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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의 결말을 향해 달리는 미스터리 스릴러
정해연 신작 스릴러. 소설은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장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마침내 도달한 그 끝에서 독자들은 예상한 경로를 벗어나 마주하게 된 낯선 풍경에 속수무책 사로잡히고 말 것이다.
2021.08.03.
소설/시 P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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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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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는 모든 것을 잊은 듯 잠잠해졌다. 바람이 불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엉망으로 자라난 풀들이 부딪치며 자극적인 소리를 냈다. 준후는 어깨를 흠칫 떨었다. 뒤돌아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곳에서 생명을 가진 것은 그가 유일했다.
--- p.8 다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가느라 전화벨 소리도 듣지 못하는 건가. 분명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들을 하며 교무실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교무실 문손잡이를 잡은 채로 그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반사적으로 손잡이를 놓고는 뒷걸음질 쳐 중앙 계단 위쪽을 올려다보았다. --- p.23 강치수는 박인재에게 물건들을 한번 살펴보라고 지시한 뒤 책장 앞에 앉았다. 책장 벽면에 프린터로 조잡하게 인쇄한 사진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강 위에 떠 있는 홍학 사진이었다. 놀랄 만큼 큰 홍학들이 분홍빛 자태를 뽐내며 무리 지어 있었다. 날개를 활짝 편 사진과 먹이를 먹으려는 듯 강물에 부리를 넣고 있는 사진도 있었다. 다른 한 장의 사진에서는 홍학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 p.74 자신이 의심을 피할 수만 있다면, 다현과 자신의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다현에게는 미안하지만 범인이 잡히지 않아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알고 싶었다. 다현은 어떻게 죽었는가. 차라리 즉사했다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 p.1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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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스터리 사상 전무후무할 반전!
상식을 깨부수는 결말의 기준이 된 『홍학의 자리』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 『홍학의 자리』는 한 남자가 시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호수가 다현의 몸을 삼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문장으로 끝나는 프롤로그는, 독자의 호기심을 극도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평범한 문장만으로 일상에 극도의 긴장을 불어넣는 작가 정해연은 2012년에 데뷔한 이후, 로맨스와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들며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진해왔다. 작가의 압도적인 장점은 누구나 궁금해할 만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다. 『홍학의 자리』는 그런 그의 장점이 최고조에 달한 작품으로, 펼치는 순간 이야기가 독자를 붙든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경이로운 흡입력을 지녔다.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총 21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소설은 매 장면마다 놀라운 전개를 보이며 다음 장을 펼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정도로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특히나 차근차근 쌓아 올려 절정의 순간 터지는 클라이맥스의 진상은 한국 미스터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반전이 분명하다. 하지만 『홍학의 자리』는 단순히 반전 하나만을 바라보고 치닫는 ‘반전 미스터리’가 아니다. 그 반전이 빛나는 것은 짜임새 있는 플롯과 완성도 높은 캐릭터가 모여 이야기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반전은 충격적일 만큼 놀랍지만 그걸 빼고서도 이야기가 남기는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스릴러 작가로서 정해연 작가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곧바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