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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인간
2장 자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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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살펴 걷지 않으면 금방 길을 잃을 단어들이 이 책에는 많이 있다. 나는 단어들을 여기저기 나열하고 그 문장을 따라 여러 번 걸었다. 그러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도 한 번쯤은 걸어봐도 좋을 길을 만들었다. 걸음 하나에 단어 하나를 놓으며 뒤에 올 사람에게 표식을 남겼다. 곰곰이 걷는 길에 우리가 어느 문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를.
--- p.10 내가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은 트리니다드의 앙꼰 해변에서였다. 서른다섯 살이었고 모든 게 어그러진 때였다. 한다고 했는데. 나는 안 되나 보다 싶었고. --- p.58 자기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자기는 서서히 혹은 빠르게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진다. 나는 무슨 수를 써도 나를 사랑할 수 없었다. 신을 사랑하는 엄마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와 궁핍한 생활이 너무나도 분명해 살아 있는 것이 싫기만 했다. 몇 번인가 나는 죽으려고 했는데 그것은 삶이 보잘것없어서였다. 삶이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 p.56 사는 동안에 단 한 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하게 죽고 싶다. 행복하게 죽고 싶어서 매일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더 이상 살아가지 않기로 숙고하여 신념을 가지고 결정했을 때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지 매일 상상한다. 지금 당장 나에게 안전하고 행복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방편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텐데. 안심하고 살아갈 텐데. 매일 다른 내일을 만들 텐데. 매일 다른 용기를 가질 텐데. 매일 다른 사랑을 낳을 텐데. --- p.91 시간에 맞춰 개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이 있듯이, 매일 같은 시간에, 특별히 산책을 할 수 없는 날씨가 아닌 이상, 한결같이 집에 방문하여 나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서 나의 상상 속에 도착하는 사람. 내게 못된 말을 하지 않고, 내 몸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가끔씩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어제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사람. 산책에서 돌아오면 나를 창가에 앉혀주고, 내일 봐요, 하고서 떠나는 사람. 나는 창가에서 내일의 산책을 기다리는 사람. --- p.101 나의 꿈은 날씨가 되는 것이다. 사람은 불가능한 꿈을 하나씩 안고 산다고 할 때 바로 그 꿈. 날씨가 되면 나뭇잎 사이로 쏟아질 수 있고 날씨가되면 양지 바른 곳에 빛을 드리울 수 있다. 날씨가 되면 물 위를 흐를 수 있고 날씨가 되면 구름 위에 떠 있을 수 있다. 날씨가 되면 책상이 아니라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아직 아무에게도 말해본 적이 없는데. --- p.120 나는 인간이 없는 곳에서 인간을 필요로 한다. --- p.133 |
산책을 하다가 산책을 보고 연애를 하다가 연애를 보는
산책을 하다가 산책을 보고, 연애를 하다가 연애를 보는,『산책과 연애』는 보는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시인이 보이고, 시인의 생활이 보이고, 시인의 아픈 손목이 보인다. 하나같이, 똑같이, 거기서 거기인 남자들이 보인다. 한심한 새끼들, 하고 중얼거리다가도 반듯한 베개 위에 고개를 뉘었는데도 자꾸만 잠을 설치고 마는 시인이 걱정되어 전전긍긍하게 된다. 시인의 산책도 없고 연애도 없는 밤을 보고 있으면, 힘든 건 너무 힘이 든다는 시인의 검고 부드러운 등을 보고 있으면, 그저 그 순간에 가만히 손을 올리고 옅은 그림자처럼 가만히 쓰다듬고만 싶어진다. 저녁이 오기 전에 산책을 끝내는 사람이 있고, 저녁이 오길 기다렸다가 산책을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산책을 포기하고 연애를 하는 사람일까. 아마도 시인은 산책을 꿈꾸는 사람일 것이다. 연애를 하다 말고 힘이 들면 숨을 고르며 멀리 눈을 들어 산책하는 사람들을 좇아보는 사람. 연애는 늘 힘이 드는 일이니까 말이다. 산책을 대신하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연애일까? 연애를 대신하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산책일까? 둘 모두를 대신하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죽음은 아니길, 부디 『산책과 연애』라는 이 한 권의 산문집이길. 끝나면, 다 끝이면 좋겠는데 『산책과 연애』는 시가 가득한 누군가의 펼쳐진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시인의 연애를 자꾸만 훔쳐보게 한다. 그런데 우리와 눈이 마주친 작가는 말짱한 얼굴로 태연하게 봤지? 하고 묻는다. 그러니, 당신도 혼자야, 라고 말한다. 산책을 하는 너도, 연애를 하는 나도, 사랑을 잃을까 봐 종종거리며 이 책을 집어 든 우리 모두 결국 혼자라면…… 우리가 잠복하듯 산책을 하고 잠복하듯 연애를 할 까닭이 없다. ‘어떻게’를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멈추면 되고, 그냥 웃어버리면 된다. 언제 덮어버릴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느 페이지를 읽다가 당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리고 혼자서 4333333334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ㅂㅁㅁㅁㅁㅂㅉㅉㅉㅉㅉㅉㅉㅈ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1 -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 웃어버리는 순간이다. _본문 중에서 끝나면 다 끝이면 좋겠는데 산책도 연애도 뭐가 너무 많이 남는다. 유심히 살펴 걷지 않으면 금방 길을 잃을 단어들이 이 책에는 많이 있다. 나는 단어들을 여기저기 나열하고 그 문장을 따라 여러 번 걸었다. 그러면서 나 말고 다른 사람도 한 번쯤은 걸어봐도 좋을 길을 만들었다. 걸음 하나에 단어 하나를 놓으며 뒤에 올 사람에게 표식을 남겼다. 곰곰이 걷는 길에 우리가 어느 문장에서 마주칠 수 있기를. _본문 중에서 『산책과 연애』에는 ‘산책’이란 단어가 24번 나오고, ‘연애’라는 단어가 52번 나온다. 당신은 그 숫자에서 무얼 느끼는지? 뭐가 많이 남기는 산책만큼 연애만큼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시인이 딱 하나 남겼으면 했던 문장이 있다면 음, 이건 아니었을까. 어두운 방에 누워서 그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_본문 중에서 그러니 아침이 되면 아침을 보자는, 일어나 사랑을 하자는 말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사랑하지 않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언제나 쉬우니까. 그러니 이 책을 집어 든 모두가 실패한 것을 받아들이자.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