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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Book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EPUB ]
김초엽 | 허블 | 2019년 07월 2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2 리뷰 105건 | 판매지수 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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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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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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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3.88MB ?
ISBN13 979119009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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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차세대 SF 작가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 김초엽의 첫 소설집으로, 그야말로 올해 가장 핫한 작가이자 책입니다. 읽은 분이라면 누구나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란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실 겝니다. 한국 SF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작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 소설MD 김도훈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007
스펙트럼 ·057
공생 가설 ·097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45
감정의 물성 ·189
관내분실 ·219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273


해설 | 인아영(문학평론가)
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321
작가의 말 ·337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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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이 편지가 네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내가 떠났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이겠지. 어른들이 많이 화가 났을까. 그동안 나처럼 성년이 되기 전에 마을을 뛰쳐나온 사람은 없었으니까. 괜찮다면 대신 이야기를 전해줄래? 여전히 그분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내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야. 너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거야.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시초지’로 가고 있어.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중에서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중에서

밤마다 떠오르는 다섯 개의 위성들은 이곳이 지구가 아님을 증명하듯 빛났다. 기록장치만이 희진에게 익숙한 지구식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었다.
마침내 그들을 만났을 때, 희진은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있었다. 이족 보행을 하는, 팔다리를 가진 사람들. 누군가 드디어 희진을 구하러 온 걸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이곳은 낯선 행성이다.
--- 「스펙트럼」중에서

세 번째 루이는 이전의 루이들처럼 그림을 그렸고 희진을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세 번째 루이도 다른 무리인들보다 몸집이 작았고 팔이 두 개뿐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전의 루이들보다 더 짧은 시간을 살다 죽었다.
--- 「스펙트럼」중에서

이름이 없는 행성. 그곳의 이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 신비한 세계에 몽환적인 상상을 덧대었다. 사람들은 그곳을 류드밀라의 행성이라고 불렀다. 행성의 실존과는 무관하게 그런 이름으로 합의된 어떤 세계가 있었다. 류드밀라가 기억하는, 류드밀라가 가보았던, 류드밀라가 창조한, 류드밀라가 일관적으로 그려내는 분명한 세계.
--- 「공생 가설」중에서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중에서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보현은 우울체를 손으로 한번 쥐었다가 탁자에 놓았다. 우울체는 단단하고 푸르며 묘한 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질감을 가진, 동그랗고 작은 물체였다.
--- 「감정의 물성」중에서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 「감정의 물성」중에서

죽은 엄마는 이 도서관에 기록되었다. 엄마의 사망 소식 이후에 지민이 우편으로 받은 수십 장의 마인드 매뉴얼에 따르면 그랬다. 하지만 지민은 한 번도 도서관을 찾지 않았다. 죽은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만약 엄마가 이렇게 허탈하게 사라져버릴 줄 알았더라면 늦기 전에 이곳을 찾았을 텐데.
--- 「관내분실」중에서

재경은 수많은 소녀들의 삶을 바꿨을 것이다. 최후에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재경이 바꾸었던 숱한 삶의 경로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윤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였다. 가윤은 한때 재경을 보며 우주의 꿈을 꾸던 소녀였고, 이제 재경 다음에 온 사람이었다.
---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김연수(소설가)

“마음을 다 맡기며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서 벅차다.”
-정세랑(소설가)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첫 소설집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문학평론가 황현경, 『문학동네』 2018년 여름호)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을 때 소설가의 눈은 더없이 맑고 투명해진다. 명징하고 광대하게, 이 세계를 바로 볼 줄 아는 이 시선에서만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 김연수(소설가)

김초엽의 소설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의 세계를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고 투명하게 담아낸다. 그 세계는 아름답지만 순진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뛰어난 과학자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완벽함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다. 한편, 소설에는 장애도, 차별도, 혐오도 없는 그리고 사랑도 없는 행성인 ‘마을’이 함께 그려진다. 이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마을’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성년이 되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문을 빼면 말이다.
“마을이 유토피아라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 물음은 장애를 비장애로,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간편하게 뒤집는 대신 오히려 그 이분법적인 항들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작품해설 중)라고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지.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질문한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의 소설에는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 등 경계를 향한 응시가 있고, 질문이 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우주 너머’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는, 무엇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재경 이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때문에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흥할 생각도, 누군가의 기준에 의한 성공을 향해 질주할 생각도 않는다. 소설은 마치 잃어버린 역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성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의 질문과 닮아 있는 것도 같다. 왜 어떤 기록은 기록되지 않는가, 왜 역사는 언제나 남성의 서사이고 성공의 롤모델 또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인가. 소수자에게 그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준에 따른) 성공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안 가족의 모습도 그려내는데, 우리의 가족제도가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우정과 연대의 공동체로서 가족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이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스펙트럼」에도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왜 서사의 주인공은 남성이거나 여성이어도 젊은 여성인 소설이 주가 되었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할머니’가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함을 김초엽 소설에서 포착한다. 그러면서 이 소설 「스펙트럼」에서 다룬 ‘언어’에 관해 주목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계 생명체들의 언어다. 문자 대신 색채로, 문서나 책 대신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그들의 언어. 그러니 풍경이 말이 되고 빛과 어둠이 말의 의미를 결정할 터였다.”([할머니 우주인 할매 시인], 《한겨레신문》)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느슨해졌다. 눈앞의 루이가 바로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던 바로 그 루이처럼 느껴졌다. 루이는 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희진의 뒤로 펼쳐진 노을을 보고 있었다.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이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 「스펙트럼」 중에서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스펙트럼에서 외계생명체인 ‘루이’와 주인공 ‘희진’이 첫 소통을 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본 적이 있던가. 루이는 희진에게 언제까지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이다. 그러나 그 앞에서 희진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불가능을 알면서도 믿으려고 하며,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구에 돌아온 희진이 평생 수집했던 유리가 “보통의 감각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보게 하는 도구”라면, 이 아름다운 장면을 가능케 하는 외계 생명체와 다른 행성을 그릴 수 있는 SF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하는 또 하나의 유리일 것이다.“(《현대문학》 2018년 9월호)
김초엽의 소설은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타자를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겠느냐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란 없는 거냐고 애타게 묻는 누군가에게. 김초엽의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능성을 껴안는 것”, 불가능성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통해, 김초엽의 소설은 정답이 없는 불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더라도(「스펙트럼」), 고통 없는 유토피아에서 짐짓 모르는 것처럼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도(「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용기 내는 마음,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말하며 지지 않는 마음, 분투하는 태도가 김초엽의 소설에는 있다.

eBook 회원리뷰 (105건) 리뷰 총점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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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끝이라고 말하지 말아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20.01.10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어쩌다가 달이 뜨는 곳보다 높은 곳에 살게 되었다. 때론 별도 낮게 떠있다. 진짜 그렇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산과 인접해 있는 높은 곳이라 달과 별의 위치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착각이어도 이런 생각을 하면 좋다. 나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산다. 달도 별도 모두 내 아래에 있다는, 바보 같은 생각. 얼마 전에는 엄마의 기일이었다. 무얼 해보지도 못한 죽음이었다. 집으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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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달이 뜨는 곳보다 높은 곳에 살게 되었다. 때론 별도 낮게 떠있다. 진짜 그렇다고 믿는 건 아니겠지. 산과 인접해 있는 높은 곳이라 달과 별의 위치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착각이어도 이런 생각을 하면 좋다. 나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산다. 달도 별도 모두 내 아래에 있다는, 바보 같은 생각. 얼마 전에는 엄마의 기일이었다. 무얼 해보지도 못한 죽음이었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물었다. 엄마, 잘 있지?

끝이 아닌 시작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으며 우리의 죽음은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닐까 의심해 보았다. 살아있다는 착각으로 살아가다가 죽을 때가 되면 겨우 깨닫는다. 이 삶은 내 것이 아니었어. 다시 깊은 망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죽음. 나는 엄마가 죽기 전까지 진지하고도 깊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없었다. 그저 먼 곳의 슬픔. 허구의 서사 안에서 극적인 장치. 그 정도로 죽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부정하고 외면한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었다. 내게 만은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무모하게 여기고 있었다. 「스펙트럼」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존재를 만나고픈 열망을 그린 소설이다. 우리는 정말 이 거대한 은하계 안에 혼자인지를 물으며 떠나는 탐사선. 기체 결함으로 혼자 다른 행성에 고립된 할머니 희진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지구인 외에도 다른 존재는 있었다. 희진은 탐사선의 신호를 찾으며 무리인들과 지낸다. 죽으면 영혼이 전달되는 방식으로 다시 사는 루이들에게서 보호를 받으며 말이다. 죽음이 다른 죽음에게 전생의 삶을 넘겨 주는 방식으로 무리인들은 살아간다.

「관내분실」은 사람의 영혼을 데이터로 만들어 도서관에 보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으로 쓰인 작품이다. 미래가 도래한다면 애도의 형식도 세련되게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전에 그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인덱스화해서 보관해 놓는 기술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도서관에 와서 죽은 이와 만날 수 있다. 소설은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을 담는다. 처음부터 엄마는 엄마가 아니었다. 그걸 모른 체 엄마의 역할과 의무를 강요해왔다. 무조건적인 모성애란 허위임을 「관내분실」은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지민은 엄마에게 꼭 해야 할 말을 위해 '세계 속에서 분실된 엄마'를 찾아 나선다.

두 소설에서 그려내는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욕심과 미련을 두고 살지 않으려고 내내 죽으면 끝이라고 자위해왔다. 먹고 싶은 치킨을 먹고 사고 싶은 옷을 사자.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으니 살아 있을 때 누려보자. 얄팍한 마음이 쌓여갔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죽은 다음에도 생은 이어질 것이라고. '영혼이 이전 개체에서 다음 개체로 이어진다고' 믿는 무리인들의 서사. 죽은 나를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특정한 기억을 모을 수 있는 미래의 어느 시간. 김초엽은 죽음이 무섭지 않을 것이라는 이상한 위로를 소설로 옮겨 놓았다.

꼭 지구여야만 해

인간의 유전자를 조작해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미래 사회인 유토피아를 그린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낯설게도 사랑을 말하고 있는 소설이다. 개조인과 비개조인으로 나누어진 지구. 지구를 그렇게 만든 과학자는 정작 자신이 가진 유전적 결함을 고치지 못하고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그들만의 세상을 꾸려간다. 완벽해질 수 없는 인간들이 모인 행성에서는 성년이 되면 지구로 순례길을 떠난다. 그들 중에는 돌아오지 않는 자들이 있었다. 지구라는 별은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곳인가. 소피는 궁금하다.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지구에서 돌아오지 못한 게 아닌 지구에 남아야 할 이유가 생겨 버린 진실을 목도한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서 현재의 내가 꾸는 꿈이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격려를 받는다. 그저 개척자로 불리는 누군가가 닦아 놓은 길을 걸어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로봇과 비슷한 신체가 되어 우주 바깥을 향해 가는 두 명의 여자 비행사를 통해 이 세계의 바깥이 아니어도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해준다. 좁아터진 지구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행성과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 나서지만 지구라는 별에 무사히 안착해 살아가는 행복을 잊지 말라는 당부를 듣는다. 자존감이 낮은 이유를 꼽아본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골몰했다. 여기가 아닌 거기에 주목했다. 그러니까 도착하지 않은 미래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수신하느라 현재가 주는 빛을 꺼버렸다. 지구에는 쑥스럽게도 사랑과 내내 반짝일 별이 있다. 잊어서는 안 된다.

빛의 속도가 아니어도 좋아

「공생가설」은 다른 별에서 온 존재가 지구인 아기들의 뇌 속으로 들어가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다는 가설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던 별이 망하자 과거를 끌어안은 채 지구인들에게 이타심과 정의, 윤리적인 인간애를 가르친다. 우리 대부분은 일곱 살 이전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착상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가정이라는 기초적인 사회화 기관에서 밥 먹고 인사하고 대화하는, 타인과 교류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 아니었다. 과거뿐인 기억을 안고 현재와 미래를 지구에서 보내기로 한 그들로 인해 지구인들은 문명 시대를 열 수 있었다.

내내 종종 자주 빈번하게 계속 우울하다. 이렇게까지 부사를 남발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다. 우울감은 깊어질 뿐이고 한 번 시작된 우울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 나의 감정. 보이지도 않아 찾을 수도 없다. 형체가 있다면 쓰다듬어 주고 말려주고 아껴줄 텐데. 「감정의 물성」은 기발하다. 감정을 형상화한 제품에 대한 이야기. 공포, 우울, 설렘 등의 감정을 딴 물건을 만지면 그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물건을 보며 잡지사 에디터인 주인공은 한심해한다. 유사 과학을 이용한 사기가 아니겠느냐고. 주인공의 연인이 우울체를 사들이는 걸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정임에도 형태를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그럼에도 가야 한다. 소설은 가족이 있는 행성 슬렌포니아로 가기 위해 100년 동안 동면했다 깨어나기를 반복한 과학자의 오랜 기다림을 그리고 있다. 김초엽의 첫 소설집의 표제작인 이 소설은 깊은 감동과 먹먹한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다. 자원이 풍부한 제3행성 슬렌포니아로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낸 안나는 딥프리징이라는 냉동 수면 기술을 연구했다. 지구에 남아 기술 개발에 매진하던 안나는 결국 슬렌포니아로 가는 우주선을 타지 못했다. 그동안 연방은 먼 우주로 갈 수 있는 웜홀 항법을 찾아냈고 그렇게 되면서 슬렌포니아는 '아주 먼 우주'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우주선을 타지 못하고 스스로 개발한 냉동 기술로 깊은 잠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긴 시간만이 남았다. 소설의 결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 아프다.

나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사라진다. 죽음을 유예하면서까지 사라진 이들을 만나러 가려고 하지만 기다림만이 곁에 남는다. 죽음을 향해 빛의 속도로 달려가려는 무모함으로 슬픔을 이겨낸다. 김초엽이 상상한 미래 세계에는 죽음과 아득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다. 별의 과거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미래라는 시간은 죽음이 전부임을 잊지 말라고 경고하듯이. 죽음은 시간의 소멸이다. 기억의 삭제다. 그와 함께 울고 웃었던 미워하거나 사랑했던 시간과 기억을 가지고 떠나버린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 내가 받아들인 사실에는 한 가지 희망이 존재한다. 죽음으로 시간과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그리움이 찾아올 것이라는.

짧은 편지

엄마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기로 했어. 나의 남은 삶이란 엄마라는 사람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엄마가 쓰던 특유의 말투, 관용 표현, 심지어는 욕까지 그대로 따라 하고 있어. 나는 엄마와는 다르게 살겠다고 다짐까지 했는데. 지금까지 우리의 거리는 '먼 우주'였다고 한다면 이제는 아니야. 빛의 속도를 이겨내는 웜홀 항법이 도입될 거래. 여기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가 있는 그곳으로 나를 데리고 가줄 거야. 깊은 잠을 잘 필요도 없어. 1147일 전으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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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r*****k | 2021.04.1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리뷰입니다.   처음엔 sf소설이라길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까 걱정했는데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서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읽어봤습니다. 너무 재미있네요.    sf가 이렇게 사람 벅차오르게 하는 장르였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읽고나서 여운이 많이 남네요. 재미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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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리뷰입니다.

 

처음엔 sf소설이라길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까 걱정했는데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서 한번 읽어봐야겠다 싶어서 읽어봤습니다.

너무 재미있네요. 

 

sf가 이렇게 사람 벅차오르게 하는 장르였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읽고나서 여운이 많이 남네요.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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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터***마 | 2020.04.18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습니 . 사람들이 왜 그렇게 칭찬하면서 리뷰를 남긴 이유가 궁금해서 읽었는데 저도 그 칭찬 대열에 끼겠습니다. 첫 시작인 순례 단편을 읽으면서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란 감이 왔어요. 소설은 sf 배경과 설정을 빌려서 삶의 그늘진 곳을 비춤과 동시에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 삶이, 지구가, 우주가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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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읽었습니 . 사람들이 왜 그렇게 칭찬하면서 리뷰를 남긴 이유가 궁금해서 읽었는데 저도 그 칭찬 대열에 끼겠습니다. 첫 시작인 순례 단편을 읽으면서 이 소설은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란 감이 왔어요. 소설은 sf 배경과 설정을 빌려서 삶의 그늘진 곳을 비춤과 동시에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이 삶이, 지구가, 우주가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는 우리이기에 누군가의 빛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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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474건) 한줄평 총점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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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SF소설이라고 잠시 머뭇거렸던 순간을 후회하는 책.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3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3
YES마니아 : 로얄 네*프 | 2020.03.10
평점5점
SF 이야기라면 하나도 공감하지 못 할 것 같았는데 소설이 말하는 것을 다 알겠어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YES마니아 : 로얄 s*****1 | 2021.02.13
구매 평점5점
글이 너무 따뜻해요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d******e | 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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