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6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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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590g | 140*210*30mm |
ISBN13 | 9788952240569 |
ISBN10 | 8952240561 |
발행일 | 2019년 06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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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64쪽 | 590g | 140*210*30mm |
ISBN13 | 9788952240569 |
ISBN10 | 8952240561 |
1부 습지 프롤로그 | 1. 엄마 | 2. 조디 | 3. 체이스 | 4. 학교 | 5. 수사 | 6. 보트와 소년 | 7. 낚시의 계절 | 8. 네거티브 데이터 | 9. 점핑 | 10. 다만 바람에 나부끼는 풀잎 | 11. 홍합 따기 | 12. 푼돈과 그리츠 | 13. 깃털 선물 | 14. 빨간 섬유 | 15. 게임 | 16. 책을 읽다 | 17. 경계를 넘어서 | 18. 하얀 카누 | 19. 심상치 않은 일 | 20. 7월 4일 | 21. 쿠프 2부 늪 22. 변함없는 조수 | 23. 조개껍데기 | 24. 소방망루 | 25. 패티 러브의 방문 | 26. 해변의 보트 | 27. 호그마운틴로드에서 | 28. 새우잡이 | 29. 해초 | 30. 이안류 | 31. 책 | 32. 알리바이 | 33. 흉터 | 34. 판잣집 수색 | 35. 나침반 | 36. 여우 덫 | 37. 회색 상어 | 38. 선데이 저스티스 | 39. 우연한 만남, 체이스 | 40. 사이프러스코브 | 41. 사슴 무리 | 42. 감방 | 43. 현미경 | 44. 감방 동무 | 45. 빨간 모자 | 46. 세상의 왕 | 47. 전문가 | 48. 여행 | 49. 변장 | 50. 일기 | 51. 그믐달 | 52. 스리 마운틴스 모텔 | 53. 잃어버린 사슬 | 54. 반대라도 마찬가지 | 55. 풀꽃 | 56. 붉은해오라기 | 57. 반딧불이 |
나의 책장은 네트워크의 바다를 여기저기 표류하다 어디선가 만난 책들로 가득 차 있다. 한 권을 꺼내 읽으면 곧 또 다른 책 한 권을 넣어놓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읽지 못하고 고이 넣어 둔 책들이 여전히 많다. 그중 이번에는 델리아 오언스 작가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꺼내 들었다. 최근에 넷플릭스 구독을 다시 재개했는데, 보고 싶은 영상 목록을 짜 내려가다 우연히 책과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발견한 것이 두껍고 지루해 보여 한참을 책장 속에 처박아 두던 이 책을 꺼내게 된 이유였다.
영화는 시각과 청각으로 짠 정보를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나는 원작 소설이 있는 경우 책을 먼저 읽는 편을 선호한다. 부드러운 물결처럼 이어지는 문장을 타고 흐르며 나만이 상상할 수 있는 시선으로 작가가 그려내는 다양한 풍경을 재현하는 것은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먼저 보게 되면 책을 읽을 때 좀 더 선명한 풍경을 그릴 수 있어 편하지만, 그렇게 되면 눈앞에 놓인 단 하나의 길에만 집중하게 되어 수풀 속에 숨겨진 다른 오솔길들을 찾아낼 수 없게 된다. 하루빨리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그전에 원작을 전부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책은 너무 두꺼웠고, 나는 습지에는 별로 큰 관심이 없었으므로.
하지만 책의 첫 장부터 나는 압도당했다. 작가의 문장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습지와 자연을 묘사하는 모든 문장이 내가 지금껏 본 문장보다도 훨씬 섬세하고 독창적이었다. 문장이 아무리 길게 늘어져도 그 끝까지 따라가는 길은 급류를 타는 것처럼 쉬웠으며, 문장의 온점에는 늘 마음에 깊이 와닿는 습지의 풍경이 머물러 있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습지를 사랑하는구나,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왔기에 습지의 속속들이를 이렇게 부드러운 방식으로 그려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서사며 구성 또한 전부 훌륭했다. 중간에 남자와 사랑에 관한 내용이 한참 이어졌을 때엔 이러다 십 대 로맨스 소설 - 예를 들면 트와일라잇 같은 - 쪽으로 흘러가는 것 아닌가 싶어 살짝 흥미가 떨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사랑만을 좇느라 중요한 것을 전부 던져버리고 끝내 진부한 결말로 향하는 그런 가슴 아픈 전철을 밟지 않는다. 사랑은 카야의 삶을 구성하는 일부였으며 카야가 사랑에 압도당하지 않고 그 외의 것들, 특히 자연에 집중하는 모습은 그가 입체적인 캐릭터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카야가 버림받은 습지의 소녀에서 자연과 가장 가까운 습지의 생태학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내내 즐거웠다. 모두에게 버림받아 세상의 변두리로 내몰려야 했던 사람이 결국 스스로 빛을 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건 감동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로맨스와 성장만이 주가 아닌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이야기는 바클리코브 마을의 쿼터백으로 - 혹은 바람둥이 난봉꾼으로 - 유명한 체이스가 소방망루 아래 늪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며 시작되는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다. 마지막에 해당 사건의 가해자로 기소된 카야를 두고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이 펼쳐지는데, 서로 주고받는 주장과 반박이 무척 탄탄해서 놀랐다. 로맨스와 스릴, 그리고 추리가 뒤섞여 나아가는데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서로 잘 어우러져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카야라는 인물도 마음에 든다. 어릴 적 가족이 그를 전부 떠나고 홀로 습지에 남겨져 자연의 삶을 따르고 배우느라 자연의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 종잡을 수 없는 사람. 다른 사람들처럼 원초적인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야 했으며 어쩔 때는 더욱 깊은 고독 속에서 몸부림쳤지만, 무엇을 사랑하든 온 힘을 다해 사랑한 사람. 거짓된 사랑에 속아 평생을 고통받은 엄마의 전철을 밟지 않고, 엄마 대신 자연이 가르쳐 준 방식으로 약자의 삶의 굴레를 끊어버린 그 강단과 절실함. 결국 진심을 다해 사랑한 테이트와 함께 자신을 보듬어 준 습지에서 끝을 맞이했던 여자. 이 이야기야말로, 그리고 카야야말로 행복한 결말을 누릴 자격이 있으리라.
마지막 페이지를 끝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많고 많은 평범한 소설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할 일이 많아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지만, 책에 대한 감상이 식기 전에 빨리 문장을 써 내려가고 싶었다. 그만큼 이 책이 내게 준, 살아 움직이는 박동은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지 않고 책에 대해서만 쓰고 싶지도 않았다. 책을 읽으며 무한한 상상을 누렸으니 이제 영화를 보며 누군가가 이를 읽고 그린 특정한 세계를 탐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할 일도 미뤄둔 채 2시간짜리 영화를 한자리에서 전부 봤다.
영화는 특히 카야를 맡은 배우 데이지의 연기가 섬세해서 좋았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카야의 깊은 감정의 파도가 화면을 통해 온전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상상만 하던 습지의 부분부분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넓디넓은 미국의 습지를 제대로 상상해 내기 어려우니까. 이런 것들은 책보다 더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역시 책은 수백의 섬세한 문장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엮어내기 때문에 담고 있는 내용이 더 많고 느낄 수 있는 감정도 더욱 풍부하다. 느릿하고 자세해서 좋았던 카야의 어린 시절과 감정선의 변화가 영화에서는 많이 생략되어 아쉬웠다.
하지만 그 압도적인 습지의 풍경, 기러기들의 낙하, 그리고 카야의 깊은 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엔 아까울 것이다. 원작과 비교해서 아쉽다 말할 뿐이지, 내용을 전부 알고 있음에도 영화를 보며 단 한순간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걸 보면 나는 정말 재미있게 감상한 게 틀림없다. 2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마법은 아무나 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이 작품은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를 봐야만 한다. 이왕이면 원작 소설을 먼저. 습지의 물길을 따라 상상의 나래를 펼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자.
눈길을 끄는 표지를 보고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표지를 선택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 이미지를 줄까 고민하는 것이리라. 또한 한 장의 포스터 때문에 영화를 보기도 한다. 수많은 이유와 핑계가 존재하지만, 그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소설은 영화 포스터 때문에 읽게 되었다. 영화 소개를 보고는 원작 소설이 궁금했다. 궁금함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너무 빨리 읽어버렸다.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원작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소설과 진행이 같아서 소설을 두 번째 읽는 듯 선명하게 다가왔다. 또한 궁금했던 습지의 장면이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 감탄하며 보았다. 영화 매체가 가진 매력이 한껏 돋보였다.
영화와 소설의 시작이 같다. 습지 속 늪의 한구석, 체이스 앤드루스가 시체로 발견되었다. 소방망루에서 떨어진 거로 보였다. 체이스와 가까웠던 습지 소녀 카야가 용의자로 떠오른다. 1969년의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과 1952년의 어린 카야네 가족의 상황이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행복했던 기억을 뒤로 하고 엄마가 떠나던 날 아침, 뒤돌아보길 기다렸으나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던 엄마처럼 언니들과 오빠들이 하나둘 집을 떠났다. 술에 취하면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때리는 아빠 곁에 어린 카야 만을 남겨두었다. 얼마 뒤 아빠마저 사라지고 카야는 황무지의 습지에 남겨졌다. 습지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했던 카야는 보트를 타고 나가 홍합이나 굴을 따 흑인 점핑의 가게에서 먹을 것과 바꾸었다.
소설과 영화의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떠난 습지의 판잣집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카야가 안타까웠다. 카야는 방문자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숨겼으나 새의 깃털을 가져다주는 테이트로 인해 마음을 열었다. 글을 가르쳐주고 자연과학과 생물학에 관심을 두는 카야에게 책을 가져다주며 조개와 새의 표본과 그 과정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게 했다. 카야는 자연사박물관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품이 많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습지 쓰레기라 불리며 무시와 멸시를 당했다. 어느 상황에서건 돕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갈린다. 카야에게도 그랬다. 카야를 위해 변호를 해주겠다는 톰 밀턴과 아무도 몰래 감방에 고양이를 넣어주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습지에 홀로 사는 소녀의 성장과 사랑,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 형식을 취하면서 자연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
보트로 습지를 가로지르는 장면은 꽤 아름답다. 한 손으로 보트를 조종하며 몸을 숨길 수도 있는 습지의 세계. 습지를 지키는 사람과 습지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 인해 오늘의 습지가 유지되는 것이리라. 습지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자연의 보고다. 습지에서도 삶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게 인간의 삶이든, 동물의 삶이든.
얇지 않은 책임에도 흡인력이 좋아 금세 읽는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중간에서 멈출 수 없다. 영화 또한 러닝타임 2시간임에도 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언어의 세계, 자연의 아름다움,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리는 외로움에 지친 한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마음이 이해되어서, 테이트를 잃고 체이스를 기다렸던 그 마음이 이해되어서 안타까웠다.
신분과 차별이 존재하는 시대였다. 습지 소녀라고 무시하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하여 멸시하는 시대였다. 가족이 없는 카야에게 아버지가 되어준 점핑의 친절, 그 작은 친절과 배려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 된다. 마음이 외로울 때 이 작품을 읽었으면 좋겠다. 소설을 읽었다면 영화도 꼭 함께 보길 권한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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