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07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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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0쪽 | 490g | 130*203*30mm |
ISBN13 | 9788952736253 |
ISBN10 | 8952736257 |
발행일 | 2019년 07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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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0쪽 | 490g | 130*203*30mm |
ISBN13 | 9788952736253 |
ISBN10 | 8952736257 |
프롤로그 제1장 유괴 제2장 살인 제3장 두 번째 유괴 제4장 살인의 날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작가 후기 |
20대에 로맨스를 쓰다 스릴러로 전향해 한국 스릴러의 대표 작가로 발돋움하는 정해연 작가의 『유괴의 날』을 만났다. 천재소녀 로희와 이 소녀를 유괴한 어설픈 유괴범 명준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1989년 24살의 어떤 남자는 병원의 실수로 죽은 부인과 아기에 대한 분노로 병원을 찾아가 원장에게 복수하려다 실수로 원장의 딸에게 상해를 입히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는 장면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19년 명준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딸의 치료비를 위해 부잣집 딸인 11살 로희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납치 전 아이가 사는 동네를 둘러보다 갑자기 집에서 뛰쳐나온 아이를 차로 치는데 그 애가 바로 로희였다. 명준은 전처이며 딸의 친모인 혜은이 세운 이 납치 계획을 처음엔 거부하다 딸을 살리기 위해 납치를 실행하기로 한다. 의식을 잃은 로희를 그대로 차에 태워 데려오고 깨어난 아이는 기억상실증을 보인다. 로희에게 일단 자신이 아빠라고 둘러대지만, 천재소녀인 로희는 이 어리숙한 명준에게 어른에 대한 일말의 공경심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시하며 하대하고 명령투의 말을 서슴없이 한다. 딸의 상태는 나빠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희의 부모가 살해당한 채 발견되면서 CCTV에 로희를 데리고 간 명준이 살해 용의자이자 납치범으로 쫓기게 된다. 누군가 딸의 병원비를 명준의 이름으로 지불해서 명준은 이 살인사건의 범인은 은혜일 거로 생각한다.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고 본인이 유괴된 것임을 알게 된 로희는 명준이 미웠지만, 그가 따뜻한 사람임을 알기에 그가 자신을 보호해준 것으로 진술하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동안 자신의 딸 희애에게 일말의 책임감조차 느끼지 못했던 혜은을 원망했던 명준은 혜은이 에이즈에 걸렸기에 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집을 나왔다는 말을 듣고 그녀에 대한 원망을 내려놓는다. 로희의 부모님의 살인 사건과 관련되어 CCTV 설치 업체 직원이 또 다른 용의자로 떠오르며 사건의 진범은 쉽게 밝혀지지 않는다. 게다가 로희의 아버지가 집에서 불법적인 실험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로희를 둘러싸고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된다. 이 유괴와 살인 사건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사건의 실체를 향해 간다.
너무 착한 유괴범과 너무 똑똑한 유괴된 아이의 상반된 행동에 미스터리물답지 않게 웃음을 자아내고 거듭되는 반전의 반전은 이 책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명준과 로희의 어색한 조합이 주는 묘한 매력과 함께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도 있어 가족극의 색채도 띠고, 로희라는 인물 때문인지 청소년 문학 같은 느낌에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느꼈다. 사실 정해연 작가의 『홍학의 자리』를 지인들이 추천해서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다가 대출된 상태라 대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 선택한 책이 『유괴의 날』이다. 읽고 싶었던 책의 차선책으로 고른 책이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정해연 작가의 책을 다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명준같이 착한 사람은 한없이 착하고 또 악한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악함을 보여주지만, 이 책의 매력은 명준과 로희가 서로에게 주는 따뜻함이었다.
여름은 장르 소설을 읽기 좋은 계절이다. 읽다 보면 더위도 시간도 잊게 된다. 그것이 정해연의 소설이라면 더욱이.
가상 도시 영인시, 그중에서도 부촌인 은파동의 밤길을 명준이 차를 몰고 가고 있었다. 전처와 통화에 방심한 사이 느닷없이 나타난 한 소녀와 부딪힌다. 우연히도 그 소녀는 유괴하려던 로희. 명준은 로희를 차에 태운 채 얼른 동네를 벗어난다.
명준의 집에서 깨어난 로희는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는 명준은 얼떨결에 자신이 아빠라고 한다. 로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배고프다며 밥을 차려달라더니 부잣집 소녀다운(?) 투정을 부린다. 그런 로희의 요구를 아빠 답게 명준은 일일히 다 받아준다.
유괴의 목적은 돈. 아픈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려면 하루바삐 접촉을 해야 하는데 로희의 부모는 도무지 통화가 되지 않는다. 몸이 단 명준은 로희의 집으로 찾아가는데, 이게 웬일 그집에서 시체 두 구가 실려나오고 있다. 유괴범에 살인범 누명까지 뒤집어 쓰게 된 명준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1장 유괴의 날은 코미디를 보는 듯 하다. 주인공 명준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이지만 로희의 대사를 듣고 있자니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초반부터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도일까 아님 명준의 착한(?) 성정을 극대화하긴 위한 장치일까. 케미 돋는 이 둘의 만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장 살인에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오른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은 범인의 단서를 하나씩 흘리며 추리 수수께끼를 한다. 초반에는 이 책도 그런 구도를 충실히 따른다. 검도를 배운 로희, 살인전과가 있는 명준 등 누가 범인이어도 무방할 만큼 모두에게 의심의 시선을 분산시켜 놓는다. r그런데 중반에 이르자 아예 이 사람이 범인이요 하며 한 인물을 등장시킨다. 누구나 유추가능한 범인, 프롤로그 속 그 남자를. 동시에 이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3장 두 번째 유괴와 4장 살인의 날은 형사 상윤이 범인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잃었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의 로희도 대한민국 0.01% 천재다운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에 다다를 때쯤 저자의 맥거핀에 당했음에 놀라고 '프롤로그 속에 깔아두었던 밑밥을 이렇게 회수하는구나' 하며 감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명준에게 내려진 단호한 처벌과 작은 배려는 작금의 현실과 대조적이라 인상깊었다.
저자가 강조한 '왜'는 결국 <유괴의 날>의 사회파 소설임을 밝힌다. 의학연구 속 생명윤리와 대리수술 문제가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한다. 더불어 철저히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과 물질만능주의, 승자독식 사회를 비판한다. 특히 개인을 철저히 감시하는 CCTV가 많은 지역일수록 부촌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실제여서 조소를 짓게 한다. 무엇이 빅브라더 사회를 회귀하게 만드는가.
프롤로그는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어둡고 어려운 이야기가 초반의 책장을 넘기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가며 프롤로그 속 상황이 이해가 되며 퍼즐이 하나둘씩 끼워맞춰지자 그 때부터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에필로그 2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더욱 여운이 남는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니, 애초에 유괴범이 이렇게 사정사정하는 것이 현실인 거냐. (63p)
정해연 작가의 [구원의 날]을 읽었다. 쫄깃한 한국형 맞춤 미스터리였다.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가 자신의 일상을 버리고 오직 아이만 찾는다는 이야기. 그러다가 아이의 실종에 관한 비밀이 밝혀진다는 이야기는 아이가 없는 나까지도 공감하게 만들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러니 같은 작가의 [유괴의 날]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정통 미스터리 형식으로 전개되었던 구원의 날과는 달리 유괴의 날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분명 절박함에 몰린 한 남자가 한 아이를 유괴를 한다. 그 과정부터 순탄치가 않다.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이가 튀어나와서 자신의 차에 부딪힌다.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으니 일단 차에 태운다. 유괴하는 마당에 사고가 났다고 병원에 데려갈 수는 없으니 그대로 집으로 향한다. 어딘가 조금 모자라 보이는 유괴범이다.
피해자가 유괴범에게 계속 납치된 채로 도망 다녀달라고 하는 이 황당한 상황 말이다. (184p)
그에 비하면 유괴를 당한 아이는 어떤가. 분명 열한 살의 나이인데 말하는 것이 당돌하다.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안다면 당황하고 울기라도 해야 할 터인데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것을 남자에게 요구한다. 물론 그 남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묻는 것도 잊지 않는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쓰는 것은 또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인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하인 부리듯이 마구 내뱉는 말이 불편하다. 그럴지라도 이 남자 그에 대해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는 이 아이를 조건으로 내세워서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정말로 살려야 할 딸아이가 있다.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가 없어서 쫓겨날 지경인 아이. 자신의 딸을 위해 남의 딸을 데려온 것이다.
구원의 날과 비슷한 면도 물론 있다. 자신의 아이 대신 남의 아이를 데려온다는 설정이 그러하다. 아이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남의 아이를 아무런 말이 없이 데려온다는 것은 유괴에 해당한다. 범죄인 것이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부모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아이를 유괴하는 사람들은 그 아이의 부모의 심정에 대해서 알기라도 하는 걸까.
아이의 맹랑함 때문인지 몰라도 이야기는 유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조금은 유쾌하다.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준다. 분명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유괴사건이 일어나고 경찰들이 쫓고 쫓기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이 작가가 이 남자의 설정을 이렇게 해 놓은 이유가 아닐까. 심각한 상황에서 위트를 주려고 말이다. 머리카락이 짧아 흡사 남자같은 여자아이와 한 남자. 그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한 집으로 향하고 있다. 이 심각하지 않은 듯 심각한 상황의 종말은 어떻게 될까. 그들에게도 구원의 날이 다가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