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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모월모일

: 박연준 산문집

리뷰 총점9.3 리뷰 27건 | 판매지수 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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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74g | 140*200*14mm
ISBN13 9788954670920
ISBN10 89546709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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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삶의 일 퍼센트의 찬란이 아닌 구십구 퍼센트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한 박연준 시인이 평범하지만 특별한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겨울 밤 말린 곶감과 봄이 오는 사월의 창, 한 여름의 더위 속에서 발견한 하루는 일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큰 힘과 위로가 된다. - 에세이 MD 김태희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모월모일, 모과

겨울 고양이
밤이 하도 깊어
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
그의 머플러는 여전히 이상하지만
김밥 예찬
얼지 않은 동태 있나요?
옷, 내가 머무는 작은 공간
밤과 고양이
개의 마음
스무 살 때 만난 택시 기사
어른 여자를 보면?김언희 시인께
시 창작 수업에서 우리가 나누는 말들

하루치 봄
사월
맹추라는 말
하루치 봄
호락호락하지 않은 발전
진딧물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은 그릇
G의 얼굴이 좋았다
카페에서 [로망스] 듣기
봄바람도 구설수에 오를 때가 있다
조용필과 위대한 청춘
믿을 수 없는 일을 믿지 않기
호두 세 알, 초코쿠키 한 개

여름비
목숨 걸고 구경하지 않을 자유
비 오는 날 발레하기
여름엔 감자, 여름엔 옥수수
선생님도 모른단다
그때 내가 낭독한 여름
아는 것 말고 알아주는 것
당신의 귀를 믿어요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여름비
하하하, 오해입니다
웃고 웃고 또 웃네
살 수 없는 것들의 목록
식탁 위에 놓이는 것
시간이 내게 주는 것

오래된 가을
날마다 카페에 간다
책 읽는 자가 누리는 산책
몽당이라는 말
찬란하고 소소한 취미인생
피로가 뭐냐고 묻지 마세요
모든 인간은 자라서 노인이 된다
엄살쟁이를 위한 변명
보통과 특별 사이
오래된 것이 도착했다
내 앞에는 당신의 등이 있다
눈 감고 지나는 가을밤
파주의 기러기들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
이 산문집은 평범한 날을 기리며 썼다.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시간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를 관찰했다. 삶이 일 퍼센트의 찬란과 구십구 퍼센트의 평범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나는 구십구 퍼센트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 p.8

그러나 알다시피, 어른 여자는 흔하지 않다. 어른 남자가 드문 것처럼. 어른이 못 된 여자, 여자라기보다 늙은 어른, 어른이 되기엔 상처가 많은 여자, 여자 따위는 되고 싶지 않은 어른…… 어른 여자로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나는 모르는 게 많아 어른 여자가 못 된 사람. 언제나 될 수 있을까, 진짜 어른 여자는.
--- p.51

보이는 것은 실제와 다르다. 오해는 나 편한 대로 생각하는 것, 생각이 가는 대로 가보자고 떠나는 이기적인 산책이다. 실체를 보지 못하고, 테두리만 볼 때 일어나는 ‘작은 비극’이다.
--- p.146

그때 우리는 우리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음을 몰랐다. 우리는 얼마나 뾰족하고 빛났던가.
청춘은 별안간 끝난다. (…) 그게 누구의 봄이든 봄날은 간다. 그리고 이따금 노래에 실려, 돌아온다.
--- pp.96-97

이건 정말 못 당한다. 좋아서 하는 일. 가끔이지만 이런 수강생을 보면 티내지 않으려 해도 심장이 뛴다. 태어나려나봐, 저 사람, 태어나려는 것 같아. 어쩌지, 태어나면 저 사람 빛날 텐데, 빛나다 어두워지기도 할 텐데, 괴로울 텐데, 행복에 겨울 텐데, 도망치고도 싶을 텐데, 어쩌려고 저러나…… 걱정 반 기대 반.
--- p.55

제 존재를 다 쓰이고 오도카니 누워 있는 몽당연필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 역시 ‘몽당이’로 태어나 ‘몽당이’로 죽는 게 아닐까. 나 역시 날마다 몽당이가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이들면서 키가 조금씩 줄어드니까.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는 ‘몽당사람’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 그게 뭐든 조금씩은 닳고 있다. 시간도 몸도 즐거움의 한계치도. 사랑도 그런 게 있을지 몰라. 흘리고 퍼주고 부비고 쏟아내다 ‘몽당사랑’이 되는 일. 몽당사랑이라니. 왠지 싫다. ‘몽땅 사랑’이라 바꿔 말할까. 나쁘지 않네.
--- p.17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삶이 1퍼센트의 찬란과 99퍼센트의 평범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나는 99퍼센트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것들로 가득한 날들
박연준 시인이 발견한 모월모일의 특별한 평범함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일상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타인과의 접촉은 물론이고, 가급적 말도 섞지 않는 것이 예의인 요즘, 마스크와 에탄올 소독제가 생활의 필수품이 되었고 사람들은 가능한 한 외출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잠깐 집앞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마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때에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모월모일』을 펴낸다. 끔찍한 날도 좋은 날도, 찬란한 날도 울적한 날도, 특별한 날도 평범한 날도 모두 ‘모월모일’이 아닐지.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시간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가 시인 특유의 깊고 섬세한 관찰을 통해 새로이 발굴된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등으로 탄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박연준 시인. 그의 네번째 산문집 『모월모일』은 지금껏 그가 써온 작품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을 소재 삼았다. ‘겨울 고양이’ ‘하루치 봄’ ‘여름비’ ‘오래된 가을’ 총 네 개의 부로 구성된 것에서 알 수 있듯 계절감이 도드라지는 글이 많으며, 그 계절에만 포착되는 풍경과 소리, 맛과 감정들이 읽는 이의 감각을 활짝 열게 한다. 또한 순환하는 계절이 소환하는 과거의 기억과 그것을 바라보는 지금의 ‘나’ 사이의 간극에서 생겨나는 가만한 통찰과 그것을 감싼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문장이 절묘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가 있다. 거기서 모든 특별함이 시작된다. “매일 뜨는 달이 밤의 특별함이듯.”(‘서문’에서)

서문을 지나 만나는 첫번째 글에서 우리는 겨울밤, 얼려놓은 곶감을 종지에 담아 녹을 때까지 기다리는 ‘나’를 만난다. 가만히 앉아 고요한 그 시간을 그대로 누리며 낮에 ‘당신’과 나눈 짧은 대화를 떠올린다. 겨울에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고 회초리처럼 서 있는 게 나무들로선 겨울을 지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거라던 당신의 말. 나무의 태만이라 섣불리 여기고 말았던 것이 최대한 고요해지고자 최선을 다하는 일일 수 있다니, 곰곰 생각에 잠기는 겨울밤. 가만히 그 옆에 앉아 함께 골몰하고 싶어진다.

겨울밤은 야박하지 않다. 길고 길다. 먼 데서 오는 손님처럼 아침은 아직 소식이 없을 것 같으니, 느릿느릿 딴생각을 불러오기에 알맞다. 곶감이 녹으려면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 감을 말릴 생각을 했을까? 말린 감은 웅크린 감처럼 보인다. 누구에게나 웅크릴 시간이 필요하다. 병든 자의 병도 잠든 자의 잠도 자라는 자의 성장도 비밀이 많은 자의 비밀도 겨울밤을 빌어 웅크리다가, 더 깊어질 것이다.
_14쪽, 「밤이 하도 깊어」에서

어느 날은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일곱 살의 나’를 내 앞에 앉혀두는 이야기를 만나기도 한다. “일곱 살의 나는 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을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것이 아직도 붉고 싱싱하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카페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우는 것. “잠잠해지도록, 슬픔을 달래”기 위해. “그도 나이고, 나도 그이”기에.(「조그맣고 딱딱한, 붉은 간처럼 생긴 슬픔」) 불시에 습격하는 건 음악도 못지않다. 대학 시절 친구와 반지하방에 앉아 문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창작시를 비평하며 자주 다투고 치열했던 기억을 불러온 건 조용필의 노래 [Q]이다.

그 작은 방에서, 우리는 스물셋이었다. 벽에 기대앉아 목이 터져라 부르던 노래가 [Q]다. (…) 그때 우리는 우리가 청춘의 한복판에 있음을 몰랐다. 우리는 얼마나 뾰족하고 빛났던가. 청춘은 별안간 끝난다. (…) 그게 누구의 봄이든 봄날은 간다. 그리고 이따금 노래에 실려, 돌아온다.
_95~97쪽, 「조용필과 위대한 청춘」에서

읽는 이의 마음을 특히 충만하게 하는 것은 ‘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들어!’ 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아끼는 대목들일 것이다. 남편과 다툰 뒤 감정에 휘말려 일상을 내팽개치지 않고 할 일을 잘 마친 뒤 짐을 싸 홀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 낯선 도시를 혼자 걷고 현재를 부정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볼 줄 알게 된 나에 대한 긍정. 그 여유가 나와 타인의 관계 또한 건강하게 하리라.

둘이 되지 못해 안달인 시간이 있는가 하면 혼자이지 못해 누추해지는 시간도 있다. 인간에겐 햇빛, 음식, 타인의 사랑만큼이나 ‘혼자인 시간’ 역시 필요한 법. 지금 당신도 멀리서, 나처럼 혼자일 거라 생각하니 그조차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좋아도 오래 붙어 있다보면 종종 상대의 빛을 보지 못한다. 혼자일 때 빛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둘이 될 때, 내 빛남으로 당신을 돌볼 수 있도록. 그 반대가 되어선 곤란하다.
_73쪽, 「호락호락하지 않은 발전」에서

‘안마기’를 ‘당나귀’로 알아듣고, 생선가게에서 ‘얼지 않은 동태’를 찾기도 하고, 벚꽃 흩날리는 풍경 앞에서 ‘장관’ 대신 ‘가관’을 외치기도 하지만 그런 스스로가 재미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박연준 시인. 그는 “이제 겨우 말할 수 있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 이걸 깨닫는 데 사십 년이나 걸리다니! 당신이 나보다는 좀더 빨리, 자신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자신을 좋아하면서 아닌 척 딴청을 피우는 시간, 스스로를 괴롭히는 시간을 멀리 내다버렸으면 좋겠다”(‘서문’에서)며 자신의 좌충우돌과 시행착오를 진솔하고 유머러스하게 고백한다.

작가는 산문집을 엮는 동안 내내 ‘모과’를 생각했다고 한다. 딱히 예쁘다고 하기엔 조금 모자란 울퉁불퉁한 과일. 향을 맡고, 손에 쥐어보고, 무게도 가늠해보고, 모과 한 알로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도 있을 테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두고 보기만 할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런 모과 한 알이 평범한 하루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모월모일의 모과’ 같은 오십 편의 글이 쉽지 않은 매일을 보내고 있을 독자들에게 기분좋은 위로가 되리라 기대한다.

표지에 쓴 사진은 구본창 사진작가의 ‘비누’ 연작 가운데 하나, [Soap 20](2004)이다. 작가가 매일 세수하고 손 씻으며 쓰다 남은 비누를 수집, 촬영한 작품으로 마치 어여쁜 자갈 혹은 근사한 추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가고 손길이 닿은 만큼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닳고 작아진 비누를, 박연준 시인이 고른 모과 한 알과 함께 독자에게 보내고 싶다.

회원리뷰 (27건) 리뷰 총점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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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모월모일의 모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초* | 2020.04.06 | 추천15 | 댓글14 리뷰제목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건 두려움 때문이다. 잃을 것과 얻을 것 사이에서 시소를 타며, 이 시소에서 내려오기를 겁내기 때문이다.’(109쪽) 책을 읽어가다 만난 한 구절에 눈길이 멎는다.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때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 일을 나는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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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건 두려움 때문이다. 잃을 것과 얻을 것 사이에서 시소를 타며, 이 시소에서 내려오기를 겁내기 때문이다.’(109쪽) 책을 읽어가다 만난 한 구절에 눈길이 멎는다.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때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 일을 나는 왜 이렇게 끈질기게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곤 한다. 흔히 은퇴를 하고서 그동안 자신이 못했던 것들을 한다는 생각아래 한 3년 마음대로 하다보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고들 말한다. 처음에 생각했던 일상의 여유로움도 사라지면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회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다시 찾아 나서기도 한다는 말을 선배들에게 들었을 때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뜬금없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일을 그만둔 지 3년이 다되어간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비록 잃을 것과 얻을 것 사이에서 시소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나를 본다는 것은 결코 마음 편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몸과 마음에 수십 년 동안 각인되어 있던 ‘일’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러한 잡념이 생각나지 않도록 무엇이 되었든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면서까지 일을 찾아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할 일이 없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박연준 시인의 글은 일전에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로 만난 적이 있다. 시인의 시집을 읽어본 적은 없고, 시인이 남편과 함께 쓴 수필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에 시인에 대한 호불호는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책은 [모월모일]이라는 산문집의 제목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되었다. 모월모일이란 우리가 살아가는데 아무런 특별함이 없는 일상의 나날들을 의미하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우리는 흔히 살아가면서 많은 날들에 의미두기를 한다. 자신만의 특별했던 날들을 기념하기 위하여 또는 잊지 않기 위하여 마음속에 새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미를 부여한 날들보다도 더 많은 평범한 날들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런 평범한 날들을 기리며 쓴 산문이라고 한다.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시간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를 관찰했다고 한다.

 

시인은 겨울, 봄, 여름, 가을을 소재로 삼아 그 계절의 풍경과 소리, 맛, 감정 들이 소환하는 기억과 지금의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적고 있다. 그녀의 글을 읽어가면서 나 또한 아련하거나 혹은 서글펐던 과거의 기억들을 소환해본다. 지금의 생각으로는 어떤 의미를 둘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저 평범한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평범함’의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청명한 봄날의 아침 하늘을 바라보면서, 혹은 한낮의 봄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이러한 것들 모두가 봄날의 평범함이라 생각하기도 하다가 봄날만이 가지는 특별함이란 느낌을 갖기도 한다. 그래보았자 어차피 기억 속에서는 수많은 모월모일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시인은 이 글들을 쓰는 내내 모과를 생각했다고 한다. 나에게도 모과하면 생각나는 특별한 기억이 있기에 반가웠다. 예전에 마지막 근무지였던 공장의 정원에 공장의 나이와 같은 수십 년 된 모과나무 몇 그루가 있었다. 어느 것도 같지 않은 저마다의 울퉁불퉁한 모습을 가지고서 가을이 되면 오직 노랗다는 것 하나만을 공통으로 가졌던 모과를 처음 보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라,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마당 한쪽에도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심은 모과나무 한 그루가 있다. 공장에 모과나무를 처음 심었을 때 나는 풋풋한 신입사원이었다. 공장을 준공하고 정원을 조성하면서 심었다는 그 나무가 모과나무인줄은 몰랐었다. 세월이 흐르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공장근무를 위해 부임해 간 시기가 가을이었다. 정원의 오래된 나무에 달려있던 노란 모과를 처음 본 순간 알 수 없는 감흥을 느꼈었다. 한동안 아침에 출근하면서 모과나무 아래에서 모과를 바라보는 것이 일과가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이번에는 집 마당의 모과나무에 달린 모과를 보면서 그 감흥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한 알, 한 알 각기 다른 모과들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모든 모과가 노랗듯 똑같은 날들이지만, 서로 같은 것이 없듯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일상을 생각했던 것 같다. 시인이 쓴 모월모일의 모과를 읽으면서 이 책의 제목이 왜 [모월모일]이었는지, 내 기억 속의 모과가 무엇을 뜻했는지를 비로소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인의 글들은 이처럼 평범함 속의 특별함, 특별함 속의 평범함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들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든다. 오늘 또한 수많은 모월모일 중의 하루이지만 삶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이제 새잎이 돋아나기 시작한 모과나무 앞에서 노란 모과를 상상하며 오늘 하루도 견뎌내야겠다.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댓글 14
구매 당신의 '숲'이 되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어**자 | 2020.06.04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모월모일: 어느 달, 어느 날. 제목이 참 예쁘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서문을 읽자마자 이건 대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 대작이다. 이건 내 인생책이 될 것이다. 이걸 바로 감이라고 하는 걸까. 대작의 향이 솔솔 났다. 서문에서부터 감동을 받으면 열에;
리뷰제목

모월모일: 어느 달, 어느 날. 제목이 참 예쁘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서문을 읽자마자 이건 대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날은 작고 가볍고 공평하다. 해와 달이 하나씩 있고, 내가 나로 오롯이 서 있는 하루. 대작이다. 이건 내 인생책이 될 것이다. 이걸 바로 감이라고 하는 걸까. 대작의 향이 솔솔 났다. 서문에서부터 감동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정말 내 취향이었는데, 오, <모월모일>. 기대됐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빛나고 싶은 적 많았으나 빛나지 못한 순간들, 그 안에 깃든 범상한 일들과 마음의 무늬를 관찰했다. 내가 지금 빛나고 싶은데 빛나지 못하는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 더 공감되었던 부분. 평범함 속 깃든 범상한 일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하며.


삶이 일 퍼센트의 찬란과 구십구 퍼센트의 평범으로 이루어진 거라면, 나는 구십구 퍼센트의 평범을 사랑하기로 했다. 작은 신비가 숨어 있는 아무 날이 내 것이란 것을, 모과가 알려주었다. 내 평생의 모월모일은 모과라는 것을. 아, 박연준 시인의 사인 앞에 그려져 있던 그 작은 과일, 그게 모과였구나. 기억을 좀 더듬고 나서야 모과를 기억할 수 있었다. 언젠가 식탁 한구석에 놓여 향기를 내뿜은, 그 모과를. 평범함은 특별하다. 우리가 그 속에서 숨은 모과를 발견하기만 한다면 평범이 특별함이다. 이 책을 통해서 각자만의 모과를 찾을 수 있게 되길.


시간을 보냈죠. 일도 없이. 밤이 흐르는 것을 보았어요. 어떤 시간은 그저 ‘흘러보내는 것’이 최선임을, 나무 아래에서 알았죠. 바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는, 깨달음을 주는 나무, 그리고 자연. 이번 봄에는 그러질 못해 매주 꽃을 샀었다. 아, 삶에도 자연 총량의 법칙, 뭐 이런 비슷한 게 존재하는구나. 청춘은 별안간 끝난다. 그게 누구의 봄이든 봄날은 간다. 그리고 이따금 노래에 실려, 돌아온다. 내 청춘이 담긴 장소는, 책은, 노래는 무엇일까? 그게 <모월모일>이었으면. 박연준 시인의 글이었으면.

숲을 베어 작은 종이 묶음으로 만든 책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게서 다시 숲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생각났다. 내가 <모월모일>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숲이 되었다. ‘숲’은 포근하다. ‘숲’은 숨을 돌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숲’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에 끌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마음의 산책, 방구석 세계여행.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내 기준 타임머신. 나에게 ‘숲’이 되어주는 책들 목록에 <모월모일>을 넣어야지. 당신에게 ‘숲’이 되어준 책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박연준 시인을 스토킹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던 <소란>과 달리 <모월모일>은 정말 좋았다.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읽다 멈추고 가만히 생각해봤다. 둘의 큰 차이는 형식과 자유로움, 이 둘이라고 생각되는데 난 아무래도 도전보다는 안주를 선택하는 편이라-최애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좀 더 내 눈에 익숙한, 많이 읽어온 형식의 <모월모일>에 끌리지 않았을까 싶다. <소란>은 정말 일기장처럼 자유로워서. 가리는 것도, 숨기는 것도 없이. 박연준 시인의 민낯을 보는 것처럼. 그것도 초면에!

<모월모일>을 읽고 <소란>을 읽었더라면, 박연준 시인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자유로운,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그대로를 읽을 수 있었을까. 그릇이 넓어진 걸 느낀다. 아, 이 책 한 권이 나를 이렇게도 바꿀 수 있구나. 이게 글의 힘이구나. 포용하고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는데, 그 영역이 넓어졌음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내 그릇은 탄성력이 있어서)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박연준 시인의 글만큼은 포용할 수 있었으면. 그의 일기도 소장할 수 있을 만큼!


박연준 시인의 <모월모일>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느낄 수 있었다. 반기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이번 봄이 너무나도 아쉬워 봄 글만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왜 시인이 자신의 모월모일을 모과에 비유했을까 생각해봤다. 이중적인 의미가 있겠지만, 탁자 위의 모과가 건조한 집에 향기를 불어넣듯, 그의 <모월모일>은 내 삶에 싱싱함을 더해줬다. 그래서 나의 모월모일은 향기롭다. <모월모일>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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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포토리뷰 모월모일_박연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j*********0 | 2020.04.01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끔찍한 날도 좋은 날도 모월 모일이다. 풀밭 아무 곳에나 떨어져 있는 모과 한 알이 내 하루였다.”<소란>을 읽고 푹 빠져 버린 박연준 작가님의 신작 산문집 <모월모일>. 역시나 이번에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모든 독서는 이야기를 훔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나를 죽어라 따라온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_ 라는 말처럼, 박연준 작가의 모든 문장들은 머릿;
리뷰제목
“끔찍한 날도 좋은 날도 모월 모일이다. 풀밭 아무 곳에나 떨어져 있는 모과 한 알이 내 하루였다.”

<소란>을 읽고 푹 빠져 버린 박연준 작가님의 신작 산문집 <모월모일>. 역시나 이번에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모든 독서는 이야기를 훔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는 나를 죽어라 따라온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_ 라는 말처럼, 박연준 작가의 모든 문장들은 머릿속에 자꾸 맴돌며 나를 따라온다. 책 속에 담긴 문장들을 훔치고 싶어 공책에 필사한 문장만 몇 문장인지.. 책에 적힌 모든 문장들이 가슴을 후벼파고심장을 푹 찌르고 뒷목을 간지럽히는 기분이다. (응...? 뭐라는 거지) 뭐라 표현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을 정도로 난 박연준 작가의 문장들이 좋다. 이것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박연준 작가와 상당히 잘 맞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짝사랑하는 거겠지만.

어디론가 여행을 홀로 떠날 때, 단 한권의 책을 들고갈 수 있다면 그 책은 무조건 박연준 작가의 책이 될 것 같다. 언제 읽어도 따뜻하게 와닿을 것 같고, 읽을 때마다 색다르게 다가올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고 외식도 했던, 그리운 나의 원래의 일상들도 나의 하루고, 요즘처럼 집에서 지내는 날들도 나의 하루고. 특별하든, 평범하든 그저 그런 날도 몽땅 다 아껴주고 싶게 만드는 그런 글. 두고두고 계속 읽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하다.

아껴 읽고 싶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게 해주는 책. 박연준 작가님의 모든 책들을 읽고 싶다. 조만간 또 다른 책을 주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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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3건) 한줄평 총점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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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아껴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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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2020.07.26
구매 평점5점
좋아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i***a | 2021.07.23
구매 평점5점
최고야 박연준시인님 아껴가며 읽느라 혼났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r****2 |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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