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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집

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리뷰 총점8.8 리뷰 39건 | 판매지수 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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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4g | 120*200*15mm
ISBN13 9791160406818
ISBN10 116040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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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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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촛불을 들고 다가서면

1. 성냥갑에 딱 하나 남은 성냥 같은 말
길항
규모
적산온도
주악
삽수
라페
몰드
버저 비터
휘도
잔나비걸상
버력
피막
블라이기센

2. 홀로 짓는 표정 같은 말
모루
유루
내력벽
루어
흑건
오고오고
가시손
빈야드
구득
홈질
선망선
출몰성
플뢰레
덧장
탕종
꼭두

3. 나의 작은 말들의 놀이터
안료
탁성
벼락닫이
적화
밀코메다
묘실
파밍
기저선
네온
불리언
덖음
시드볼트
모탕
페어리 서클
도량형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의 책 읽기는 매번 이런 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들을 붙들고 살다 보니 책이든 삶이든 페이지가 쉽게 넘어갈 리 없다. 소설을 읽을 땐 소설을 읽어야 하는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머무느라 방금 전까지 읽은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오늘은 소망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길항이라는 단어에까지 다다른 하루였으니 이를 생산적 난독이라 말해도 될까.
--- p.18

그런 의미에서 시는 내가 아는 가장 간결한 형태의 다반이다. 말과 침묵이 비등한 무게를 지닐 때가 많고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더 큰 무게를 가질 때도 있다. 글을 퇴고할 때도 무언가를 자꾸 덧붙이려는 나를 가장 경계하곤 한다. 그건 불안이니까. 사족이니까.
--- p.32

독일에는 ‘블라이기센(Bleigießen)’이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12월 31일 밤이 되면, 납을 녹여 그림자의 형태나 굳은 모양을 보고 한 해의 운을 점치는 것이다. 마트에 가면 블라이기센 키트(kit)를 팔기도 하는데 1~2유로면 구입이 가능하단다. 내가 녹인 납이 권총, 칼, 토끼, 그 밖에 어떤 모양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해석하기 나름일 것이다. 다만 그 작은 의식을 통해 각자가 살아낼 일 년의 모양을 예감해보는 것이겠다. 그 순간 무형의 삶은 깜빡, 하고 빛난다. 얘야, 삶이란 흘러가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손에 잡히기도 한단다. 지금 여기 네 손안에 분명하게 들려 있잖니, 하고.
--- p.83

내게 가시손은 단순한 관용구가 아닌, 존재론적 슬픔을 함의한 광막한 단어다. 문득 가시손의 반대말이 궁금해진다. 아마도 쓸어 담고 쓰다듬고 치료하는 손이겠지? 다행히 세상엔 가슴팍에 청진기를 대고 숨소리를 듣거나 진맥을 짚어 영혼의 상태를 살피는 손도 존재한다. 내가 무수한 나들의 총합이듯이 나의 손안에도 무수한 손들이 자리해 있을 것이다.
--- p.121

그래서 꽃이 왔을 것이다. 꽃은 말이 아닌 것으로 출몰하는 존재다. 너는 나의 아름다움을 목격한 적이 있어. 그리고 그것을 버렸지. 그것도 쓰레기봉투에. 별 뜻 없이.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것이 꽃이기만 할까. 중요한 건 버림의 촉감을 네 손이 기억한다는 사실이야. 세상의 비극은 너무 멀리에 있어서 대신 꽃을 보냈단다.
--- p.147

어디서 그런 용기가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선생님, 전 왜 이렇게 무거운 걸까요. 저도 밝고 명랑하고 귀여운 거 하고 싶어요. 어리광을 빙자해 다른 목소리에 대한 갈망을 불쑥 내비친 것이다. 그땐 정말이지 시가 너무 아프고 무거웠다. (…) K 선생님은 단호하셨다. 그건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겠지요. 하던 걸 하세요.
--- p.177~178

오늘의 나는 오늘 쓸 수 있는 문장을 쓰면서 이곳의 나를 찾아올 밀코메다의 시간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다. 와야 할 시간은 기필코 오게 되어 있다. 그럴 때 나의 인사는 “왜 왔어?”가 아니라 “왜 이제야 왔어”이기를 바라며.
--- p.196

매일매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세상에 들볶이는 기분과 찻잎의 덖음 사이엔 어떤 유사성이 있을까. 어쩌면 세상도 우리를 들들 볶는, 아니 덖는 과정을 통해 우리를 보다 향기롭고 귀한 찻잎으로 만들려는 것은 아닐까. 물의 세계에 기필코 담겨야 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물에게서 공포만 볼 것이 아니라 물이 가진 다정함, 안락함, 온화함, 고요함도 한번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 p.228

“넌 문학해서 손해 본 점이 뭔 것 같아?” 하루는 시인 친구와 밥을 먹다 대뜸 물었다. 친구는 어디 밥상머리에서 일 얘기냐며 핀잔을 놓았지만 이내 수저를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말하는 손해의 의미가 정확히 뭐야. 귀찮음이야 싫음이야 난처함이야. 문학하는 사람은 역시 이래서 안 되나 보다. 단어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매 순간이 허들이다.
--- p.249~250

끝을 갈망하는 이에게 끗이라는 단어를 안겨주는 건 외발자전거를 탄 곡예사에게 저글링을 시키고 불붙은 훌라후프를 통과해보라는 명령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두려울 것이다. 고독하고 힘겨울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 p.260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여기 실금 가득한 단어를 좀 보세요.
무언가 태어나려 하고 있어요.”
단어에서 단어로 미끄러지는, 무한의 도미노 놀이


안희연은 평소 자신을 ‘시 쓰는 누구누구입니다’라고 소개하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단어 생활자’라 일컫는다. 그는 TV를 켜놓고 요리하다가, 길을 걸으며 간판을 보다가, 세탁물을 수거하러 온 기사님을 마주하다가, 갑자기 끼어들어 주변을 채색하는 단어들로 인해 멈칫한다. 그리고 단어들을 ‘파밍(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아이템을 모으는 행위)’한다. “구멍 뚫린 봇짐을 이고 지고 가느라 흘리고 놓치는 게 일상이어도, 내 영혼이 세상과 닿는 접촉면이 점점 더 넓어지기를 바라며”(p.205) 흩뿌려진 단어들을 줍는다. 뉴스의 날씨 코너에서,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열량을 나타내는 용어인 ‘적산온도’라는 단어를 접한 뒤 ‘온도를 저금한다는 말’에 관해 생각한다. “모든 존재가 꽃이라면, 나의 피어남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할까.”(p.27) 아빠 없고 엄마 없는 친구들과 ‘부재’의 기억을 통해 쌓아온 우정의 내력(來歷)을, 건축 용어인 내력벽(耐力壁)으로 연결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철거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인 내력벽에 빗대어 “팔을 들어 슬픔을 받치고 선 모양. 나란한 두 개의 기둥”(p.101)으로 친구를 정의한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휘도’와 ‘조도’라는 개념에 비추는 부분에서도 안희연 특유의 맑고 사려 깊은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정 면적에 직접 도달한 빛의 양을 말하는 조도와 그렇게 도달한 빛이 반사되어 우리 눈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측정하는 휘도를 분별한 다음, 사람과 사람은 ‘휘도’의 방식으로 관계 맺음을 통찰한다. “내가 여기 있어서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먼저 거기 있기에 이렇게 나도 당신 눈 속에 담길 수 있습니다.”(p.62) 당신을 통해 나를 보듯, 안희연은 그렇게 ‘단어’를 통해 ‘삶’을 본다. 단어에서 단어로 미끄러지는 도미노 놀이는 평범한 일상에 다채로운 무늬를 그리며 계속된다.


삶에 대한 충실성만으로도 예술에 이를 수 있다
나의 작은 말들의 놀이터에서


『단어의 집』에 사는 안희연은 ‘문학하는 사람’이기 전에 당장 오늘 저녁 메뉴를 고민하기 벅찬 생활인이다. 대파 한 단에 7천 원이라니 말세도 이런 말세가 없다 중얼거리고, 단추 하나를 다는 데 6천 원이라는 말에 무거운 겨울 점퍼를 도로 들고 세탁소에서 집으로 되돌아온다. 만지기만 해도 물건을 고장 내는 재주(?)가 있으며 어떤 사양의 노트북이 필요하냐는 점원의 물음에 한글 작업과 인터넷이 필요하다고 대답하는 기계치이기도 하다. 삶이라는 매일의 과업 속에 복닥거리는 시인의 하루를 그는 담백하고 진솔하게 보여준다. 제빵 용어인 ‘탕종’이라는 말을 알고 나서, 탕종법으로 만들어진 빵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닮았음을 깨닫는 부분은 그야말로 탕종빵의 식감처럼 찰지고 촉촉하다.

“탕종 기법으로 만들어진 빵은 유달리 식감이 훌륭하고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며 손가락으로 꾹 눌러도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온다고 한다. 이 문장들은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찢어지더라도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질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충분한 회복력을 지닌 삶.”_161~162쪽

눈이 온다고 환호하며 모자와 장갑을 챙겨 밖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창문을 걸어 잠그고 커튼을 치는 이유,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들이 온통 책망의 눈이 되어 자신을 혼내는 듯했던 밤의 기억들은 저마다의 상실과 후회를 이고 사는 ‘평범한 우리’의 슬픔과 맞닿으며 고요한 위로를 건넨다. 동시에 이 ‘사사로운’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드라마나 신화 없이도, 삶에 대한 건강한 충실성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 예술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p.140)는 저자의 철학을 보여준다. 건강한 충실성 속에 틈틈이 자신을 위로하는 ‘놀이’ 같은 단어들이 있을 뿐이다. 어떤 단어는 기울기가 상당한 미끄럼틀이었고 어떤 단어는 혼자 탈 수 없는 시소였다. 그 놀이터의 모래 속에 시가 있고 문학이 있음을 『단어의 집』을 들여다본 독자는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것이 문턱도 없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 또한.


쓰고, 가르치고, 다짐하는 삶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보는 쪽으로


2018년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시행한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시 부문 1위를 차지했던 저자는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교수로 임용되어 동시대의 고민과 감각으로 문화예술인을 양성하고 있다. 그는 새 학기 첫 시간, 자기소개를 대신해 단어 세 개를 건넨다. ‘녹는점, 어는점, 끓는점.’(p.171) 선생과 학생들은 세 단어를 돌다리 삼아 자신의 온도와 색깔을 나눈다. 사는 곳, 나이, 학벌 따위가 아니라. 과학에 쓰이는 용어지만 이 시간만큼은 그 무엇보다 문학적인 영혼이 드나들 길을 열어주는 단어들이다.

“사각거리는 연필소리. 손등에 돋아나는 힘줄. 집중하는 입. 나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문학의 자장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단단한 결속력을 느낄 때가 많다. 왜 하필 문학인가요. 세상에 재미난 게 얼마나 많은데.”_172쪽

시 쓰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면 단어가 그저 단어가 아니라 자신을 이루는 피와 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며 자신을 찾아온 이들과 그러한 감각을 나누는 것도 『단어의 집』에 사는 큰 기쁨이다. 그는 쓸 것이 고갈되어 못 쓰겠다는 학생들에게 “만일 네가 충분한 시인이라면 그런 보잘것없음에서도 시를 불러낼 것”(p.204)이라 말하는 동시에, 정작 자신은 녹화된 영상을 반복 재생한 것처럼 관성적으로 살고 있는 건 아닐지 수시로 얼굴을 들여다보는 선생이다. 선생이라는 호칭이 종이호랑이처럼 여겨질 때마다 자신을 ‘시인’으로 살게 했던 선생님들의 말씀, 그 말씀으로 백지를 채우며 나아갔던 순간들을 되새기는 마음도 깊고 미덥다.

“장수(將帥)는 태생이 장수인 것이 아니라 매 순간 결심하기에 장수인 것이라는 나의 시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한다. 나는 그 말을, 자신감은 영원히 생기지 않을 것 같으니 대신 믿음의 크기를 키워보자는 말로 바꿔 읽는다.”_167쪽

안희연은 〈빚진 마음의 문장〉(『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수록)이라는 시에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보는 쪽으로 나의 시가 움직였으면 좋겠다”라고 썼었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발견되고 발명되어 자신만의 사전에 등재되는 단어들의 목록을 늘리는 것을, 그는 여전히 목표로 한다. 목록이 늘어날수록 세계의 비밀은 드러나며 우주는 넓어진다. ‘아름다움 쪽으로’ 유영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목격한 세계의 배면이 담긴 『단어의 집』에 안희연이 독자를 초대하는 이유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안희연은 누군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귀를 먼저 내미는 사람이다. 그는 잘 듣는 사람, 열린 사람, 그리하여 ‘다르게’ 보는 사람이다. 그게 시에 관한 거라면, 이것인지 저것인지 헷갈린다면, 산뜻한 대답이 필요하다면, 나는 항상 안희연을 찾는다(그도 잘 알 것이다). 그의 눈과 귀, 입과 ‘쓰는 손’을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엔 “단어 생활자” 안희연의 일상과 걸음, 시선과 사유, 다정한 태도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단어에서 시작해 생활의 복판에서 끝난다. 문장은 쉽고 따뜻하며 빛난다. 언어를 오래 살피는 사람이 종국에 어디에 도착하는지, 그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잘 살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난다. 읽는 내내 귀가 활짝 펼쳐져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가 내는 소리라면 허밍이라도, 단 한 박자도 놓치고 싶지 않다.
- 박연준 (시인, 『쓰는 기분』 저자)

회원리뷰 (39건) 리뷰 총점8.8

혜택 및 유의사항?
파워문화리뷰 《단어의 집》 순간을 영원으로 붙드는 마법!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지* | 2021.12.14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나의 책 읽기는 매번 이런 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들을 붙들고 살다 보니 책이든 삶이든 페이지가 쉽게 넘어갈 리 없다. 소설을 읽을 땐 소설을 읽어야 하는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머무느라 방금 전까지 읽은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오늘은 소망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길항이라는 단어에까지 다다른 하루였으니 이를 생산적 난독이라 말해도 될;
리뷰제목

 

나의 책 읽기는 매번 이런 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들을 붙들고 살다 보니 책이든 삶이든 페이지가 쉽게 넘어갈 리 없다. 소설을 읽을 땐 소설을 읽어야 하는데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머무느라 방금 전까지 읽은 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래도 오늘은 소망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길항이라는 단어에까지 다다른 하루였으니 이를 생산적 난독이라 말해도 될까. 그래서 "까다로운 작은 소망들"이라는 표현이 어떤 소설에 등장하느냐고? 내용이 무엇이냐고? 아무래도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p.18

 

한때 책을 읽으면 단어와 문장들을 노트에 따로 적어서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던 적이 있다. 요즘은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고 있지만, 독서의 목적이 '단어' 그 자체에 있는 편이라 안희연 시인처럼 늘 특정 페이지에 시선을 빼앗기곤 하는 편이다. 작품의 전개상 전혀 중요하지 않은 표현에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이고, 한 동안 그 페이지에서 시선을 못 떼는 경우가 종종 있는 나로서는 이 책에서 특히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안희연 시인은 스스로를 '단어 생활자'라 부른다. 이유는 단어가 그저 단어가 아니라 자신을 이루는 피와 살처럼 느껴질 때가 많고, 한 단어에 대해 말하는 일은 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떤 단어는 시간의 역할을 대신했고, 어떤 단어는 공간의 역할을 대신했다. 어떤 단어는 시인을 소용돌이처럼 휘감았고, 어떤 단어는 정수리에 번개처럼 내리 꽂히기도 했다. 단어로 이루어진 놀이터를 떠나고 싶지가 않다고 말하는 시인은 단어의 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니, 함께 단어를 골라보자고 손을 내민다.

 

 

탕종의 힘은 나날이 커져갔다. 놀랍거나 두렵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슬픈 일이 닥칠 때마다 탕종, 탕종 하고 입 밖으로 되뇌는 것이다... 탕종이라는 말의 비밀스러운 느낌은 오래도록 내 곁에 남아 있다. 비록 단호박크림치즈 탕종식빵은 하루도 못 가 사라져버렸을지라도. 탕종, 탕종. 나는 단어 하나로도 나를 지킬 수 있다. 단어가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려 한 사람의 집이자 우주가 된다는 것. 참 따뜻한 움막이다. 뜻밖의 신비다.        p.163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이라는 시집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문장들 속에 숨어 있는 감정들이 공감도 되고, 삶과 슬픔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덕분에 시인이 쓰는 에세이는 어떤 모습일지 매우 궁금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역시나 수많은 단어들의 안팎을 살아가는 시인이기에, 여타의 가벼운 에세이들과는 뚜렷하게 달랐다. 포스트잇 플래그를 너무 많이 붙여서 책이 두툼해졌을 정도로,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가득했고, 오랜만에 노트를 꺼내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으니 말이다. 단어들을 꼭꼭 씹어서 먹고, 문장들을 제대로 외우고, 행간 사이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유추해 여운을 즐기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에 수록된 단어들은 길항, 적산온도, 주악, 삽수, 버력, 피막, 유루, 내력벽, 선망선, 플뢰레, 벼락닫이, 밀코메다, 파밍, 기저선, 시드볼트 등등 분명히 한번 들어본 것 같은데 뜻을 모르겠거나, 대충 의미는 알겠는데 어쩐지 낯설다. 특히나 너무도 비문학적인 단어들에서 가장 문학적인 순간을 길어 올린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욱 흥미롭다. 대파 한 단 가격에 놀라고, 단추 하나 다는 값이 비싸 무거운 겨울 점퍼를 들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오는 시인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그 평범한 매일의 일상들 속에서 발견하는 '단어'들을 통해 바라보는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순간을 영원으로 붙드는 마법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포토리뷰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고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n***8 | 2022.09.14 | 추천4 | 댓글8 리뷰제목
            책 제목 《단어의 집》을 봤을 때 사전이 생각났어요. 김소연 시인은 《마음 사전》을 쓰기도 했지요. 이 책 제목을 보고 그런 책인가 했는데,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시뿐 아니라 글쓰는 사람은 낱말을 자기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러지 못합니다. 따로 말을 정리하지도 않고 잘 적어두지도 않아요. 뭔가 떠오르;
리뷰제목

    
 

 

 

 책 제목 《단어의 집》을 봤을 때 사전이 생각났어요. 김소연 시인은 《마음 사전》을 쓰기도 했지요. 이 책 제목을 보고 그런 책인가 했는데, 제 생각과 달랐습니다. 시뿐 아니라 글쓰는 사람은 낱말을 자기 식으로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러지 못합니다. 따로 말을 정리하지도 않고 잘 적어두지도 않아요. 뭔가 떠오르거나 느낌이 와야 적을 텐데 그런 일은 없습니다. 가끔 찾아오기도 했는데, 이젠 그런 일은 없네요. 그걸 생각하니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이 책이 어떤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어떤 낱말을 생각하고 글을 썼는지, 쓰다 보니 그 낱말이 떠오른 건지. 둘 다일까요. 안희연은 아직 쓰지 못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거 생각하니 부럽기도 하네요. 저는 언제나 쓸 게 없고, 언젠가 글이 될 것도 없습니다.

 

 마음이 안 좋을 때 저는 자거나 아무것도 안 해요. 여전히 그러는군요. 안희연은 음식을 만들더군요. 음식 만들기는 먹을 사람을 생각하고 마음을 담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안희연은 여름에 당근을 채썰어서 라페를 만든답니다. 라페는 이 책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음식 만들기도 집중해야 하고 그거 하나만 생각해야 하죠. 마음이 시끄러울 때 음식을 만들면 다른 건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뜨개질도 만들기와 다르지 않겠습니다. 사람마다 마음 푸는 게 있으면 좋은 거죠. 저도 자기보다 다른 거 하는 게 나을 텐데. 기분이 안 좋아서 편지 못 쓰겠다 했는데, 막상 쓰니 기분이 좀 나아지더군요. 그것도 집중하고 다른 걸 생각해설지도. 손을 움직인 것도 있겠네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말을 만났습니다. 가시손이에요. 자신이 손 대면 물건이 부서지거나 고장 난다고 하는 사람 있잖아요. 전자기계일 때가 많기는 한데. 그건 그 사람 손 때문이 아니고 다른 것 때문일 텐데. 전자기계와 체질이 안 맞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보통 사람보다 몸에 뭔가 많아서(물?). 뭔가는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시손은 북한 말인가요. 이건 때렸을 때 아픈 걸 말하는 것 같기도. 저는 평범합니다. 뭘 만졌을 때 부수지 않고 그대로 씁니다. 거기에선 영화 <가위손> 이야기를 했어요.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를 슬프게 보더군요. 저는 조금 거리를 두면 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하고도. 좋아한다고 해서 꼭 붙어 있어야 할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이상한 건지. 에드워드는 가위손으로 나무를 손질하고 얼음으로 눈을 만들기도 하네요. 안희연은 가위손이 멋지게 되기도 한다고 말했어요. 가시손은.

 

 저도 힘이 들 때 뭔가 잘 안 될 때 떠올릴 말이 있으면 좋겠네요. 안희연은 탕종이라는 말을 떠올려요. 탕종은 빵을 만드는 기법에서 하나로 탕종 기법으로 만든 빵은 식감이 좋고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고 손가락으로 꾹 눌러도 천천히 본래대로 돌아온답니다. 삶도 유연하고 회복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안희연은 독일에 사는 친구와 편지를 쓴대요. 한나라에 사는 사람한테 쓰는 편지도 잘 갈지 안 갈지 걱정되는데 다른 나라는 더 걱정될 것 같아요. 그건 그것대로 멋지겠습니다. 안희연 친구 이름은 한여름이었어요. 지금도 편지 쓰겠지요.

 

 살면서 이기는 때는 얼마나 될까요. 안희연이 친구한테 ‘오늘도 질 것 같아.’ (150쪽)하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친구는 ‘비긴 걸로 해라. 슬프니까.’ (154쪽) 했답니다. 삶에 이기면 좋겠지만 졌다고 늘 아쉬워하기보다 비겼다고 생각해도 괜찮겠습니다. 사람이 산다고 하지만, 사람은 다 죽음으로 갑니다. 죽는 날까지 즐겁게 살아야죠. 그게 잘 되지 않지만. 글쓰는 사람만 세상을 잘 바라보고 비밀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닐 거예요. 누구든 세상을 잘 보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 하면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요. 그게 작다 해도 그냥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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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삶의 온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오*아 | 2022.01.21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독서가 일상이라고 하면 독서생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하루의 시작과 끝이 독서라는 얘기다. 어디 그뿐인가? 독서는 나의 현재인 동시에 미래를 비추는 얼굴이다. 미래가 불투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는 게 문제의 실마리다. 현재를 조금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되며 무기력해서도 안 된다는 다짐.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빛은 독서의 작은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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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일상이라고 하면 독서생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하루의 시작과 끝이 독서라는 얘기다. 어디 그뿐인가? 독서는 나의 현재인 동시에 미래를 비추는 얼굴이다. 미래가 불투명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지 않는 게 문제의 실마리다. 현재를 조금이라도 낭비해서는 안 되며 무기력해서도 안 된다는 다짐. 미래의 가능성이라는 빛은 독서의 작은 불꽃에서 시작된다. 만약에 가슴 속에 작은 불꽃이 없었다면 일상은 얼마나 허무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싶다.

 

잠시, 독서에 대한 단상을 하게 된 까닭은 시인 안희연의 산문집『단어의 집』때문이었다. 시인은 시를 쓰는 사람이다. 당연히 시생활자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시인은 ‘단어 생활자’라는 말을 꾹꾹 눌러 쓴다. 돌이켜보니 문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단어는 목숨을 요구할 만큼 치명적이다. 단어는 영혼이다. 단어에는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니 단어를 찾는 일은 운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상에 마주치는 단어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비문학적이다. 단어의 정체성을 따져보면 비문학적인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단어는 정확해야 하니까. 일찍이 마크 트웨인은 “정확한 단어와 거의 정확한 단어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다.”라고 말했다. 번갯불에는 번갯불이라는 관념에 딱 맞는 정확한 표현이다. 번갯불을 나두고 굳이 반딧불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게 틀린 단어다.

 

단어의 집』에는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산다.

 

어떤 단어는 시간의 역할 대신했고 어떤 단어는 공간의 역할을 대신했어요. 어떤 단어는 기울기가 상당해 미끄러지기 좋았고 어떤 단어는 시소와 같이 혼자서는 탈 수가 없었죠, 어떤 단어는 저를 소옹돌이처럼 휘감았고 어떤 단어는 정수리에 번개처럼 내리꽂혔고요.

 

시를 쓰는 시인에게 단어는 성냥갑 속의 성냥 같다. 피와 살이 되는 감정의 불꽃이 타오르며 어두운 세상을 좀 더 밝고 따뜻하게 헤아린다. 단어의 모양은 성냥처럼 단순하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생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의 감수성은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럴 때 단어의 낡은 단순한 관념은 사라지고 삶의 온도를 느끼게 된다.

 

삶의 온도는 적산온도와 같다. 해마다 봄이 되면 꽃이 저절로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때가 되면 꽃이 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한 ‘때’는 꽃의 입장에서 보면 ‘적산온도’이다. 봄에 꽃이 피는 것은 꽃이 몸에 온도를 저금했기 때문이며 그렇게 저금한 온도가 가득차면 꽃망울이 터져 비로소 꽃이 피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떤가? 살아가면서 얼마큼 시간을 저금했을까? 그렇게 해서 언제쯤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을까? 사는 것은 기본적으로 쉽지 않다. 더구나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그럼에도 몸 안에 온도를 묵묵히 저금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들 또한 실패와 좌절을 겪었을 텐데 어려운 과정을 참아낸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분명 삶의 지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들의 몸 안에 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꽃은 우리가 피어야 할 최선의 꽃이다. 삶의 온도는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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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12건) 한줄평 총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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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5점
단어에 대한 시인의 골몰한 애정. 소소하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 빼곡하다. 강력추천.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골드 y***m | 2021.12.07
구매 평점5점
시인을 통해 알게 되는 단어의 뜻과 해석. 이런 뜻이? 이렇게도 본다고? 감탄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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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동***상 | 2023.10.14
구매 평점5점
생각해보지 않았던 단어들에 대해. 그 단어를 보고 당신이 연상했던 글과는 다른 글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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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 | 202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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