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부 3부 해설 한영인 작가의 말 |
저장류진
관심작가 알림신청張琉珍
장류진의 다른 상품
│추천사│
첫 장편을 그토록 기다리다가 멈추지 못하고 하루 만에 읽어버렸지만, 읽고 나서부터가 진정한 시작인 작품이라 후회가 없다. 장류진이 선사하는 입체적인 유쾌함만큼이나 있을 법한 불쾌함을 사랑한다. 유쾌와 불쾌를 몰입하여 오갈 때의 선들이 어느새 시대의 초상을 그리고, 그 서늘한 얼굴은 소설을 덮은 다음에도 몇년을 따라붙을 것이다. 페이지 터너에 끈덕지게 사그라지지 않는 질문을 담아 던지는 작가라니 독보적이기 그지없으며, 장류진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할 것이다. 장류진이 쓰는 소설은 장류진만 쓸 수 있다. 매끈한 이음새 안쪽, 장류진의 저돌성과 타협 없음과 모남과 파격에 찬사를 보낸다. 정세랑 소설가 앞으로 펼쳐질 장류진의 작품 세계가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시작될 독자들의 궁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장류진은 이 경쾌한 모험담을 통해 앞으로 그가 써내려갈 이야기에 대한 응원과 관심이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의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한영인 문학평론가 ================================================================== │책 속에서│ 나는 은상 언니와 지송이를 어릴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보다 더 가깝게 느꼈다. 오히려 ‘원래 친구들’보다 할 이야기도 훨씬 많고 잘 통하는 면이 있었고 가끔 그런 사실을 곱씹어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럴 만도 했다. 우리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었고 그래서 내게 벌어지는 일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회사 일’이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웃기는 일도, 화나는 일도, 통쾌한 일도, 기가 막힌 일도. 은상 언니, 지송이와 그런 일들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주요인물과 선행 사건들을 공유하고 있어서 배경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었다.(30면) 벌써 다 알고 있다는 느낌, 미래에서 나를 과거처럼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묘한 감각이 일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더는 이 회사에 다니지 않는 때가 온다면, 그리고 그때 이곳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게 아니라 정확히 바로 지금 이 장면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예감. 나는 지금 이 순간의 한복판에 서서 이 순간을 추억하고 있었다.(156∼57면) “야! 니가 그럴 자격이 왜 없냐? 그럴 자격 있다. 누구든 좋은 걸, 더 좋은 걸 누릴 자격이 있어.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너도, 나도, 우리 엄마도. 그건 다 마찬가지인 거야. 세상에 좋은 게, 더 좋은 게, 더 더 더 좋은 게 존재하는데, 그걸 알아버렸는데 어떡해?” 은상 언니가 야광봉을 쥔 한쪽 팔을 허공에 쭉 뻗고서는 내 귀에 대고 속닥였다. “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노란 빛살을 내뿜는 야광봉의 끝이 밤하늘의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반쪽은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 있고 또다른 반쪽은 시원하게 빛나고 있는, 아주 정확한 반달이었다.(194면) 아무도 내게 주말 출근을 강요하진 않았다. 그저 월요일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두세시간쯤 집중하면 끝날 정도의 많지 않은 양이었다. 그냥 집에서 해도 상관없었지만 나는 이럴 때 주로 회사에 나가는 쪽을 택했다. 주말에 가깝지도 않은 회사까지 구태여 출근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미스터리처럼 보일 수 있다. 물론 처음엔 나도 그런 입장이었지만 많은 업무량에 한창 허덕이던 시기에 자발적인 주말 출근을 몇번 해본 후 깨달았다. 주말의 회사는 평일만큼 기운을 축내는 공간은 아니라는 것을. 어떤 면에서는 충전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단, 나를 제외하고 사람이 한명도 없다는 전제하에 말이다.(335∼36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