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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준 시인, 시를 읽고 쓰는 마음] 박연준 작가가 시에 대해, 그리고 쓰는 기분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시인의 마음이 무엇인지, 나도 시를 쓸 수 있을지 한 번쯤 궁금해했던 우리를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인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전하는 시를 읽고 쓰는 기쁨.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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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8
1부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 당신은 이미 시를 알고 있습니다 ─ 16 쓰는 사람의 마음 ─ 20 시와 슬픔 ─ 24 메타포가 뭐죠? ─ 28 당신의 장바구니에 담긴 것 ─ 38 밤, 촛불, 시, 비밀 ─ 43 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47 시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죠? ─ 52 시를 읽는 방법 :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 56 칼처럼 빛나는 한 줄 ─ 61 곳곳에 숨어있는 기적 ─ 65 분노도 시가 될 수 있을까 ─ 68 그리움의 무게 ─ 73 시를 가르칠 수 있을까? ─ 77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속에 있는 것 ─ 82 목록이라는 길목 ─ 87 생각하면 좋은 것 ─ 90 눈이 하는 일 ─ 94 무엇을 써야 하지? : 소재에 관하여 ─ 100 2부 작업실 연필 ─ 108 쓸 때 생각하는 것 ─ 113 시적 몽상 ─ 122 몸의 공식 ─ 134 인생 ‘갑’으로 사는 기분 : 창작의 기쁨 ─ 138 순간을 봉인하면 영원이 되나 ─ 146 끔찍한 세상에서 우아하게 말하기 ─ 151 쓸 수 없는 순간들 ─ 155 책점 ─ 161 여류라는 말 ─ 165 ‘셋’이라는 불안 ─ 168 3부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등단에 대해서 ─ 174 태어나는 일 ─ 179 순진하게 사랑하는 법 ─ 183 4부 질문이 담긴 과일 바구니 - 쓰는 사람, 당신은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절제에 대하여 ─ 192 시와 눈물 ─ 196 시의 형식 ─ 200 전공자가 아니어도 ─ 203 지하철 시 ─ 207 좋은 시, 나쁜 시 ─ 209 많이 쓴다는 것 ─ 211 시를 쓰는 삶과 쓰지 않는 삶 ─ 214 [부록] 1. 모과나무 ─ 219 2. 시인과의 대화 (with 임솔아) ─ 237 |
저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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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시를 앞에 두고 이해하고 싶어 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라는 집의 입구를 다른 쪽에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 p.48 말과 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종이에 쓰이지 않은 더 많은 ‘투명한 말’을 통해 당신이 상상하기를, 시는 바랍니다. 시는 비약하고 활강하고, 사라졌다 나타납니다. 시는 귀신이죠. 있거나 없어요. 몇 마디로 당신을 쓰러트릴 수 있고, 발견해주지 않으면 평생을 바위처럼 굳어있기도 합니다. --- p.55 삶에 들어있는 것? 잼, 블루베리, 눈물, 똥, 먼지, 비겁, 구름, 절벽, 상처, 질병, 환희, 사랑, 책, 오답, 귀뚜라미, 피, 오줌, 새벽 2시, 목발, 절규, 욕망, 합치, 실패, 칼, 죽음, 깃털, 강아지, 지네, 책상, 무릎……. 나는 삼일 밤을 샐 수도 있을 것이다. --- p.89 몽우리 진 목련을 처음 발견하고 감탄하는 일은 좋다. 사월의 은행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 모퉁이를 돌 때 훅 끼치는 라일락 냄새는 좋다. 동물을 사랑하는 노인을 보는 일은 좋다. 당신을 막 생각하는데, 당신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좋다. “사랑을 나누다”라는 말은 좋다. 어젯밤에 시를 썼어요, 하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거기에 묻은 ‘물기’는 좋다. --- p.92 ‘대단한 것, 훌륭한 것을 써보자’고 마음먹으면 늘 실패한다. 대단하고 훌륭한 것은 작정을 하고 다가가는 자로부터 도망치기 때문일까? 동기나 목적 없이 자유롭게 끼적일 때 쓸 만한 게 나온다. --- p.109 솔직함은 재능의 일부다. --- p.118 필요한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다. 쓴다는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의 대체 행동, 능동적인 말하기다. 쓰기 싫을 때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다. 마감이 코앞에 있는데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으면 괴롭다. 그땐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누가(대체로 편집자가) 내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한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조르고, 조른다고 상상한다. 그가 문 밖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눈을 맞으며, 비를 맞으며 앉아있다고 상상한다. --- p.120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 p.125 창작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연습 없이 이루어진 근사한 작품? 그런 건 없다. 일필휘지 속에도 수만 번의 붓질, 몸이 기억하는 무수한 반복 작업이 녹아있다. --- p.134 글을 잘 쓰는 작가에게도 한 글자도 못 쓸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글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뿐만일까. 그게 뭐든 잘해야 한다는 부담, 스스로 전문가라는 자의식, 기대에 부응해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욕망은 일을 진행하기 어렵게 한다. 때때로 내가 종이 위에서 서성인다면, 백지를 피해 도망 다니려 한다면, 엄청나게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욕심 탓일 게다. 얼토당토않지! 엄청나게 좋은글이라니? 바보같긴. --- p.143~144 누구도 내게 ‘최선의 것’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최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던 어느 날. 나는 구원을 받았다. 볼테르의 이 문장을 읽은 거다. “최선은 선의 적이다The best is enemy of the good.” --- p.144 어떤 장면은 그 자체로 너무 시적이라 시로 쓸 수 없다. 시라니? 읽어보면 정작 그 안에 시 없는 시가 얼마나 많은지. 차라리 세상 곳곳에 시가 널려있다. 이가 들끓는 머릿속처럼 시 천지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그걸 다 잡아다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시 아닌 일로 늘 바쁘다. --- p.155 ‘의도’를 품은 채 쓰이는 글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가령 쓰는 자가 ‘이 시를 써서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채 쓰는 시는 빛을 잃고 시작하는 거예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인화하기 전에는 절대로 필름을 꺼내보지 않죠? 우리에겐 어둠을 어둠인 채로 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p.185 유명한 사람, 이미 충분히 드러난 사람은 (계속) 빛나기 어렵습니다. 이미 빛나는데 더 이상 어떻게 빛날 수 있겠어요? 그러나 당신처럼 숨어있는 자, 엎드려서 간절하게 자신을 갈고닦는 자는 그 간절함 때문에 빛이 납니다. 기다리는 자의 응축된 에너지, 거기에서 빛이 뻗어 나오기 때문이지요. 왜냐고요? 그 힘이 없다면 그는 드러나는 데 실패할 테니까요. --- p.188~189 |
당신에게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박연준 작가의 신작 산문집 『쓰는 기분』이 출간되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 그리고 산문집 『소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등 다방면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가 이번에는 우리를 시 읽기, 그리고 시 쓰기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가 대체 뭐지? 시는 어떻게 읽지? 시인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어떻게 쓸까? 혹시 나도 시를 쓸 수 있을까?’ 이런 생각 앞에서 갸웃거리거나 머뭇거리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두 팔 벌려 환영한다.‘쓰는 기분’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거나 소수의 ‘선택된’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는 걸, 바로 당신도 누릴 수 있다는 걸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쓸 때 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내가 아니면서 온통 나인 것, 온통 나이면서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나인 것. 쓸 때 나는 기분이 전부인 상태가 된다. …… 시를 쓸 땐, 날개를 떨구면서 날아오르는 기분이 든다. 날개를 버려도 내가 나일 수 있다니, 내가 날 수 있다니!” --- 『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 중에서 어느 날 문득 시가 궁금해진 사람을 위한 우아한 실용서! “쓴다는 건 멀쩡히 굴러가는 삶을 깨트리는 일이다. 깨트린 뒤 다시 조합해 새로 만드는 일이다.” --- 『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 중에서 당신은 읽는 사람인가? 쓰는 사람인가? 읽고 싶지만 때때로 어려움에 부딪치곤 하는가? 읽는 자리에 충실히 머무르고자 하는가? 때때로 쓰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가? 이미 쓰는 기분을 맛보았는가? 한 번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면 제대로 찾아왔다. 책의 1부에서 작가는 시에 대해 궁금한 마음은 있지만 친해지는 건 어렵다고 느끼는 자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넨다. KBS 라디오 ‘당신의 밤과 음악’에서 독특하게도 ‘라디오 연재’ 형식으로 공개된 글들을 씨앗으로 삼아 이번에는 청취자가 아니라 독자들을 향해 싹을 틔운 꼭지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의 다정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시 읽기’에 젖어들 뿐 아니라 ‘시 쓰기’라는 세계의 문 앞에 당도한다. “당신은 직관으로 시가 뭔지 알고 있어요. 시 근처를 서성이거나 ‘시적 기운’에 취해 기뻐한 적 있을지 모릅니다. 시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당신은 자신할 수 있나요?” --- 『당신은 이미 시를 알고 있습니다』 중에서 2부에서는, 글쓰기와 삶에 대해 쓴 산문들을 ‘작업실’이라는 제목으로 묶어 선보인다. 여기에는 시와 산문을 쓰는 작가의 마음과 자세, 나아가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마치 ‘어떻게 쓸까’를 자꾸 발음하다 보면 ‘어떻게 살까’처럼 들리듯이. 순진하게 사랑할 것, 솔직할 것, 완벽주의에 짓눌리지 말고 편안하게 시작할 것, 자기 사유로 그득해질 것……. 담대하고 열렬하면서도 산뜻한 에너지와 특유의 시선이 박연준 작가의 기존 독자들뿐 아니라 ‘쓰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를 궁금해하는 모든 이들에게 충만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에세이를 쓸 때 ‘어떻게 보일까’를 지나치게 염두에 두면 망한다. 수영 선수가 자신의 영법이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며 대회에 참가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하면? 대회에서 탈락하겠지! 물에 들어갔다면 생각을 버린 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과 속도를 느끼면서. 물 밖의 일은 알 바 아니란 듯이.” --- 『쓸 때 생각하는 것』 중에서 3부와 4부에는 시인으로 태어나려는 사람(혹은 쓰는 사람)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편지와 Q&A 형식으로 담았다. 아득한 길을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가운데 하나둘 불이 켜지는 따뜻한 여정을 여기까지 함께한 독자라면 당장 오늘 밤, 빈 종이 앞에 앉게 될지도 모르겠다. “연필을 쥔 사람은 자기 삶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고”(11쪽) 한 작가의 말을 믿고, 밤의 지휘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나’는 더욱 더 내가 될 수 있다. 후반부의 부록에는 박연준 작가와 함께 시를 쓰고 읽는 ‘모과 모임’ 멤버들의 산문 세 편을 실었다. 누군가 ‘쓰는 사람’이 되는 광경을 목격하면 가슴이 울렁인다. 목울대를 지나 몸속 깊이 담기는 단단하고 따뜻한 세 편의 글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양쪽 모두에게 함께하자고 손짓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작가와 임솔아 시인의 인터뷰 파트에서 독자는 시인들, 특히 이 시대 여성 시인들의 대화를 가까이에서 경청하는 관객이 된다. 여성 작가의 시를 둘러싼 납작한 시선과 편협한 해석에 부딪치는 현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여성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다. 작가는 이 책이 시에 가까워지려는 자에게 우아한 실용서가 되길 바라며, ‘어느 날 문득 시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난 사람’을 열심히 생각하며 썼다고 밝힌다. 시 읽는 재미를 알고 싶다면, 일단 한번 시작해볼 용기가 필요하다면, 거기에 더해 ‘쓰는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이 책의 특별한 초대에 흔쾌히 응해주기를 청한다.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 책은 당신과 ‘쓰는 기분’을 나눠 갖고 싶어서 썼다. 손끝에서 생각이 자유로워질 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었다. 성급하고 불완전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내 속에서 걸어 나와 흰 종이에 도착하는 과정을 돌보는 일, 손가락이 그를 쫓는 일, 쫓다 멈추는 일, 멈추고 바라보는 일, 바보 같은 일이라고 그를 탓하는 일, 서로 엉키면서 작아졌다 커졌다 반복하는 일, 그러다 드디어 나와 종이 위의 그가 합일을 이루는 일! 이때의 기분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당신에게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뜻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 --- 『시는 언제나 새 고양이로 온다』 중에서 |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이라는 가정이 근사해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럴 만도 하지. 모든 이들이 시에게 곁을 주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은밀히 달아오른다. 시 공동체라니, 그것은 각각의 양초가 수천 개의 빛이 되어 어둠을 몰아내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밤과 같다. 하지만 역시 시는 만만치 않은 상대. 쓰는 일의 어려움과 읽는 일의 난처함을 빠짐없이 헤아리는 저자는, 좋은 선생이 그러하듯, 누구든 시를 읽고 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격려와 더불어 곧바로 연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넌지시 알려준다.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사랑하는 것을 더 오래 사랑하고 싶은 사람, 시를 품고 있는 한 삶은 헐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내가 그랬듯 연필을 들고 백지와 마주할 용기를 넉넉히 얻을 것이다. - 한정원 (『시와 산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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