탄생 그해 삼척 4부 일과 가난 불친절한 노동 어른이 된다는 것 고아 초간장 그만 울고, 아버지 손을 흔들며 축! 박주헌 첫돌 중앙의원 순대와 혁명 죽음과 유서 내 마음의 나이 해 나아가며-그해 연화리 |
그해 여수
그해 밤 별빛은
우리가 있던 자리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눈으로 들어와 빛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해 여수' 중에서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
선생님의 이 말은 당시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것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삶의 장면 장면마다 불러내는 말이 되었다. 비 오는 오후의 술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 혹은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의 냉수처럼 간절한 말.
-'낮술' 중에서
극약이 곧 극독이고 극독이 곧 극약이라는 말은 수사가 아니었다. 실제로 우리가 몸으로 들이는 것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마음으로 들이는 숱한 사람들과 관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극약과 극독' 중에서
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연세가 지긋한 한 분을 만났을 때 일이다. 시작은 역시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그분의 말은 달랐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오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될 수 있다면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은 아니겠다. 사실 내가 가장 자주하는 일 중에 하나가 바로 과거의 일을 후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여전히 나는 후회와 자책으로 삶의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후회하고 자책할 일이 모두 동날 때까지.
-'어른이 된다는 것' 중에서
"방향지시등은 미리 켜라" "브레이크를 자주 밟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다" "터널에 들어왔으니 와이퍼 스위치를 내려라". 아버지의 잔소리가 여름 날벌레처럼 날아들었다. 그 기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버지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그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운전을 안 할 수 있나.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하며 웃었다. 나는 아버지의 그 웃음에 서운하고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손을 흔들며' 중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들의 말을 받아 적는 이유는 그들의 사라짐을 붙잡아 화석처럼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조금 잔인하게 말하자면 나의 시는 충분한 애도와 슬픔을 통해 숱한 사라짐들을 완전히 잊기 위함이다. 한 존재가 온전히 존재하려면 온전히 소멸해야 한다. 우리가 존재했다는 것을 아무도 인식하지 못할 때 '영원'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발음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유서 중에 가장 아름다운 유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유언장 일부를 이 글의 유서처럼 옮겨둔다.(재단법인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홈페이지 참고)
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 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 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길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웃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
쓴 사람 권정생
-'죽음과 유서' 중에서
에세이답게 작가의 일상이 담겨있는 책이다. 다른 작가와의 만남, 작가가 좋아하는 장소에 갔을 때의 감정,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 그리고 그런 작가의 생각들.
책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에 형광펜을 칠하고 블로그에 기록해둔다.
시인 박준의 첫 번 째 산문집으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을 읽었다. 그의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접한 독자라면 그의 글의 성향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의 글들에 '조단조단'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주던 작가였다.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역시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나즈막하면서도 조단조단,,,,한 느낌...... . 삶의 깊이를 무리하지 않고, 화려하지 않게, 주변의 삶을,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곤 공감 하고자 한다. 일상의 상념은 우리를 어딘가로 몰고간다. 그곳은 각 자의 다른 삶을 가르키겠지만, 도달하고 느끼게 되는 감정들은 비슷하리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은 모든 사람의 삶의 희로애락을 담는 그런 산문집이다. 그의 글이다.
대부분의 시인이 그러하듯, 첫 산문집에는 산문으로 넘어가기 전 시들을 소개한다. 시들로 산문의 분위기를 잡는다고 할까, 속된말로 분위기를 몰고간다. 바람잽이다. 책 전부를 채우는데 부담감이 있었으리라 억측해본다. 상념의 단상을 담는 짧은 글들도 보인다. 그냥 산문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시를 짓는 일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아마 이것은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이 이 세상에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고 이 숱한 사라짐의 기록이 내가 쓰는 작품 속으로 곧잘 들어 오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의 유언을 받아 적는 다는 점에서 나의 시는 창작보다는 취재나 대필에 가깝다. 여주 이포보에서는 남한강의 유언을, 상주보에서는 낙동강의 유언을 받아 적었다. 부산 영도의 크레인 밑에서는 자본의 맞아 죽은 노동의 곡소리를 들었고 제주 강정 마을에서는 구럼비의 주검을 만져보았다. 내가 그곳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유서를 시라는 장르를 통해 대필하는 일이었다."
현실 참여를 오직 시로서 밖에 할 수 없음을, 그들의 소리를 그저 시라는 통로를 통해 대필 할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 아픔일 수도 함께 하지 못하는 변명을 일 수도, 그러면서 비통함일 수도 있고, 무능을 한탄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시대의 아픔이 숨넘어가며 시인에게 던지는 유서들, 그 유서를 대필하여 그나마 그 느낌 감정들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시인의 자신의 역할을 그나마 그것이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나! 말보다 행동이 앞서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를 대표하는 말일 것이다.
저자는 유서는 유서를 쓰는 이들의 마음은 그저 "고마움과 미안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남겨진 이들을 걱정하는 먼저 가는 이들의 마음, 이 나라를 걱정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남겨진 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남겨진 마음-유서 일 것이다. 남겨진 이들에게서 용서와 화해를 넘어 위로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누구를 위한 용서가 될지는 아직은,,,, 악이용하려는 이들을 위한 제스쳐가 되진 않기를 바래본다.) 저자는 "유서조차 남기지 못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분노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게 만든 세상에서 우리는 잘도 살아간다. 사람이 사람을 잃은 세상, 노동이 노동을 잃은 세상, 법이 법을 잃고 강이 맑음을 잃은 세상에서, 도처가 죽음으로 가득하지만 애도와 슬픔에까지 정치성을 들이대는 세성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현실적이고 당면한 아픔일 것이다. 최근 뉴스에서도 많은 일들이 보도되고 있지만 조용하게 구석진 곳으로 옮겨 밀쳐논 기사들이 있다. 크게 만들기에, 눈에 잘보이는 곳에 두기엔 이곳저곳 눈치가 보이는. 그럼에도 정당성과 타당성을, 그리고 거기에 정서를 담은 정치성을, (일부러 만들어 놓은 미꾸리가 흙탕물을 만드는 사이) 시끄러운 일들 사이에서 슬쩍 넘기려는 야비함을 섞어 시대의 답이라고 하는 말들을 섞어 죄책감마져 남지 않은 모습들을 태연히 보이고 있다. 그리곤 아무것도 모르고, 이미 모든 것을 잊었다는 듯이!
작가 권정생의 유언의 말처럼 "... 만약에 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엔 얼간이 같은 폭군 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환생은 생각해 봐서 그만 둘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다시 환생하기도 남겨진 이들에게 미안한 세상이다. 저자는 "늦은 밤 떠올리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나를 곧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말한다. 생각들은 글로 남겨질 수도 그져 상념으로 존재하다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있었으면 좋겠지만서도!) 분노와 수치를 넘어 그저 남겨진 모두 사랑하기를!
#자유자리뷰,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박준, #난다
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 산문>을 읽다가 한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어린 시절 누나가 한 행동에 대해 누나에게 이유를 묻고 싶은데 '영원히' 물을 길이 없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누나가 살아있다면 물을 길이 있을 텐데, 물을 길이 없다는 걸 보면 누나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다는 것일까. 아마도 그 사연이 박준 시인의 다른 책에 나와있을 것 같아서, 박준 시인의 첫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을 황급히 구입해 읽었다. 나온 지 5년이나 지난 책을 여태 읽지 않은 건, 아마도 이 책이 너무 유명해서 스스로 읽었다고 착각한 탓이리라.
책을 읽어보니 예상대로 누나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누나. 남겨진 가족들은 황망한 마음을 어찌해야 할 줄 모른 채 주어진 삶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갑자기 잃은 사람이 있고, 몇 년이 지나도록 그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상태라, 이 책에 실린 글이 남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았다. 그와 함께 걸었던 길, 그와 함께 먹었던 음식들. 그와 나누었던 미래의 꿈들... 그 모든 게 나만의 것으로 남았다는 게, 저자의 표현대로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울지 않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괴롭고 슬프다.
이 책은 첫 번째 산문집이라서 그런지, 저자의 개인사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가족과 유년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시인이 되기까지 생계를 위해 했던 일들이나 영영 시인이 되지 못할까 봐 불안해 했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저자가 수학능력시험을 보기 전 날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말 - "내일 시험을 보면 대학에 갈 것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을 공산이 큰데 얼핏 생각하면 그렇게 사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너무 불행하고 고된 일"이며 "더욱이 가족이 생기면 그 불행이 개인을 넘어 사랑하는 사람에게까지 번져나가므로 여기에서 그 불행의 끈을 자르자"라는 - 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중요한 시험을 앞둔 자식에게 그런 말을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것이며, 그런 말을 하기까지 그가 살아온 삶은 어떠했을지, 듣지 않아도 들은 듯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21,600원 (10%)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23,400원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