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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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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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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60g | 130*207*16mm
ISBN13 9788932321530
ISBN10 893232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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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박연준 시인, 시를 읽고 쓰는 마음] 박연준 작가가 시에 대해, 그리고 쓰는 기분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시인의 마음이 무엇인지, 나도 시를 쓸 수 있을지 한 번쯤 궁금해했던 우리를 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시인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전하는 시를 읽고 쓰는 기쁨. - 에세이 MD 김태희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시를 대하는 태도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당신이 시를 앞에 두고 이해하고 싶어 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다르게 접근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라는 집의 입구를 다른 쪽에서 찾아보는 게 어떨까요?
--- p.48

말과 말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 종이에 쓰이지 않은 더 많은 ‘투명한 말’을 통해 당신이 상상하기를, 시는 바랍니다. 시는 비약하고 활강하고, 사라졌다 나타납니다. 시는 귀신이죠. 있거나 없어요. 몇 마디로 당신을 쓰러트릴 수 있고, 발견해주지 않으면 평생을 바위처럼 굳어있기도 합니다.
--- p.55

삶에 들어있는 것? 잼, 블루베리, 눈물, 똥, 먼지, 비겁, 구름, 절벽, 상처, 질병, 환희, 사랑, 책, 오답, 귀뚜라미, 피, 오줌, 새벽 2시, 목발, 절규, 욕망, 합치, 실패, 칼, 죽음, 깃털, 강아지, 지네, 책상, 무릎……. 나는 삼일 밤을 샐 수도 있을 것이다.
--- p.89

몽우리 진 목련을 처음 발견하고 감탄하는 일은 좋다. 사월의 은행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풍경, 모퉁이를 돌 때 훅 끼치는 라일락 냄새는 좋다. 동물을 사랑하는 노인을 보는 일은 좋다. 당신을 막 생각하는데, 당신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좋다. “사랑을 나누다”라는 말은 좋다. 어젯밤에 시를 썼어요, 하고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거기에 묻은 ‘물기’는 좋다.
--- p.92

‘대단한 것, 훌륭한 것을 써보자’고 마음먹으면 늘 실패한다. 대단하고 훌륭한 것은 작정을 하고 다가가는 자로부터 도망치기 때문일까? 동기나 목적 없이 자유롭게 끼적일 때 쓸 만한 게 나온다.
--- p.109

솔직함은 재능의 일부다.
--- p.118

필요한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다. 쓴다는 것은 말하고 싶은 욕구의 대체 행동, 능동적인 말하기다. 쓰기 싫을 때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다. 마감이 코앞에 있는데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으면 괴롭다. 그땐 특단의 조치를 내린다. 누가(대체로 편집자가) 내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리며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한다.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조르고, 조른다고 상상한다. 그가 문 밖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눈을 맞으며, 비를 맞으며 앉아있다고 상상한다.
--- p.120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
--- p.125

창작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연습 없이 이루어진 근사한 작품? 그런 건 없다. 일필휘지 속에도 수만 번의 붓질, 몸이 기억하는 무수한 반복 작업이 녹아있다.
--- p.134

글을 잘 쓰는 작가에게도 한 글자도 못 쓸 것 같은 순간이 온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글을 시작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글뿐만일까. 그게 뭐든 잘해야 한다는 부담, 스스로 전문가라는 자의식, 기대에 부응해 칭찬을 받아야 한다는 욕망은 일을 진행하기 어렵게 한다. 때때로 내가 종이 위에서 서성인다면, 백지를 피해 도망 다니려 한다면, 엄청나게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욕심 탓일 게다. 얼토당토않지! 엄청나게 좋은글이라니? 바보같긴.
--- p.143~144

누구도 내게 ‘최선의 것’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는데, ‘최선의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던 어느 날. 나는 구원을 받았다. 볼테르의 이 문장을 읽은 거다. “최선은 선의 적이다The best is enemy of the good.”
--- p.144

어떤 장면은 그 자체로 너무 시적이라 시로 쓸 수 없다. 시라니? 읽어보면 정작 그 안에 시 없는 시가 얼마나 많은지. 차라리 세상 곳곳에 시가 널려있다. 이가 들끓는 머릿속처럼 시 천지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나칠 뿐이다. 그걸 다 잡아다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시 아닌 일로 늘 바쁘다.
--- p.155

‘의도’를 품은 채 쓰이는 글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가령 쓰는 자가 ‘이 시를 써서 시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채 쓰는 시는 빛을 잃고 시작하는 거예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인화하기 전에는 절대로 필름을 꺼내보지 않죠? 우리에겐 어둠을 어둠인 채로 둬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p.185

유명한 사람, 이미 충분히 드러난 사람은 (계속) 빛나기 어렵습니다. 이미 빛나는데 더 이상 어떻게 빛날 수 있겠어요? 그러나 당신처럼 숨어있는 자, 엎드려서 간절하게 자신을 갈고닦는 자는 그 간절함 때문에 빛이 납니다. 기다리는 자의 응축된 에너지, 거기에서 빛이 뻗어 나오기 때문이지요. 왜냐고요? 그 힘이 없다면 그는 드러나는 데 실패할 테니까요.
--- 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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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각자의 방에서 매일 시를 쓴다면’이라는 가정이 근사해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그럴 만도 하지. 모든 이들이 시에게 곁을 주고 있는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이 은밀히 달아오른다. 시 공동체라니, 그것은 각각의 양초가 수천 개의 빛이 되어 어둠을 몰아내는 기이하고 아름다운 밤과 같다. 하지만 역시 시는 만만치 않은 상대. 쓰는 일의 어려움과 읽는 일의 난처함을 빠짐없이 헤아리는 저자는, 좋은 선생이 그러하듯, 누구든 시를 읽고 쓰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격려와 더불어 곧바로 연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넌지시 알려준다.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 사랑하는 것을 더 오래 사랑하고 싶은 사람, 시를 품고 있는 한 삶은 헐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내가 그랬듯 연필을 들고 백지와 마주할 용기를 넉넉히 얻을 것이다.
- 한정원 (『시와 산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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