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4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400g | 128*188*23mm |
ISBN13 | 9788936434496 |
ISBN10 | 8936434497 |
발행일 | 2021년 04월 15일 |
---|---|
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400g | 128*188*23mm |
ISBN13 | 9788936434496 |
ISBN10 | 8936434497 |
MD 한마디
[웃고 있는데 왜 슬프지, 공감백배 장류진 첫 장편]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이 첫 장편을 선보인다. 그가 선택한 것은 이른바 ‘직장인 3인방의 코인열차 탑승기'. 이 평범한 듯 하지만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순식간에 몰입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겪는 희비극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자, 종착역이 궁금한 당신, 어서 탑승하시라! -소설MD 박형욱
1부 2부 3부 해설 한영인 작가의 말 |
처음 로또가 도입되었을 때, 회사에서 동료들끼리 모여 앉아 6개의 번호를 찍으면서 ‘만약 당첨이 된다면 뭘 할까’로 이야기꽃을 피운 적이 있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사람, 회사는 취미삼아 다니겠다는 사람, 회사의 주식을 매집하겠다는 사람 등, 각자 평소에 자신이 꿈꾸던 것 반, 농담 반을 섞어 회사를 다니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한때나마 풀었지 싶다. 다들 그것이 한 낮의 꿈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던 것 같다. 나 역시도 대박을 꿈꾸었던 적이 있다. 소소하게 하고 있던 주식투자로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자 욕심이 슬며시 찾아왔다. 거기에 부채질을 한 건 밥벌이에 대한 지겨움과 아이들이 커가면서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자 문득문득 들기 시작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투자금액을 늘리고 이른바 작전주에 눈길을 주었다. 주식이 오르면서 탐욕은 그때까지 지켜오던 나만의 투자원칙마저 무너뜨렸다. 오르던 주식이 떨어지자 고점에서의 평가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결국 원치 않은 장기투자의 길로 들어섰고 결국은 대박이 아닌 쪽박의 신세로 이어졌다. 빚을 내어 투자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와 아쉬움이 교차한다.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를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공감이 갔다. 은상과 지송과 다해는 각기 다른 경력과 사정을 안고 비슷한 시기에 마론제과에 입사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첫날부터 우리는 우리가 같은 부류라는 걸 직감으로 알았고, 그 느낌을 바탕으로 한 호감으로 자주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완전히 확신’(105쪽)했다. 다들 비공채로 채용되었다는 점과 내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는 흙수저라는 사실을. 그녀들은 그렇게 해서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다.
은상은 돈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늘 레버리지를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일상용품을 파는 ‘강은상회’를 운영하다 인사팀이 알게 되는 바람에 그만두기도 했고, 주식투자는 물론 친구들과 오피스텔을 매입하여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더리움이란 가상화폐에 투자하여 수익을 많이 보고 있던 그녀는 다해와 지송에게 함께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지송은 한마디로 싫다고 했고, 다해는 호기심이 있지만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해는 살고 있는 원룸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면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원룸을 얻고자 했지만 집세가 비쌌다. ‘매일매일 모래알처럼 작고 약한 걸 그러모아 알알이 쌓아올리고 있었지만 그걸 쌓고 쌓아서 어딘가에 도달하리라는 기대도 희망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냥 그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 삼으러 그런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껏 쌓은 건 지나가는 누군가의 콧김 같은 것에도 쉽게 부스러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은 구태여 직시하지 않을 뿐 이미 잘 알고 있었다.’(95쪽) 은상이 보여준 이더리움의 투자곡선을 보고서 자신이 원한 것이 바로 그런 것이었음을 깨달은 다해는 적금을 깨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고, 대출을 받아 이더리움 투자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더리움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하자 늦게 투자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지금도 수익을 많이 낸 편이었지만 여태까지 번 돈에 대해서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돈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더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뿐이었다.’(112쪽) 이더리움이 기세를 올리면서 평가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퇴사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스멀스멀 기어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설로 존버와 엑싯의 기로에 서게 되자 고민에 빠진다. 여기서 손절한다 해도 번 돈이 ‘연봉보다 훨씬 큰 돈이었지만, 원금의 거의 1.5배 가까이를 일하지 않고 번 것이었지만, 지난 반년 간 꿈꿔온 일확천금의 꿈이 여기서, 고작 여기에서 끝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다. 분했다. 억울했다. 동시에 그런 감정이 드는 나 자신에게 어쩌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247쪽)
지송은 ‘우리 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묘하게 박탈감이 느껴져서 불쾌하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큰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매일 같이 가까이서 듣다 보니 자신은 그냥 평소와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었을 뿐인데 갑자기 뭔가를 크게 잃은 기분이 든다는 거였다.’(119쪽) 그래서 ‘언니들이 가상으로 얼마를 굴렸건 벌었건, 가상지갑에 얼마가 있건 말건, 여하 간에 관심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알고 싶지 않으니 자기 앞에서는 이제 그런 유의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118쪽) 휴가를 내고 함께 놀러 간 제주도에서 지내는 동안 이더리움은 미친 듯이 치솟는다. 은상과 다해의 비밀스러운 눈짓과 메시지에 기분이 상한 지송은 카페를 뛰쳐나가 돌탑을 걷어차다 발목 봉합수술을 받게 된다. 은상과 다해의 설득에 지송이 투자에 합류한다. 지송은 예금통장을 털고, 월세를 올리는 대신 원룸보증금을 빼내어 이더리움에 투자를 시작했지만, 그때부터 자고나면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는 굴하지 않고 내려가는 족족 월급을 헐어 소액으로 추가매수를 이어간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대박을 꿈꾸며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한 이들 3인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근 현실에서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와 롤러코스트를 타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로 많은 말들이 오간다. 주식투자든 가상화폐투자든 그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청년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그것에 올인하면서 투자는 자못 투기의 성격마저 띠고 있다. ‘영끌’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면서 그 의미를 알지 못하다가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라는 뜻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씁쓸해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왜 모두가 어쩌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일확천금을 꿈꾸게 되었을까? 그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우리 사회가 처한 독특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어느 경우라도 월급만으로 살아가기에는 현실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나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그러했듯, 다해가 단지 욕실과 방 사이, 현관과 방 사이에 턱이 있는 원룸을 원하는 것이 욕심이었을까? 자신의 처지를 알면서도 이더리움 투자를 권유하는 은상에게 ‘이 언니는 큰 일 날 언니’라고 했던 지송이 왜 이더리움에 투자할 수밖에 없었을까? 작가는 이들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다리의 바로 윗칸에 한 발을 올려놓는 것 자체도 거의 불가능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어쩌면 작가 역시도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투자경험이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물론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조사와 공부가 있었겠지만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 마음,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혹은 괜히 했다는 후회, 한없이 커져가는 탐욕 등 투자를 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갈등을 너무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어서다. 은상과 다해 그리고 지송의 꿈을 읽어가면서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To the Moon’을 외치며 그녀들을 응원한다. 한 방이 아니라 학교 다닐 때 배운 대로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아간다면 인생역전이 가능한 사회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 것일까? 마치 내가 투자하는 양 가슴 졸이며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은 아마 그런 세상이 다시 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류진 작가는 [일의 기쁨과 슬픔]이란 소설집으로 처음 만난 작가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올 지, 또 마음속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들어가기
우리는 꿈을 꾸면서 산다. 그런데 그 꿈이 보통은 실제 생활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가령 유명한 스포츠 스타를 보면 내가 그 경기를 아주 좋은 경기력을 가지고 하는 꿈을 꾼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가 스포츠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도 그 하나이리라 생각해 본다.
줄거리
작가는 아주 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다. 20대에 100만원만 누가 나를 준다면, 30대에 같이 살아갈 사람과 더불어 할 공간을 가질 1억 정도의 돈을 누가 준다면 좋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화된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꿈을 소설에서 실현할 수 있는 즐거움을 가졌다. 저자는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말한다. <다해와 친구들에게 3억씩 나눠주는 얘기>를 만들어 보겠다고. 그것은 작가의 즐거움이다. 작품 속에서는 작가가 꿈을 꾸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작가는 작품 안에서는 초인적인 존재다. 절대적인 존재다. 그것이 여러 장치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돈과 나눔, 빈부의 격차, 삶의 힘겨움 등이 한 방에 해소되어질 수 있는 작가의 기발한 능력을 우리는 만날 수 있게 될 듯하다. 흥미로운 글을 읽어나간다.
팀장은 어느 새 회사 출입문을 통과해 로비로 들어가 있었다. 멀찍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얼른 쫓아들어 가려는데 발걸음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퇴근까지는 아직 다섯 시간이 더 남아 있었다. 옷이 안팎으로 축축해서 간절하게 집에 가고 싶었다. 반차를 낼까? 내일까지 끝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팀장이 하락해줄 것 같지가 않았다. 집에 가서 옷만 갈아입고 오겠다고 해볼까? 내가 생각해도 그럴 만한 거리는 아니었다. 어디든 가까운 옷 매장에 가서 니트 하나 사 입고 올까? 하지만 월급날을 일주일 앞둔 내 잔고는 벌써 바닥을 향해 카운트다운 중이었다. 그런 데 쓸 여유가 없었다. 여름이라면 괜찮았겠지만 겨울옷은 꽤나 비싸니까.
회사 생활이 마음대로 안 된다. 갑질하는 상사의 마음도 맞춰야 하고 그러다 보니 입는 피해는 말할 수 없다. 일이 있어 팀장과 같이 나섰는데 팀장의 비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냥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 팀장이 커피를 꼭 사 먹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기다리다 시간이 촉박하여 회의장에 가게 된다. 마음이 바쁜 관계로 커피를 쏟게 되고 옷이 엉망진창이 된다. 가까스로 회의는 마치지만, 버린 옷을 입고 회사에 들어가는 것은 그렇다. 위의 장면은 그래서 고민하는 장면이다. 모든 삶이 그렇다. 직장생활이란 것이 상사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상사가 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못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그런 어려운 직장 생활이 다음 삶의 상황을 만들어 간다. 집안 형편도 무척이나 어렵다.
프리우스를 람로르기니로 바꾸는 법
1. 프리우스를 판다
2. 이더리움을 산다
3. 버틴다
4. 이더리움을 판다.
5. 람보르기니를 산다
은상언니와 함께 꿈을 좇는 이야기다. 실제보다는 환상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뭔가 하면 금방이라도 될 듯하다. 특히 주식이나 물건 구입 같은 것은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다. 옆에서 보면 불안 불안하다. 넋 놓고 있는 개미들이 어디 한둘인가?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꿈을 좇으면서 결국은 빈털터리가 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 빈털터리가 갑부가 될 수도 있다. 작가가 적당한 양심으로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슬기롭게 갑부가 될 수 있다. 그것은 꿈을 좇는 확실한 방법이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현실을 상징적으로 극복해 나간다. 소설 속에서는 저자가 절대자다.
바다 전망으로 유명하다는 카페로 향하면서 지송이가 계속 음악을 바꾸어 틀었고 이따금씩 은상 언니가 듣고 싶은 음악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날 제주공항에 내리면서부터 회사 이야기는 안 하기로 약속했지만 수다를 떨다보니 막상 회사 얘기가 제일 재밌었다. 지송이는 마케팅 예산 때문에 브랜드실의 두 팀장이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VPN까지 접속해서 메일 내용을 읽어줬다. 각 팀장의 성대묘사까지 곁들여가면서,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어느샌가 조용해서 돌아보면 둘이 고개를 푹 꺾고 잠들어 있었고 얼마간 그렇게 자다가 또 금새 일어나 떠들었다. 그러다 지송이가 뒷자석의 은상언니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소외 받던 비 공채 출신 3명이 뭉쳐 제주 여행을 간 상황의 이야기다. 그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대단하다. 물질적인 곤궁함과 회사에 갑질에 힘겨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3사람에겐 서로가 낙이다. 서로 너무 죽이 잘 맞는다. 위 장면은 회사의 이야기를 안주 삼아 제주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조금 지나면 비트코인의 투자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투자들 통해서 거금을 손에 쥐게 되는 상황을 눈에 그리는 주인공들의 해맑은 마음들이 비쳐지면서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힘겨운 울타리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 듯도 하다.
한창 가상화폐에 몰두해 있을 때에는, 떼돈을 벌어 퇴사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막상 돈을 벌고 나자 퇴사 생각이 그때만큼 간절하지는 않다. 퇴사를 하고 뭘 할 수 있을까? 내건 지송이 같은 사업 아이디어도 없고, 열렬하게 좋아하는 것도 없다. 이제부터 차차 알아가야 하겠지. 내게 그런 것이 생길까? 아직은 의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세금을 깔고 앉으면 남는 돈이 거의 없을 터였다.
주식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은 어느 정도 이루었다. 직장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까지 갔다. 저자는 주인공에서 마음껏 돈을 퍼부어 준 셈이다. 그것은 가상화폐를 통해서다. 가상화폐가 친정부지로 솟을 때, 그것을 구매하도록 하고 마음껏 동을 벌게 만들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나니 직장이 돈 버는 수단으로만 인식되지 않았다. 언제나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가는 이상한 현상이 생겨났다. 그렇게 눈치 보지 않고 직장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삶의 날개를 달았다. 이제는 날기만 하면 된다. 이사도 하고, 삶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음을 스스로 느낀다. 경제적 자립, 그것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의 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가기
출근길을 응원하는 소설이라고 한다. 출근길에 보통 발걸음이 무겁다. 그것이 월요일이 되면 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겹다. 하지만 글 속의 주인공들은 경쾌하게 출근을 한다. 그 비결을 저자는 우리들에게 알려 줄 게다. 그 즐거움 소식을 들으면서 3 여인이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무척이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들로 나타난다. 그것은 돈이 있기 때문이리라. 돈이라는 것이 마련하는 마음의 세계, 그 속을 거니는 마음 등을 우리는 즐거움 가득 담은 눈으로 쳐다볼 수 있을 듯하다. 그들의 삶은 직장에서 소외되었지만 오히려 직장이 아름다운 공간이 되는 길을 찾고 있다. 행복한 읽음이 되었던 책이다. 직장 생활을 즐겁게 하는 비공채 출신 3명의 여성들의 행보에 갈채를 보낸다. 내 지난 출근길이,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어떻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되어 진다. 지금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로 전 세계가 시끄럽게 떠드는 가운데, 한국의 한 젊은 작가가 한 편의 소설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장류진 작가의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이다. 제목 속 ‘가자’에서 많은 이들이 부르짖은 ‘가즈아~’가 들리는 것만 같다. 작가는 요즘의 비트코인 광풍에 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나는 기대되는 마음을 한아름 품고 첫 페이지를 열었다.
‘마론 제과’의 비공채 출신 3인방 ‘은상’, ‘지송’, ‘다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나이도 연차도 부서도 달랐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동기’가 되었고 금세 친구가 되었다. 그들은 근무평가에서 4년 연속 받은 M등급에 ‘무난’이란 별명을 붙였고, 그들의 채팅방 이름도 ‘비공채 3인 M등급’이란 뜻의 ‘B03_무난이들’로 달았다.
더 열심히 일해도 여전히 M등급 이상을 받을 수 없었던 그녀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계급 속에서 속칭 흙수저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보았다. 요즘 사회는 물려받은 재산 없이 바닥에서 시작해 부를 쌓아가는 것을 더이상 허락하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소설 속 마론제과에서도 공채와 비공채, 대졸과 고졸 등의 차이로 은밀히 선을 그어 두고는 올라가기 어려운 높은 계단을 만들었다. 웬만한 노력으로는 올라가기 힘든 그 계단 앞에서 주인공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계단 옆 아직 길이 나지 않은 가파른 산길 쪽으로 말이다. 그녀들은 풀과 나무가 우거져 앞이 잘 보이진 않지만 성공만 한다면 더 빨리,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가기로 한다.
3인방 중 가장 언니이자 돈에 밝았던 은상은 ‘무난이들’에게 가상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그녀의 제안에 고만 고만한 월급으로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 없이 살아가던 다해는 전 재산을 몰빵하여 투자해보기로 한다.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가상화폐 투자를 지금이라도 시작해볼까 하다가도 왠지 도박을 하는 것 같은 기분에 멈칫하게 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더리움에 투자한 은상과 다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큰 수익을 내고 경제독립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재산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질 것인가? 그녀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소설 밖의 또 다른 ‘무난이’였던 나는 주인공들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내가 가상화폐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투자하는 사람들이 큰돈을 벌어갈 때, 그리고 그들이 돈을 잃어갈 때 각각 떠올랐던 생각들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분위기의 소설이어서, 읽으면서 마치 내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주인공의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은 롤러코스터 열차로 변해 소설을 읽고 있는 나를 싣고 함께 내달렸다.
소설 속 내용은 말 그대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뉴스에서 가상화폐가 가져온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 역전 사례를 보아왔기에, 책 속 주인공들의 변화가 극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책을 덮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다해의 밝은 미래를 응원했던 이유는 사실 소설 밖의 ‘나의 삶’을 응원하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동안 나는 별일 없이 흘러가는 내 삶도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마음속 욕망을 주인공에게 덧씌우며, 다해가 맞이하게 될 밝은 미래가 마치 나에게도 다가올 미래일 거라 믿었던 것 같다. <달까지 가자>는 내가 겉으로 꺼내 보이지 않았던 가려진 욕망을 확인시켜준 소설이었다.
전 세계를 들썩거리게 만든 ‘가상화폐’를 소재로 한 소설을 한 편 읽어보고 싶다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나와 비슷한 소설 속 주인공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달까지 가자>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너무나 공감 가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그때의 우리를 설명해 주는 소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